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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고생한 사람들을 위한 소개서

김형경의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

등록|2008.03.03 15:12 수정|2008.03.03 15:49

▲ 책사진 ⓒ 예담

세상에서 제일 얻기 힘든 게 사람 마음이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마음 꼴도 제각각이라서 이해하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다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을 알려고 애를 쓰고 귀를 기울이는 게 어려운 나머지 귀찮다는 핑계로 마음 문을 덜컥 닫기도 한다. 또, 지난날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다가 아팠던 기억이 마음 전하는 일을 막는다.

누군가에게 속았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다가도 골똘히 생각해보면, 내 마음 내가 모를 때가 있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누구를 알리요.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본 사람이라면 김형경씨가 쓴 <사람 풍경>(2006.예담)이 반가울 것이다. 이 책은 사람 마음을 세세하게 감정별로 나누어 풀어놓고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마음이 그려내는 여러 가지 모습을 재미있게 실었다. 지은이가 여행하면서 겪은 감정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솔직한 이야기들은 소설가답게 맛깔나고 진솔한 내용만큼 감동이 온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장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생득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들을 소개한다. 사랑뿐 아니라 분노, 불안 같이 유아기부터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들. 두 번째는 그 감정들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예로 아기 때부터 우리는 불안이나 공포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분열, 투사, 동일시 같은 생존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두 장이 유아기에 만들어지는 미숙하고 왜곡된 성정들이라면 세 번째 장은 성인이 된 뒤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성취해야 하는 좋은 덕목들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을 꺼낸다. 자신의 콤플렉스,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지난 날, 감추고 싶었던 감정 등을 드러내며 털어놓는다. 그리고 훗날 한 시기동안 정신분석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던 여행과 함께 마음 깊숙하게 숨겨둔 자신의 상처들을 꺼낼 수 있었던 정신분석을 가장 잘 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정신관련 진단이라면 찜찜한 인상을 갖고 있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놀랄 일이다.

전문성 깊은 얘기를 이렇게 쉽게 읽히는 까닭은 지은이의 솔직함 덕분이다.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아픔과 어린 시절 간직한 기억들, 자기가 정말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 우울까지 고백하는 책은 소설 읽는 기분이 들면서 공감이 간다. 사람은 저마다 달라도 다 닮았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갈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러 결들들 쓰다듬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이 책은 모든 여행자에게 향하고 있기에.

이 책을 모든 여행자들에게 바친다.
이국의 거리를 걷거나,
길고 긴 인생을 걷거나,
마음의 미로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 여는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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