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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명박 대운하' 전도사?

잇단 대운하 추진·기대효과 발언 눈총... 시민단체 "신중하지 못한 처신" 비판

등록|2008.02.27 21:29 수정|2008.02.27 21:29

▲ 김문수 경기지사. ⓒ 경기도

김문수(57·한나라당) 경기지사가 요즘 시민단체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환경 대재앙 우려와 문화재 파괴, 경제성 문제 등으로 논란이 거센 이른바 ‘이명박 대운하 사업’의 추진과 기대효과 등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검증도 되지 않은 대운하사업에 대해 경기도 발전을 운운하며 개발논리를 펴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란 지적과 함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월 중순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부운하 저지 경기연대’를 결성한 뒤 김 지사의 대운하 발언 등 운하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대운하 사업은 새로운 성장 모티브 제공... 반대논리 이치 안 맞아"

최근 경기지역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의 ‘대운하 찬가’는 새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 1월 20일 독일로 날아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부르짖었다. <연합뉴스>가 1월 21일 현지취재를 통해 보도한 김 지사의 발언내용을 보자.

김문수 경기지사는 20일(현지시각)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안할 이유가 없다"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경기세계보트대회(6월 11∼15일. 화성 전곡항)' 홍보차 독일을 방문 중인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구상한 곳으로 알려진 뒤셀도르프 라인강변 미디어하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물류난 해결은 물론 건설, 관광,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는 시대착오적이고 비경제적이며 국가의 재정을 파탄 나게 할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결국 (고속도로는)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며 "지금 운하를 반대하는 논리가 바로 과거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할 당시의 논리처럼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반대론자들이 운하는 강물을 오염시키고 죽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독일 등 세계 각국은 운하를 여전히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운하는 결코 위험하지 않고 경제성도 있으며 시대착오적이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대로라면 김 지사는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등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갖가지 우려가 터무니없고, 운하건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애국 사업‘으로 굳게 믿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되면 경기도가 가장 큰 이익 볼 것“

▲ 지난해 10월 15일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갑문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올라 "STOP 경부운하"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그래서인지 김 지사의 독일발 ‘대운하 찬가’는 귀국 후에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도정연설을 통해 대운하 선전에 열을 올렸다. 다음은 지난 20일 <뉴시스>의 보도내용의 일부.

김 지사는 전날(19일) 도의회 제299회 임시회 도정연설을 통해 "새정부의 대운하 사업은 경기 동북부 지역의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운하 사업의 추진에 맞춰 터미널 배후지역을 성장거점으로 개발하고 한강과 임진강 일원을 역사와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에코벨트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놨다.

또 "대운하는 단순히 물길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다"며 "우리 문화의 뿌리, 우리 민족의 역사와 생생한 삶이 녹아 흘러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앞서 이달 초 실·국장들에게 대운하 사업이 수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 홍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 21일 경기북부기우회(지역 기관·단체장 모임)에 참석해서도 대운하 기대효과를 한껏 강조했다. <경기일보>는 지난 22일자 보도에서 김 지사의 발언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21일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경기도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의정부시 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북부기우회 정례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특히 한반도 운하의 핵심은 바로 임진강 운하”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임진강에 운하가 건설되면 서울에서 북한의 원산까지도 뱃길로 연결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시베리아 유조선, 가스선 등이 운하를 통해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갈 수 있어 (경기)북부지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대운하는 생명 죽이는 사업... 김 지사 자질이 의심스럽다"

▲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 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하지만 김 지사의 잇따른 ‘대운하 추진 발언’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선 환경과 문화재 파괴, 경제성 문제 등은 덮어둔 채 자의적 판단으로 대운하사업을 미화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질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부운하 저지 경기지역 범종교인연대 준비위원회’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이주현(목사) 경기민언련 공동대표는 “한반도 대운하는 한마디로 생명을 죽이는 몰상식한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의 이익을 운운하는 것은 허구”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김 지사의 잇따른 대운하 추진 발언 배경에 대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강변지역 개발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이어 “운하사업과 관련해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근본적인 대책 없이 개발논리를 펴는 것은 자질을 의심케 한다”면서 “김 지사는 개발이득보다 보존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부운하 저지 경기연대’ 조직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이경묵 녹색자치경기연대 사무처장도 김 지사의 대운하 추진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명박 대운하' 전도사로 나선 것 같다”면서 “환경오염과 문화재 파괴, 경제성 문제 등으로 논란이 뜨거운 사업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이 연관돼 있고, 타당성 여부조차 검증되지 않은 운하사업에 대해 함부로 접근해선 안 된다”면서 “김 지사가 진정으로 도민들을 위한다면 소속 정당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도 도민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등을 충분히 조사·연구해서 객관적인 입장을 밝혀야 옳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의 대운하 발언과 관련해 경기도 비전경영기획관리실 관계자는 “김 지사께서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팔당 상수원 주변 지역의 규제완화와 개발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칙론적인 입장표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종교단체들, 3월 중순 운하 저지 연대조직 결성추진 

한편 경기경실련·경기민언련·경기환경운동연합·녹색자치경기연대 등 11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종교단체들은 오는 3월 중순 대운하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각각 연대조직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월 18일 ‘경부운하 저지 경기연대’ 결성식 및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여기엔 운하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종교인, 전문가 등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경부운하 저지 경기연대’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운하 추진 발언 등에 대한 대응은 물론 경기도민들을 상대로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 등을 적극 알려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천도교 등 경기지역 종교단체들도 같은 시기 ‘경부운하 저지 경기지역 범종교인연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들은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과 공조하면서 종교적 차원에서 운하반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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