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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전격소환은 특검의 '방패막'?

'특검 수사 끝내기 수순 밟나' 의혹... 특검 "수일 전 소환통보했다"

등록|2008.02.28 20:45 수정|2008.02.28 20:45

▲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 유성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8일 오전 전격 소환돼 현재 9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현재 이 전무를 상대로 e삼성 주식매입 사건을 비롯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그룹 차원의 공모가 이뤄졌는지,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삼성 비자금이 들어갔는지 등에 대해 캐묻고 있다.

황태자의 전격 소환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삼성 측은 "예상보다 빠른 소환"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들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어제 사제단이 특검의 수사에 대해서 비판을 한 뒤 갑자기 이재용 소환 소식이 나와 언론의 관심이 사제단의 비판보다 이재용 소환으로 돌려졌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재용 전무를 소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이재용 전무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e삼성 사업에 신응환 삼성카드 전무와 함께 주도적으로 나섰고 삼성SDS 건과 관련해서도 김인주 사장에게 여러번 전화를 해 자신의 재산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용 전무보다 이학수·김인주나 실질적으로 관여한 핵심 인물들도 여러번 불러야 한다. 그런데 그를 생략하고 이재용 전무를 지금 부른 것은 특검이 형식적인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특검의 행보 굉장히 '정치적'...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닌지 지켜볼 것"

정의구현사제단, 특검 참고인 조사 거부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왼쪽)가 지난 27일 한남동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특검의 참고인 조사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27일 "이렇게 지지부진한 특검이라면 차라리 전문수사기관인 검찰에 사건을 넘기라"며 특검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맡은 제갈복성 특검보가 임채정 · 이종백 · 이귀남 등 뇌물 검사들이 혐의가 없는데 어떻게 소환하냐고 말했고 김 변호사에게 진술서를 팩스로 보내라 했다"며 "'삼성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며 특검에 광범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7일 밤 9시 이재용 전무 전격 소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제단의 비판은 자연스레 묻히게 됐다. 그 대신 이재용 전무 소환 소식이 자리잡았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수일 전 이재용 전무에게 소환 통보해 오늘 나오기로 일정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특검이 공안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굉장히 '정치적'"이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또 "앞으로 특검이 이재용씨를 정말 진정성 있는 의지로 수사하는지,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수 실장은 이건희 회장의 핵심 측근 중 하나로 참고인이 아닌 유력한 피의자로 소환 조사해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특검보도 배석하지 않은 채 4시간 동안 독대했다.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이다. 굉장히 의심스럽고 부적절하게 본다. 이학수가 이건희 회장의 뜻을 전달하고 조 특검의 의중을 받아가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 박 사무처장은 "사제단이 지적한 바와 같이 특검이 수사보안을 이유로 수사 성과나 향후 수사 진행 방향 등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정작 삼성은 수사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단적인 예가 삼성 병원의 증거인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학수 독대 때 수사 종결 방식 관련 묵계 이뤄진 것 아닌지..."

▲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장이 지난 14일 저녁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뒤 차량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4대 사건은 정황 증거가 명백해 삼성이 아니었다면 일반 검찰이 기소했을 사건이라 특검이 이재용 전무를 소환한 것은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 수사를 위한 소환이라 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그를 기획·집행한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를 열심히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장 105일이라는 수사기한, 한정된 인력으로 된 특검은 일반 검찰과 다른데 검찰의 수사 기법, 주변부의 실무자들을 소환해 증거를 잡고 핵심 인물을 소환 조사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특검이 수사 초기에 핵심 인물들을 소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못해 뒤이어 소환된 임직원들이 지록위마(指鹿爲馬) 같은 행동을 하게 했다."

김 교수는 특검이 처음 취했던 수사 기법이 실패를 거두는 상황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인물들의 소환이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 사람들이 순순히 실토할 사람들도 아니고 특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왔나는 걱정이 든다. 지금에 와서는 특검이 수사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학수씨를 불러서 조서도 안 받았다. 그 때 특검과 삼성 간의 특검 수사 종결 방향에 대한 묵계가 이뤄진 것이 아닌가도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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