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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구타, 과연 무엇에 도움 되나

고질적인 구타, 욕설 등 병폐, 이제 문화를 바꾸자

등록|2008.02.27 16:36 수정|2008.02.27 16:36
 생각해보자. 구타와 체벌 그리고 욕설이 운동선수, 체육학과 학생들에게 과연 무슨 도움이 있는지를 말이다. 때리고 욕하면 운동을 더 잘할 수 있는가. 또한 후배들에게 얼차례를 주고 매질을 하면 기강이 바로서고 돈독한 선후배관계가 형성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기자도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줄곧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 다른 지역, 다른 학교보다 유난히 많이 맞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운동이 힘들었던 것보다 선배들에게 맞은 기억과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보다 생생하다.

최근 한 대학에서 입학도 하지 않은 학생이 선배들에게 매질을 당해 사경을 헤매는 사고가 일어났다. 매년 이러한 사고는 신입생 입학철에 많이 발생한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사고가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은커녕 소문이 확대될까 입조심 하느라 여념이 없다.

체벌과 얼차례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련에 사고들의 경우에는 약이 과했다. ‘사랑의 매’라고도 하지만 이 역시도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며 합리적인 선택과 방법은 아니다.

학교 전통을 이어간다는 당위성을 내세우며 매년 신입생에게 가혹한 체벌과 얼차례를 가하는 것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일부 학생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자신도 신입생 때 선배들에게 많이 맞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보복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팬티 바람에 시민들 앞에 지난 해 지방의 모 체육대학에서 신입생 길들이기로 파문이 일었던 문제의 사진이다. ⓒ 한혜진



후배를 이끄는 선배의 역할은 자신들이 갈고 닦은 기술 등을 후배들이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언하는 것이다. 지도자들 역시 수련생들이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체벌에 앞서 잘잘못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턱대고 “너 이리와! 엎드려”하고 때리는 것은 폭행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적인 구타관행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때리고 벌을 준 지도자나 선배 등의 도덕적 결함으로 몰아붙이기에도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을 시대가 변했는데도 고칠 생각을 않는 체육계 모두의 사고방식이다.

체육계에 폭력적, 무력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조장하고 방조한 체육 관계자 모두의 자기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언제까지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인가. 때리고 욕하는 문화에서 서로 격려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주는 끈끈한 문화로 바꿔볼 생각들은 없는가.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에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들이 입학한다.

선배들은 오리엔테이션이나 MT를 가서 후배들을 ‘굴려야 하겠다’는 생각보단,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신입생 길들이기가 불러온 어처구니 없는 사고사고를 당한 강 군이 입원한 경기도 수원의 모 병원 중환자실 ⓒ 무카스미디어



무도대학과 체육대학의 관행적인 구타와 폭력, 근본 해결책 필요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갔다고 좋아하던 때가 며칠 전인데...” 22일 강 군이 입원한 경기도 수원의 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앞 대기실에서 만난 강 군의 아버지는 무척 초췌한 모습이었다.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그는 생업도 포기한 채 강 군 곁을 지키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강 군. Y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을 했고, 시합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목표 했던 대학에 합격하자 강 군은 꿈을 이루었다며, 뛸 뜻이 기뻐했다고 한다.

강 군의 아버지는 “TV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니 기가 막히다. 의식이 회복된다 해도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며 “운동시킨 것이 후회가 된다”고 한탄했다.

현재 강 군 가족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응급실에 없었던 강 군의 어머니는 전화통화를 통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학교 측이나 이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만을 믿고 있을 수 없다”며 “내 발로 뛰어다니면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Y대학교 사고를 지켜본 타 무도대학 혹은 체육대학들은 “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해당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을 불러 입조심, 몸조심을 당부할 것이고 당분간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할 것이다.

늘 그래왔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 무도대학 재학생은 “무도대학의 특성상 구타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입생들 통제가 안된다. 나도 많이 맞으면서 배웠다”며 구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학생은 폭력과 규율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렇게 답습했기 때문이다. 무도대학과 체육대학에 만연한 폭력적 관행.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강 군은 매년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무카스미디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종합무술채널 무카스미디어(www.mooka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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