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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무가지 신문'에 '빨간펜' 들다

대학생 인턴기자들의 '무가지 신문 뜯어보기'

등록|2008.03.03 11:23 수정|2008.03.03 11:23
궁금했습니다. 아침 출근 길 지하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가지 신문, 그 '속'이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또 정보를 얻고 있는 무가지가 과연 '읽을 만한' 신문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뜯어보았습니다. 지난 25일, 26일 이틀간, 60페이지 많게는 80페이지에 달하는 무가지 신문을 한 장 한 장, 기사 하나 하나를 밑줄을 그어가면서 때로는 다른 신문과 비교 대조해 가면서 읽어보았습니다. 저희 대학생 인턴기자 세 명, 지금까지 그 어떤 일간지도 심지어 <오마이뉴스>도 이렇게 정독해본 적이 없습니다.

신문이야? 광고지야? 네 정체를 밝혀라

무가지 신문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A신문과 B신문에 실린 전면광고 수를 세어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2월 25일 A신문은 총 64면 중 31면이 전면광고였고, B신문은 총 80페이지 중 36페이지가 전면광고였습니다. 다음 날, A신문은 64면 중 30면이, B신문은 64면 중 28면이 광고였습니다.

그래도 반은 안 넘는다고요? 이는 한 페이지의 2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수는 뺀 수치입니다. 무가지 신문 독자들은 기사보다 광고를 더 많이 보고있다는 말입니다.

지면 내 광고비율이 높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25일자 A신문과 B신문을 보면, 신문을 한 장 넘겼을 때 나오는 전면 광고부터 시작해서 총 세 페이지에 걸쳐서 똑같은 광고가 똑같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제호가 없었다면, 어떤게 A신문이고 어떤게 B신문인지 알 수 있었을까요?

▲ 2월 25일 A신문, B신문 비교 ⓒ A신문, B신문


흔히들 일부 일간지 신문에 대해 너무 '색깔'이 강하다고 비판합니다. 어떤 신문은 너무 왼쪽으로 가있고, 어떤 신문은 너무 오른쪽으로 가있다고요. 하지만 무가지 신문은 총천연색 광고를 빼면 너무 색깔이 없는 게 아닐까요. 전 날 취임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사 제목도(위:'국민과 거리 좁힌다' 연단 높이 1m 낮춰, 아래:국민 가까이) 사진도(취임식 리허설) 너무 비슷합니다.

전면에 영화광고를 싣고 또 다른 면에 기사형식으로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싣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이블루베리 나이츠>의 경우, 영화 광고와 기사가 25일 자 B신문에 무려 4번이나 실렸는데요. 주드로와 노라존스가 키스하는 장면이 B신문에 실린 기사처럼 '환상적'이기는 하나 네 번씩이나 보여주는 것은 조금 과했다 싶습니다.

▲ 2월 25일 B신문의 영화 광고, 기사 ⓒ B신문


'기사인 줄 알고 읽었더니 광고더라'는 '낚시 성 광고'도 많았습니다. 깨알만한 글씨로 '광고'라고 적혀있는 기사는 그나마 낫습니다. 안 읽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기사들 사이에 마치 기사처럼 끼어있는 광고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제목에 부제까지 달려있어 기사인 줄 알고 읽다가 마지막에 있는 '문의'라는 글자를 보고 나니 이건 왠지 속은 느낌입니다.

▲ 2월 25일 A신문의 '기사같은' 광고 ⓒ A신문


출처 없는 유령기사들, 누가 쓴 걸까? 

26일, B신문을 넘기다 보니 출처 없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무가지 신문 기자가 쓴 것도 아니고, 연합뉴스 기사도 아니고, 도대체 이 기사는 누가 쓴 걸까요? 그런데 A신문을 보다보니 비슷한 제목,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있는데 출처는 <연합뉴스>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 2월 26일 A신문기사 (출처:연합뉴스) ⓒ A신문


▲ 2월 26일 B신문기사 (출처없음) ⓒ B신문


위쪽은 A신문의 '김포외고 문제유출 교사 검거'라는 기사이고, 아래쪽 B신문의 우측 하단은 '김포외고문제유출 교사 고시원서 붙잡혀 영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위쪽에서는 지면에서 제법 비중 있게 아래쪽은 박스기사로 짧게 다루고 있습니다. 출처는 위쪽은 연합뉴스, 아래쪽은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용은 어떨까요. 한 문단 한 문단씩 비교해 보겠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포 외국어고등학교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해 학원과 납품업자 등에 넘긴 혐의(업무방해 등)로 전 김포외고 입학 홍보부장 교사 이모(52)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A신문-출처: 연합뉴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5일 김포외국어고등학교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해 학원과 납품업자 등에 넘긴 혐의(업무방해)로 전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교사 이모(5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B신문-출처없음)

'이씨는 김포외고 입시 일반전형 필기시험일인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장 곽모(42.구속)씨와 교복 납품업자 박모(43.불구속입건)씨 등에게 필기시험 문제 60문제 중 53문제를 e-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사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A신문)

'이씨는 김포외고 입시 일반전형 필기시험일인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서울 목동종로엠학원장 곽모(42.구속)씨와 교복 납품업자 박모(43.불구속 입건)씨 등에게 필기시험 문제 60문제 중 53문제를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사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B신문)

잘 읽어보셨나요? 하나는 <연합뉴스> 기사고 다른 하나는 출처 없는 기사지만  자세히 읽지 않는다면 그 차이를 찾기 힘듭니다. 두 기사는 3번째 문단까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그럼 4번째 문단은 다르냐고요? A신문 기사에는 2개의 문단이 더 있지만 안타깝게도 B신문 기사는 3번째 문단이 끝입니다. B신문을 읽는 독자들은 이씨가 어떻게 검거되었는지 경찰관계자는 이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했는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B신문은 지면이 부족했던 걸까요? 글쎄요. B신문 왼쪽 상단에 빨간 테두리가 쳐진 기사 보이시죠?(저희가 친 게 아닙니다) '나에게 2000만원이 있다면??여기!!' 빨간색이 눈에 참 잘 띕니다. 그런데 이 기사 제목 위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광고'라고 적혀있네요. 이 광고를 빼고 2문단을 더 싣고 출처에 연합뉴스라고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방금 보신 두 기사는 기사길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보실 두 기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셔야 합니다. '짜깁기 작업'이 이뤄졌거든요.

▲ 2월 26일 좌:A신문 기사(출처없음), 우:B신문 기사(출처:연합뉴스) ⓒ A신문, B신문


오른 쪽 기사에 빨간 색으로 박스 쳐 놓은거 보이세요? 이 박스들을 합하면, 왼쪽에 있는 기사가 됩니다.(한 번 비교하면서 읽어보세요)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앞서 본 기사와 같이 단어가 조금 바뀌었거나 빠졌을 뿐입니다.

출처에는 A신문 기자가 썼다고 되어 있는데, 알고 보니 <연합뉴스> 기사를 짜깁기 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 위:B신문 기사(출처:연합뉴스), 아래:A신문 기사(출처:A신문 기자) ⓒ A신문,B신문


표현이 조금씩 바뀐 부분도 있지만 총 10문단 중 5문단이 연합뉴스 기사와 거의 동일합니다. 두 기사의 리드를 비교해볼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해 임기를 시작했지만 내각 구성조차 못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B신문-출처: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인수해 법적 임기를 시작했지만 내각 구성조차 못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A신문-출처:A신문 기자)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국무위원들이 임명되지 못한 데서 나아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식 전날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자진사퇴해 상황에 따라서는 국무회의 구성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B신문-출처:연합뉴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국무위원을 임명하지 못한데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식 전날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자진 사퇴하면서 국무회의 구성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A신문-출처:A신문 기자)

레포트에만 짜깁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기사에도 짜집기가 있었다니. 이는 저희 대학생 인턴기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무가지 신문 기자님은 홍길동? 슈퍼맨?

26일 화요일, A신문을 보았습니다. 역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기사가 첫 면에 나옵니다. 두 장을 더 넘겨보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식 후 봉하마을에 간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취임식 기사를 쓴 기자와 봉하마을 기사를 쓴 기자가 둘 다 ㅅ 기자님으로 동일인물 입니다.

▲ 2월 26일 A신문, 한명의 기자가 대통령 취임식과 봉하마을 기사를 썼다. ⓒ A신문


대단합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서울에서 김해까지, 홍길동이 부럽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취임식에 참석한 국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이외에는 모든 사진의 출처가 <연합뉴스>지만요. ㅅ기자님은 이 날 앞서 언급한 '반쪽정부'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B신문을 보았습니다. 20페이지까지는 <연합뉴스>와 출처 없는 기사로 가득하던 지면에 하나 둘 기자님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몇몇 기자님의 이름이 계속해서 보입니다. 한 섹션에 있는 모든 기사를 한 기자님이 책임지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기자님이 하루 동안 과연 몇 개의 기사를 쓴 걸까. 그래서 숫자를 세어보았습니다.

▲ 2월 26일 B신문, 기자 한 명의 글로 한 페이지가 가득 차 있다. ⓒ B신문


26일, 기사출처에 기자이름이 적힌 기사는 총 58개였고 기자는 총 14명이었습니다. 자, 나눠보면 한 명당 약 4개의 기사를 썼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 전날은 어떨까요. 25일, B신문 기자가 쓴 기사는 총68개, 기자는 총14명, 일인당 약 5개의 기사를 생산했습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계속 띄는 이름이 하나 있어 세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님이 쓰신 기사의 수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26일에는 11개, 25일에는 무려 17개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제가 한 달 동안 인턴기자 생활을 하면서 쓴 기사를 다 합해도 기자님이 25일 하루 동안 쓰신 기사 수를 따라갈까 말까입니다.  

그럼 ㄱ기자님이 25일에 어떤 기사를 쓰셨는지 볼까요? 미디어부터 뮤지컬, 음반, 영화까지 섭렵하고 계십니다. <추격자> 나홍진 감독 인터뷰도 하셨고 심지어 맛집 기사도 쓰셨네요.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기사, 짧은 기사들이 많긴 했지만 하루 동안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기사를 쓰시다니. ㄱ기자님을 슈퍼맨이라 부르려합니다. 

무가지 신문의 '질적 발전' 기대한다   

대학생 인턴기자들의 '무가지 뜯어보기', 어떠셨나요? 비록 이틀이었지만 무가지를 정독하면서 느낀 점은 무가지 신문이 '신문'보다는 '광고지'가 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보다 광고 비율이 더 높은 것은 물론, 대부분의 기사가 <연합뉴스> 기사이고, 무가지 신문 기자가 썼다고 해도 현장이 살아있는 기사, A신문 혹은 B신문만의 기사가 아니라 단순히' 지면을 채우기 위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가지 신문이 '무가지'이면서 동시에 '신문'인 이상, 정보지로서의 역할 역시 신경 써야지 않을까요?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무가지를 읽는 많은 사람들은 무가지를 통해 가장 먼저 정보를 얻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정보가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요. 해마다 배포되는 무가지 신문의 수가 증가하고, 무가지 신문을 보는 사람 역시 늘어나고 있지만 그 '속'은 여전히 부실해 보입니다. 무가지 신문의 '질적인 발전'을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홍현진, 구자민, 김정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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