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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르다

이원철 홍경미 2인전 '사진. 풍경을 읽다' 개최

등록|2008.03.03 12:00 수정|2008.03.03 12:00
예술은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모방하거나 제의적인 기능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르네상스시기를 거치고 사진발명 이후에는 사실적인 재현이나 제의적인 기능에서 탈피하여 작가의 세계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최종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풍경 사진도 사진사 초기에는 작가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결과물보다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미국의 스트레이트 포토운동과 유럽의 아방가르드 사진 이후부터는 모더니즘(modernism) 사진가들에 의해서 웅장한 자연풍경을 찬양하고 숭배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작가들의 미적 주관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풍경사진이 생산되었다.

그 후 1970년대부터는 순수자연풍경 외에도 인간에 의해서 변형된 풍경과 인공물로 이루어진 도시풍경이 풍경 사진의 소재가 되었다. 즉 문화적인 풍경과 현대성을 반영하는 풍경이 중요한 표현대상이 된 것이다.

현대사진에서 풍경 사진은 단순히 탐미적인 세계관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과학적인 태도에서 특정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분석하고 검토한 이후에 생산한 최종 결과물이다. 작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을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주관을 좀 더 강조하고 확대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에 기획된 '사진. 풍경을 읽다'전에 참여한 이원철, 홍경미 두 젊은 작가도 풍경을 단순히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서 보여주기보다는 각자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풍경을 해석하고 재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 사진.풍경을 읽다. ⓒ 이원철


이원철은 카메라메커니즘과 컬러필름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자신이 관심을 갖고 바라본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자신의 섬세한 감수성과 컬러감각 그리고 표현대상의 외형적인 느낌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보는 이들의 이성과 감성을 깊이 있게 자극하는 최종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특히 작가의 풍경 사진은 사진매체의 특성이 만들어낸 외형적으로 보이는 낯섦이 작용하여 감각적인 느낌으로 보는 이들의 내밀한 감정을 흔든다. 그것은 작가가 카메라의 메커니즘의 특성을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빛을 누적하여 창조적인 컬러와 독특한 조형언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성과 감성을 모두 흥분시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 사진.풍경을 읽다. ⓒ 홍경미

홍경미는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의 느낌이 다분히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사진 찍기를 한다. 그 결과 작가 자신이 사용하는 표현매체의 특성과 표현대상의 의미가 잘 조화되어서 최종 결과물의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다. 그래서 최종결과물의 내용과 형식이 서사적이면서 역사와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데 작가의 세계관을 강요하기보다는 결과물 자체가 스스로 말하게 한다. 작가는 보는 이들이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동화되도록 표현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현란한 수사법을 동원하지 않는 것이 작가의 전략이다. 이미지 스스로가 사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이 프린트된 용지의 느낌과 작품의 내용이 유효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작가만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영상언어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작가만의 새로운 영상문법이 결과물에서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풍경을 표현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와 표현방식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또 다른 조형질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들의 개성적인 의식체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2008년 3월 5일 ~ 3월 18일 아트비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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