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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리베이트 '천태만상'

서울지방경찰청, 제약회사로부터 금품 제공받은 병원의사 357명 적발

등록|2008.02.27 19:25 수정|2008.02.27 19:25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국공립 및 사립병원의사 총 357명이 대형제약업체로부터 엑스레이(X-Ray), 씨티(CT), 엠알아이(MRI) 촬영에 사용되는 의약품인 조영제를 납품받는 대가로 약 28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는 한편, 5716회에 걸쳐 20억원 상당의 골프접대 및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PMS(시판후 조사 :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판 후 4년에서 6년 동안 600~3000사례 정도를 조사하여 식약청에 재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리베이트방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음)명목으로 1건당 5만원씩 건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10개 제약사가 5228억원 가량을 병의원에 제공하다가 적발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발생한 것으로 의약품 유통분야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리베이트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보여주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은 리베이트 재생산의 일등공신

의약품 유통 관련 리베이트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복지부와 공정위의 의약품 유통조사 TF팀은 "종합병원이 도매업소에 25~30%의 약가 마진 1년분을 사전에 요구하는 현실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베이트는 이미 관행화되어 있다. 받는 이들도 아예 요구하고 있고, 주는 이들도 온갖 방법과 명목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금품제공이나 골프접대 외에도 고가의 그림, 컴퓨터, 냉장고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의사 장모의 회갑잔치 비용을 대납해 주기도 하고 가족동반 해외여행 비용을 제공하는 등 리베이트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리베이트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리베이트를 받는 자, 주는 자 모두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적발되었을 때의 불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경찰청 수사 또한 이러한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리베이트 수수자가 355명에 이르고, 관련 병원도 100여 곳, 금액도 수십 억원에 이르지만 불과 46명이 불구속되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관할당국에 비위사실을 통보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정위에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는 5228억원에 이르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추정액도 2조 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199억원에 불과하여 소비자 피해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리베이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리베이트를 계속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베이트 피해는 결국 사회와 소비자의 몫

의약품 유통관련 불법행위 가장 큰 문제점은 이로 인한 피해를 국민을 포함한 사회전체가 부담하게 된다는 데 있다.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비용은 의약품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의 20~30%에 이르는 금액이 리베이트 때문에 발생한다.

카피약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연구와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할 비용을 리베이트에 사용하면서 기술력은 낙후된 채 리베이트로 타사와 경쟁을 벌이는 암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로 인한 개인 진료정보의 유출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의약품 리베이트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사용되는 PMS 등으로 인해, 개인의 진료정보가 영업사원이나 제약회사로 제공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리베이트로 인한 피해가 사회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계속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리베이트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실련은 "리베이트 관련 의약품은 즉각적으로 약가인하를 시행하고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고질적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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