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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표절·5공야합... 복지수장 자격 있나

시민단체도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후보자 사퇴 요구

등록|2008.02.28 18:26 수정|2008.02.28 18:53

▲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탈세와 논문 중복게재, 표절 그리고 5공 공포정치의 상징 '사회정화사업 유공' 표창.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 인사청문회에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진 부적격 사유들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덕성에 치우쳐 능력에 대한 검증이 소홀하다"며 반격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 

참여연대는 28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도덕적 흠결에다 능력도 없는 후보자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다. 참여연대는 "보건복지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심히 우려된다"며 "스스로 사퇴하라"고 주문했다.

"부하직원 나왔는데 어물어물 답변... 자격 있나" 비판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복지병' 문제를 거론한 점을 최우선 부적격 사유로 꼽았다. 이들은 "일부 수혜자들이 정부 지원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하는 현재의 복지정책은 '복지병'을 키울 뿐이라고 밝힌 김 후보자의 주장은 복지재정 확보에 대한 매우 낮은 인식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한정된 복지예산과 정체불명 '복지병', 복지의 비효율성을 근거로 복지확대에 소극적 입장을 밝힌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후보자의 '오락가락' 답변도 '대한민국 복지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와 관련해 바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전재희 의원이 한나라당은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제서야 완화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식의 답변태도를 보였다"며 "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환자를 거절할 수 없도록 조치한 제도다. 따라서 이 제도의 완화는 가뜩이나 심각한 의료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게 복지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보육료 자율화' 입장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국가의 책임과 민간의 역할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밝혔다"면서 "이것은 보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키는 보육료 상승문제에 대해 전혀 고려치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가 복지영역을 시장과 효율, 경쟁논리로 재편하려는 위험한 인식을 보여줬다"며 "양극화가 심각한 현 시점에서 필요한 복지의 확대․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이들은 "김 후보자가 40여년간 복지 분야에서 일해 온 학자로서 전문성과 폭넓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산적한 현안을 풀어갈 적임자인지 알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부하직원들도 나와 있는데 어물어물하게 해서 앞으로 통솔하겠느냐?'는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퇴의 뜻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가 정말 대한민국의 복지확대와 국민 체감 보건복지정책을 갈구한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까지도 아끼지 않았다.

세금탈루에 남의 책 베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잠시 물을 마시고 있다. ⓒ 유성호

이에 앞서 지난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성이 후보자에 대한 세금탈루 의혹과 논문 중복게재, 표절, 신군부의 '사회정화사업'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통합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99년 서울 자양동 주택을 2억6000만원에 구입했으나 행정관서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억5000만원에 구입했다고 신고했다"며 이면계약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토지분을 빼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위증 등으로 추궁이 거세지자 "잘못 신고한 것 같다"고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다.

또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경기도 일산 오피스텔의 임대수입 축소신고 탈세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이 탈세의혹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집중 추궁에 나서자 김 후보자는 "세입자 부도로 임대료를 못 받았다"고 둘러댔다가 "세무사의 실수로 월세 신고가 누락됐다"고 '엎치락뒷치락' 해명을 했다.

장향숙 의원이 "김 후보자가 펴낸 <사회복지 발달과 사상(2002)>은 1997년에 나온 <사회복지의 사상과 역사>, 2001년에 출간된 <영국 사회복지 발달사>를 베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책의 상당 부분이 다른 학자들의 책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며 "표절을 시인하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표절을 시인했다.

또 논문 3편을 8개 학회지 등에 중복 게재하는 '자기표절'에 대해서도 "적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5공정권과 야합한 어용학자?

80년대 공포정치의 상징으로 알려진 '사회정화사업'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당시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81년부터 2년간 학생.노동운동 관련 논문 3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는 81년 7월 성심여대(현 가톨릭대) 논문집에 발표한 '대학생의 서클활동과 현실참여 태도와의 관계규명'이란 논문에서 "급진적.행동적 성격을 띤 교내 서클은 중점적.선별적으로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며 교외서클은 그 성격에 구애받지 말고 모두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대학 안에서 민주화운동을 펴던 학생들을 신군부가 대대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통합민주당의 장복심 의원은 기자설명자료를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김 후보자의 논문은 민주화를 억압했던 신군부의 이론적 바탕을 마련해준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장 의원은 "김 후보자가 5공화국 시절 신군부의 정화사업에 대한 이론적 지침을 제공한 현대사회연구소 소속으로 재직했고 '정화사업 유공' 인정을 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며 "5공정권과 야합한 어용학자"라고 질타했다. 

80년 5월 광주를 피바다로 물들인 전두환정권은 1981년 3월부터 사회정화운동을 펼친다는 명분을 걸고 대외적으로는 조직폭력배와 구악을 소탕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민들을 전방위적으로 통제하는 공포정치의 도구로 활용했다.

국적 포기한 외동딸 건강보험 부당 혜택

또한 김성이 후보자의 외동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헤택을 받아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00년 6월 한국국적을 상실하고 미국국적을 취득한 김 후보자의 딸은 13차례에 걸쳐 모두 11만8000원 가량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민주당 장복심 의원은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추가보도자료를 내고, 김 후보자의 외동딸 김모씨는 86년 3월 김 후보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된 이후 중도 자격상실에 대해 별도로 신고하지 않은 채 건강보험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김 후보자는 미국 유학시절 출산한 딸이 한국과 미국 양쪽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의 딸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에도 호적과 주민등록 말소를 하지 않아 종전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법 9조 '자격 상실의 시기'에 따르면, 국적을 잃은 날의 다음날부터 건강보험 대상 자격이 상실된다. 또한 14일 이내에 건강보험관리공간에 자격변동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고 적시해 두었다. 위반에 따른 벌칙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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