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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 평양공연에 미국언론 들썩

취재기자 100명 방북행...'오케스트라 외교'로 한반도 화해무드 예고

등록|2008.02.26 18:08 수정|2008.02.26 19:06
[뉴욕=PD저널 이국배 통신원] 최근 미국방송사들의 모든 촉각이 한반도로 향했다. 북미 최초의 본격적인 민간문화교류로 불리는 뉴욕 필하모니의 평양공연, 영변핵시설 불능화 보도,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출범 때문이다.

▲ 미국 ABC는 뉴욕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소식을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 ABC 화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이미 두 달 전 선거가 있었던 일이기에 출범식 행사 자체는 미국방송계의 시각에서 볼 때 큰 사안이 아니지만, 뉴욕필하모니의 평양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적인 중요성 때문에 청와대의 새 주인이 어떠한 남북관계를 구상하고 있는가가 관심거리였다. 대북기조에서 부시행정부와의 밀월이 예측된다라는 일반적이고도 소박한 평가 뒤에는 "부시행정부의 임기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말도 꼭 따라다녔다.

또 이번 방북 공연은 언론계 역시 그 의미가 남다르다. 100여명이 넘는 미국언론관계자들이 동시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처럼 400여명의 미국인이 동시에 평양을 밟게 된 것도 종전 이후 처음이다. 이 사실만으로 뉴욕필하모니의 평양공연이 북미간의 새로운 전기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오케스트라의 선율 덕에 지금은 불능화됐지만 그간 미국인들의 편안한 수면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었던 영변핵시설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고, 냉각탑과 폐연료봉 제거작업, 플루토늄 추출과정을 직접 취재 보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공중파 채널인 ABC에 이어 25일 CNN 역시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현장 취재해 보도했다. 주말을 지나 이번 주에도 북한발 리포트는 계속되고 있다.

▲ 뉴욕필하모닉 평양 공연 현지 생방송 실화중계를 위해 MBC 중계차가 25일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 PD저널


ABC가 미국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ABC 보도국국제부장 척 러스팅(Chuck Lusing)의 공헌이 크다. 러스팅은 90년대 초반부터 대북한취재를 담당해 왔지만, 이번 영변핵시설 취재 타진을 위해 이미 사전에 7번이나 북한을 방문한 결과라는 게 미국 언론계의 후문이다. 러스팅은 "과거에는 미국기자가 일반 북한 주민과 스스럼없이 대화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북한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를 실감한다"고 했다.

사실 '오케스트라 외교'(orchestral diplomacy)는 미국의 외교정책 가운데 단골 메뉴중의 하나이다. 일찍이 1956년 보스턴 심포니가 소련을 방문했고, 뉴욕필하모니 역시 3년 뒤 소련공연을 가졌다. 1973년 중국과의 핑퐁외교 뒤에는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가 있었다. 뉴욕필하모니의 평양공연 배후에는 이 같은 국제정치적 '해빙'의 역사가 잉태되어 있다. 성사 가능성은 낮겠지만 미국 방송기자들의 음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스팅의 말이다. "취재 리스트 마지막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인터뷰가 남겨져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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