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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장례서비스, 잘 따져보고 하세요

상조피해 막을 정부차원의 법규 제정 시급하다

등록|2008.02.29 16:06 수정|2008.02.29 18:13
"아버지가 할머니 앞으로 상조보험 들어두셔서 그 사람들을 불렀는데 광고랑 전혀 딴판인거 있지. 도우미라고 아줌마 둘이 왔었는데 반나절 있었나? 오락가락 하다 시간 됐다면서 가버리고… 염할 때 아버지가 보니 장례지도사라고 온 사람도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설프더래. 영안실비용, 장례식장 사용료, 장의사차 비용… 따로 내야 되는 것도 많고, 도대체 뭐가 토털 장례서비스라는 건지 모르겠더라니까."

"우리는 형제도 적은데다 집안에 어른들도 안 계셔서 혹시라도 상이 나면 도움을 받을까하고 들어 두었거든. 그런데 주변에서 사기를 당했네 돈을 떼었네 말들이 많더라구. 신문, 방송에서도 상조회사 피해가 적지 않다면서 경고를 하고… 겁이 나서 해약을 하려고 하니 위약금 떼고 원금에 50%밖에는 못 돌려준다는 거야."

상조회사 광고가 넘쳐난다 했더니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드디어 상조회사 이야기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다. 대부분 텔레비전 광고만 믿고 가입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서비스 내용이나 비용은 물론 회사 자체의 신뢰도마저 광고 내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팔십 중반을 넘기신 시어머니와 칠순 중반의 친정 부모님이 있는 나도 상조회사 광고를 보고 한 번쯤 전화해 볼까 하는 유혹을 느낀 적이 있다. 핵가족 사회에 살다보니 도움을 줄만한 친인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상은 가끔 가 보았으나 직접 장례를 치러 본 경험도 없어, 막상 큰일이 닥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1년 이내 해약시, 받을 수 있는 납입금은 전무

상조회사 광고는 충분히 마음을 빼앗길 만큼 근사했다. 잘 산다는 미국사람도 죽어서나 타볼 수 있다는 멋진 리무진(장례용)과 함께, 보기만 해도 신뢰가는 호감도 100%의 중견 배우들이 나와 장례의 어려움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큰 걱정을 하면서 여기 당신의 걱정을 덜어줄 좋은 방법이 있다고 소개를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품격 있는 토털 장례서비스를 제공해 드립니다. 골 아프고 어려운 장례절차, 무리한 비용요구, 이제는 걱정 없습니다. 여러분은 가입만 하세요. 나머지는 모두 저희가 알아서 해 드립니다. OO상조, 효의 시작입니다.'

이 정도 되면 저절로 전화에 손이 간다.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누군가 대신해 준다는데, 그것도 1회 납입금 2~3만원이면 원스톱, 토털서비스가 가능하다는데,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어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형제들과 상의를 한 끝에 믿을만한 상조회사에 가입하기로 하고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몇 개의 상조회사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저희는 18년 전통의 회사라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회사구요. 모든 장례비용은 아니구요. 장례식장 이용료와 식대를 제외한 것입니다. 보통 10년(120회)납인데요. 행사 전엔 월납이고 행사 후엔 나머지 금액을 일시 상환하셔야 합니다. 물가상승과도 관계 없습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상을 당하셔도 추가 금액 없이 해 드리구요. 상조이행보증회사 가입이 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납입한 금액은 물론 가입한 모든 서비스를 상조이행보증회사에서 대신해드리니 아무 염려하지 마세요."

정말 아무 염려하지 않고 가입만 하면 되는 것일까?

유명하다는 몇 개의 상조회사 장례서비스를 정리하면 이렇다.

가격 : 200만원 대부터 700만원 대까지 다양. 행사 전 월납 120회 이상.
         행사 후 잔여금 일시납

서비스 :  장례에 필요한 장의용품(수의, 상복, 상청 마련 등)
             장례에 필요한 인력지원(염, 입관, 조문객접대 등)
             장례에 필요한 차량지원(운구차, 장례버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토탈 장례서비스는 아니었다. 병원 영안실을 이용했을 경우 접견실료와 시신안치실료, 음식료는 따로 지불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병원 영안실과의 잡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결혼식을 할 때 식장을 빌려주는 예식장 측에서 화장과 드레스 사진 등을 외부에서 한다고 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거나 불편을 주는 행위와도 유사하다.

또 저축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중도해지시 금전적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은행의 저축과는 달리 서비스 이용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대한 보장 및 초기영업비, 수수료 등 운영관리비에 소요되는 비용을 회원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7일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에 의하면 납입 후 1년 이내 해지시 해약환급금은 전무하며 2년 6개월 이상 납입했을 시에 50%를 돌려 받게 되어 있다. 완납 후 1년을 경과해야 비로소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니 이 부분도 꼭 살펴 볼 조항이다.

▲ 표준해약환급율표 ⓒ H상조


무수한 상조회사가 생겨났다 사라지며 이에 대한 피해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회사의 도산이나 폐업에 대해 어떤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상조회사 상담원은 가입자가 낸 모든 금액에 대해서 가입한 모든 서비스에 대해 이행이 보장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공정위자료에 의하면 이행보증업체가 위의 상조회사들을 대신하여 제공할 수 있는 상조서비스의 규모는 고객들이 납부한 총 금액의 1.5% 또는 1.4%에 불과하다고 한다(보람상조개발(주) : 1.5%(2006.12월말 기준), (주)우리상조 : 1.4%(2007.6월말 기준) ).

일부 상조회사는 생산물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회사의 도산이나 폐업에도 안심하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공정위 조사결과 그것 역시 장례서비스에 이용되는 상복이나 수의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책임보험이니 이행보증이니 하는 말만 믿고 가입을 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

가입자 피해 최소화할 법규 제정 필요

부모님을 생각해 상조상품을 알아보았지만 알아보는 과정에서 가입의사가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맡길만한 상조회사는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상조회사가 생기기 시작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립허가제, 영업보증금 공탁, 선수금 보전조치, 표준약관 사용을 법률(할부판매법)로 정해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다.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핵가족화에 따라 다단계회사든 보험사든 상조상품의 필요성과 인기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말 상조회사 가입자가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본격적인 광고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입자 수까지 따져본다면 실제 가입자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고 앞으로도 가입자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상조회사에 의한 피해가 불보듯 뻔하고 피해자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는데도 정부의 조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유형과 예방요령을 알려주는 등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약관을 위반하거나 공정거래법, 광고심의법 등을 위반한 해당업체에 약소한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근본적인 위험을 바로 잡지 못한다.

더 많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상조회사를 규제하고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법규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 역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시급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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