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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조각은 이상득 부의장 몫이었나? 이력서 검토했던 인물, 차관 자리에 안착

1월 30일 <오마이뉴스> 사진 보도, 실제 인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등록|2008.03.02 21:00 수정|2008.03.03 08:56

▲ <b>이 사람 것 좀 봅시다</b> 지난 1월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이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을 찾아가 '교육과학부'라고 적은뒤 몇몇 인사들의 이름을 메모하자, 이 부의장이 '박종구'라는 이름을 지목하는 모습. 권 의원은 주머니에서 그의 이력서를 꺼내 이 부의장에게 그 자리에서 전달했다. ⓒ 이종호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3·5선·포항남·울릉) 국회 부의장이 이력서를 검토했던 인사가 새 정부에서 해당 분야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에 따라 '이상득 부의장이 새 정부의 조각을 도맡아 한다'는 비판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부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과 필담을 나누다 한 인사의 이름을 지목해 그의 이력서를 받았고, 그 인사의 이름 주위에는 부처와 직위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정황상 이 부의장이 그를 차관으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박종구, 이상득 부의장이 지목해 이력서까지 살펴

▲ 지난 1월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건네준 박종구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이력서를 읽고 있다. ⓒ 이종호

지난 1월 30일 이 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통의 이력서를 살피는 모습이 <오마이뉴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종구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것이었다.

박 전 본부장은 지난 달 29일 치러진 새 정부 15개 부처 장·차관급 인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에 기용됐다.

박 전 본부장은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자의 막내아들이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정황상 이미 이 부의장은 당시에 그를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으로 염두에 두고 새 정부에 추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력서를 읽어볼 당시 이 부의장은 '친 이명박' 성향인 권철현 의원과 필담을 주고 받던 중이었다. 권 의원이 이 부의장에게 '교육과학부'라고 적은 뒤 몇몇 인사들의 이름을 적어주자, 이 부의장이 박 전 본부장을 가리켰고 권 의원에게서 그의 이력서를 받아봤다.

박 전 본부장 이름 옆에는 '차관'이라는 말도 써 있었다. 실제 장·차관급 인사 결과와 당시 메모에 적혔던 이름과 부처, 직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권 의원은 안주머니에 박 전 본부장 것 외에도 여러통의 이력서를 갖고 있었다.

박 차관 "이 부의장 쪽에 이력서 건넨 적 없다"

당시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이 부의장이 사실상 새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의장이 지목했던 인사가 실제 차관에 기용된 사실이 밝혀져, 또 한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보도 이후, 박 전 본부장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상득 부의장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이 대통령 쪽에) 이력서를 건네 준 적도 없다"고 직접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부의장의 총선 단수 공천을 놓고도 진통이 있었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5선에 고령인 이 부의장의 공천을 확정할 경우, '친 이명박' 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물갈이'의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부의장은 공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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