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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 삼색 주말드라마, 알고보면 '붕어빵'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27] 재벌 단골소재를 통한 식상한 이야기 전개

등록|2008.03.03 10:09 수정|2008.03.03 10:09

▲ 재벌가의 이야기가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주말드라마 ⓒ KBS

요즘 주말 안방극장이 행복하다. 각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모두 하나같이 시청자들 시선을 붙잡을 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KBS2 <엄마가 뿔났다>(토·일 저녁 7시55분)는 김수현 극본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으며, SBS <행복합니다>(토·일 저녁 8시45분) 역시 김정수가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MBC <천하일색 박정금>(토·일 저녁 7시55분)도 배종옥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첫 방송을 마친 세 드라마 모두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엄마가 뿔났다>는 김수현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톡톡 튀는 캐릭터들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행복합니다>는 경쾌하면서도 주인공 가족으로 등장하는 두 집안을 절묘하게 대비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천하일색 박정금>도 아버지의 바람으로 어머니와 힘들게 살지만 밝은 박정금(배종옥)과 그의 일(형사), 사랑에 대해 경쾌한 리듬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MBC 주말드라마가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천하일색 박정금>은 MBC에게는 효녀나 다름없다.

<엄마가 뿔났다>와 <행복합니다>는 각각 20%대 후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천하일색 박정금>도 20%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지금, 세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따지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우리나라에 재벌이 그리 많은가?

▲ 드라마 속 가족들은 경제적인 차이로 부를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은 가족과 넉넉하지 않지만 행복한 가족의 모습으로 늘상 대비된다. ⓒ SBS

세 드라마 모두 재벌이 등장한다. 경제력 차이는 어느 정도 있지만 재벌의 등장은 극의 주요 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영미(이유리)와 정현(기태영)의 결혼은 재벌집과 서민가정의 경제력 차이로 인해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재벌집인 정현의 어머니 고은아(장미희)가 집안 차이와 문화적 수준 차이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영미는 고은아의 우아한 독설에 밀려 결혼을 일단 정지했고, 유미와 정현의 결혼으로 인해 두 집안은 평화롭지 못하다. 아직까지는 그 문제들이 전면에 나오진 않았지만 둘의 사랑으로 결혼을 감행하고자 했을 때 분명 두 집안의 어머니들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행복합니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서윤(김효진)과 준수(이훈)가 남몰래 사랑을 나누었고, 준수는 서윤이 재벌 2세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후 둘의 사랑이 삐그덕 거렸지만 준수는 그것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준수의 존재를 안 서윤네는 당연히 반대를 하고 나섰고, 서윤의 어머니 이세영(이휘향)은 급기야 준수를 불러 놓고 물세례를 가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역시 반대의 이유는 경제적 차이이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에둘러 문화적 차이를 내세운 반면 이세영은 그녀의 딸 서윤에게 돈이 이 세상에 최고라며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에 사로잡힌 모습을 선보였다.

<천하일색 박정금>은 조금은 다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박정금(배종옥)의 가족 아버지 박봉필(박근형)이 가정부와 외도를 하고, 본처(나문희)와 이혼하고 가정부인 사여사(이혜숙)와 결혼을 감행했다. 그리고 사여사는 풍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딸 사공유라(한고은)를 좋은 집으로 시집을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남편의 재산을 탐하고 있다. 여기서 사여사가 박봉필과 결혼을 한 이유도 돈이다. 그녀 또한 대놓고 돈에 욕심을 부리며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주말드라마에는 재벌이 많이 등장하는 것일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종영한 <겨울새>와 <황금신부>에서도 재벌이 등장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재벌이 얼마나 되길래 심심하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재벌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에서 쉽게 갈등을 야기하고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좋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재벌 2세와 신데렐라 식의 스토리가 지겹고 식상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재벌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결혼문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결혼이란 제도를 남녀의 결합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고은아가 말했지만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에 이르게 될 때 서로 모르던 양쪽 집안이 만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이라고 생각해 양쪽 집안이 여러 모로 비슷한 수준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나. 며느리는 아들보다 못한 집안에서, 사위는 딸보다 좋은 집안에서 얻어야 잘 산다는 그 말.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그것인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세 드라마에서 비슷비슷한 재벌들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의 사랑과 결혼의 갈등을 조장하는 장치로써 사용되는 것은 식상하다. 굳이 재벌이 아니더라도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을 그리는데 다른 요소들을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늘 재벌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가정의 모습을 대비하고 주인공들의 험난한 결혼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기를 얻고자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 아닐까?

더욱이 종국에 험난한 과정을 겪고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 그리고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것마저 극복함으로써 두 가정의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 낼 것이다. 즉 두 사람의 결혼으로 두 가정이 평화로움을 얻게 됨으로써 "세상에는 돈보다 인간의 사랑이 더 위대하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헌데, 이 결론을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가 교훈적일 필요성도 있고 각박한 세상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도 좋지만 너무나 교과서적인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은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돈이 이 세상에 최고는 아니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종영된 <굿바이 솔로>에도 재벌집이 등장하긴 했지만 주말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전형성을 띠지는 않았다. 재벌집 자식과 일반 가정 자식의 사랑과 결혼으로 가치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이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했다.

특히 미영할머니(나문희)를 위주로 이혼녀 영숙(배종옥)과 미리(김민희), 민호(천정명)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사랑으로 한 가족이 되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줬다.

재벌 어머니들은 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혔을까?


▲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재벌 사모님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 IMBC

이처럼 주말드라마에서도 굳이 재벌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리려고 한다면 결국 비슷비슷한 드라마를 양산해내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재벌 집들은 이상하게도 늘 몰인정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이들밖에 없다.

대게 재벌하면 재벌 2세들이 한곁같은 모습이었다. 능력은 있지만 싸가지가 없고 이기적인 이들이면서 한편으로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순정파였다. 하지만 재벌 2세들은 조금씩 캐릭터가 변화되어가고 있다.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사공유라가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재벌 2세로 등장한다면 <행복합니다>에서는 박상욱(이종원)이 냉정하면서도 감정적인 인물로, <엄마가 뿔났다>에서 정현은 바른 생활 사나이의 모습을 선보인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재벌집 안주인들이 그러하다. 아들 혹은 딸의 엄마들은 여전히 속물근성이 다분한 여성들이다. 세 드라마 속 어머니들인 고은아, 이세영, 사여사는 모두가 몰인정하다. 아니 사이코기질이 다분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자식들의 결혼에 목숨을 건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처럼. 물론 세 드라마 속 어머니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다. 고은아는 우아함을 잃지 않고 우회적으로 속물근성을 드러내고, 이세영과 사여사는 드러내놓고 속물근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더라도 속물근성이 공통분모라는 점은 유치한 설정이 아닐까. 아무리 우리 사회가 부를 축적한 이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고 해도 한곁같이 속물근성을 담아내는 것은 진부하다.

오히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드라마를 선보인다면 재벌들의 사회적인 편견도 벗겨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굳이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좀 더 악랄하게 못되게 그리는 것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못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좀 더 주말드라마도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을 통해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드라마 한 편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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