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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거라 갈매기야, 먼 길 잘 다녀 오너라"

3월 2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갈매기 환송제'

등록|2008.02.29 15:28 수정|2008.02.29 15:28

▲ '갈매기 친구들'은 오는 3월 2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갈매기 환송제'를 연다. 사진은 배정선 작품. ⓒ 배정선


"잘 가거라! 갈매기들아. 이듬해 다시 만나자. 먼 길 무사히 잘 다녀오고 꼬옥 다시 만나."


갈매기 환송행사가 열린다. 5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갈매기 친구들'(회장 배정선)은 3월 2일 오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갈매기 환송제'를 연다. 올해로 13회째.

부산 바닷가 갈매기는 북태평양 오호츠크해나 알래스카 연안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것. 재갈매기와 검은머리갈매기들이 다시 자기 고향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괭이갈매기는 텃새다.

배 회장을 비롯한 '갈매기 친구들'은 갈매기가 날아오는 11월경부터 먹이주기를 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광안리 바닷가를 찾아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준다.

갈매기한테 먹이주기는 오건환(2006년 작고) 부산대 교수와 인연이 있다. 40여년전 광안해변은 소나무와 모래가 많아 새들의 낙원이었다. 그런데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자동차 매연과 오·폐수 등으로 환경이 악화되었다.

광안리 가까이 집이 있었던 오 교수는 친하게 지내던 활어집에 부탁해 버려지는 생선 내장과 죽은 생선을 모아달라고 했던 것. 오 교수는 이들을 모아 갈매기 먹이로 주기 시작했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배정선 회장도 오 교수의 제안으로 먹이주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 매년 11월경부터 아침마다 부산 바닷가에서는 갈매기 모이 주기가 벌어지고 있다. ⓒ 배정선


배 회장은 "오 교수는 '사진촬영을 하면 참 좋을 거예요. 모이 주는 것, 광안리의 환경을 다큐로 좀 담아주면 안 될까요? 광안리 해변을 찾아오는 새의 종류도 담고…'라고 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사람들은 전화나 휴대폰으로 시시각각 연락을 할 수 있지만, 새들은 연락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매일 꼭 안 나올 수 없다"면서 "갈매기들은 6시경부터 모이기 시작하여 도로를 뚫어져라 주시하며 기다린다. 모이 실은 차가 들어서면 환호의 소리로 바다가 들썩인다"고 말했다.

배정선 회장은 "모래사장을 찾는 갈매기는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광안리 해변이 젊음의 꿈과 이상의 해변으로 발돋움하리라는 믿음으로 겨울 바다 새를 맞이하고 또 보낸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겨울 광안리 해변을 수놓았던 갈매기들이 봄이 오기 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각기 자신의 둥지를 찾아 험난한 길에 오르는 것이다. 새로이 예쁜 식구들을 데리고 이듬해 봄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떠나는 것이다. 사랑과 꿈을 가득 담아 작별의 정을 띄우고 싶다"고 말했다.

갈매기 환송제는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오전 10부터 1시간 동안 광안리 파크호텔 앞 모래사장에서 부산 수영구청과 민락씨랜드(옛날충무집), 습지와 새들의 친구, 지하철 광안역 등의 도움을 받아 연다.

'통통배 띄워 갈매기 모이 주기'와 '환송 시 낭송'(김이식·정동렬), 홍연재의 '동화 구연'(꼭! 한 번만!), 푸리무용단과 YMCA 어린이무용단의 춤 공연, 장산민속예술원의 민속공연이 펼쳐진다. 또 강희영의 색소폰 연주와 오카리나 연주(김청수 이귀숙), 토크 송·통기타 공연(김정훈) 등이 이어진다.

백사장에는 김영태·전영근·배정선의 사진 작품 등을 전시하는 설치미술전이 열린다. 지하철 광안역 현관에서는 "겨울바다, 바다새 전시"가 4월 30일까지 계속된다.

▲ '갈매기 환송제'는 올해로 13회째를 맞는다. ⓒ 배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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