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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벽, 잠긴 창문, 속옷 반입 불가...변함없는 외국인보호소

국가인권위, 10개 외국인 보호·교정 시설 방문 조사

등록|2008.03.04 10:32 수정|2008.03.04 10:32
외국인 노동자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난해 2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이후 외국인보호시설은 얼마나 변했을까. 

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인권위)의 대답은 '개선 미흡'이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인권위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전국 10개 외국인 보호시설과 교도소를 방문한 결과다.

인권위는 4일 청주·서울·부산 등 외국인보호소 8곳과 청주여자교도소 등 2개 교도소 등을 방문한 결과를 토대로 "외국인 보호시설의 외국인 보호정책과 보호시설 내 처우 등이 미흡하다"며 외국인 수용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의 방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보호시설에는 외국인의 도주를 방지할 목적으로 이중벽을 설치하고 외부와의 창문을 거의 폐쇄되어 있었다. 내부 환풍기와 실내조명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환풍기나 실내조명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시설이 많았다.

또한 보호소 내의 외국인들이 의료시설, 운동장, 면회실 등은 사용을 위한 허가를 필요로 하는 등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했다. 시설 안의 책도 마음껏 볼 수 없었고, 정수기 등 사용이 빈번한 물건은 통행이 제한된 복도에 설치된 탓에 철문 밖으로 손을 뻗어 물을 마셔야 했다.

외국인 보호시설 대부분은 속옷 등 생필품 반입도 제한되어 있었다. 인권위는 "어떤 시설에서는 여벌의 속옷 반입이 허용되지 않아 외국인이 밤에 속옷을 빨아서 아침에 갈아입어야 했다"며 "보호복도 한 벌만 지급되어 옷을 갈아입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모포 하나를 여러 사람이 쓰고 난 뒤에야 세탁하는 등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이 외에도 일부 보호시설에는 거실 안에 CCTV가 2~3대씩 설치되어 외국인의 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됐고, 일부에서는 여성 거실의 CCTV를 남성이 모니터링 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또한 한국어 사용 강요, TV 시청 외 여가 활용 방안 미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보호'시설, 아니면 '수용' 시설?

인권위는 "보호시설 내 외국인에 대한 처우가 '보호'에 적합하지 않았다"면서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명백하거나 도주의 우려, 공공에 위협이 있을 때 보호해야 하지만 법무부는 강제퇴거 대상자 조사나 대기 기간까지 보호하는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또한 "외국인 보호는 형벌적 요소가 없는 행정 활동이지만 실질적으로 인신의 자유를 제약하는 체포나 구속 등과 동일한 효력을 내고 있다"며 "따라서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권리보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와 같이 외국인이 보호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수용 타당성이나 기간에 대해 이른바 '수용실질심사' 등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미순 인권위 차별시정본부 이주인권팀 조사관은 "법무부가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굳이 외국인을 보호해야 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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