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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삶터 한복판에 산업도로 뚫지 마라

[배다리 산업도로 반대 천막농성] 다섯째 날, 2008년 3월 3일

등록|2008.03.04 19:17 수정|2008.03.05 10:38

산업도로 공사터지금 이 동네 소음측정도는 75데시벨이 넘습니다. 그런데 소음을 더 많이 일으킬 수밖에 없는 산업도로를 또 뚫으려고 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골목집 바로 옆에 고가도로를 지으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 최종규


2월 28일 (목) - 인천시청 앞 항의집회 / 산업도로 예정터에 천막 놓음
2월 29일 (금) ∼ 3월 2일 (일) - 천막농성
3월  3일 (월) - 1구간 공사강행을 막아서는 주민항의 / 종합건설본부장 천막 방문

산업도로 문제

인천시는 '신흥동 삼익아파트와 신광초등학교' 앞부터 '동국제강'에 이르는 곳에 '너비 50∼70미터짜리 산업도로' 놓기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 산업도로가 중구와 동구를 둘로 쪼개버리는 한편, 엄청난 소음과 먼지를 일으켜서, 인천 젖줄인 중·동구 삶터를 무너뜨린다고 걱정을 하며, 공사강행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런 주민 걱정과 목소리는 한 마디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주민 면담'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채 '공사강행 통보'만 공문서 한 장으로 보냈을 뿐입니다. 이리하여 '산업도로를 반대하는 중·동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인천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면서, 다시금 이 산업도로 공사강행을 멈추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인천시장은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가운데 홍준오 건설교통국장 면담만 이루어졌습니다. 이때, 건설교통국장은 인천시장과 종합건설본부장 이야기만을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주민과는 담을 쌓고, 주민이 살아가는 삶터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며, 주민들 생각은 무엇인지 듣지 않고, 주민들이 걱정없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찾아보려는 대안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동구 주민들은 '산업도로 무효화'가 될 때까지 맞서 싸우면서, 인천시가 저지르는 온갖 문제를 성토하면서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강행 항의위(인천시장)에서 강행지시가 내려왔으니, 우리는 따른다고 하면서 공사를 밀어붙이는 현장 일꾼들한테 항의를 합니다. ⓒ 최종규


종합건설본부장

3월 3일 13시 07분, 종합건설본부장이 천막에 찾아와서 다음 네 가지를 말했습니다.

(1) 산업도로는 꼭 내겠다.
(2) 산업도로는 지하로 낼 수 없다.
(3) 돈이 얼마가 들든 딴 대안을 내놓으면 토론자리는 마련한다.
(4) 이 세 가지를 안 따르면 중·동구 주민 고소고발 한다.

종합건설본부장은 주민들 생각과 뜻을 들을 마음이 없이, 오직 자기 주장만 되뇝니다. 우리가 반대를 하는 뜻과 중·동구 살리는 길을 마련하라는 이야기에는 아무 답변이 없습니다. 돈으로 주민을 갈라놓으려고 하며 우리들을 더욱 화나게 합니다.

"딴 대안을 내놓으면 토론자리 마련한다"고 말을 하는데, 벌써 지난해 가을부터 올 2월까지, 이곳에 산업도로가 아닌 '어린이도서관-도시텃밭농사 체험마당-공원'을 꾸미면 좋다는 대안과 함께, 배다리 골목집들을 조금씩 손질해 지난날 우리 삶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생활사박물관 마을'을 가꿀 수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대안을 내놓을 때마다 한 번도 귀담아듣지 않고는, 또다시 '대안 타령'을 하면서 여론을 비틀고 있습니다.

예산낭비와 행정낭비를 하는 인천시가, 주민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는커녕, 주민을 고소고발한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더욱이, 솔빛주공·송현아파트·누리아파트 옆으로 고가도로를 강행한다는 뜻을 더욱 단단히 밝히면서, 주민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집터 옆 제철소, 제강소, ...인천 동구에는 제철소도 있고 제강소도 있고 중공업공장도 있고 화학공장도 있고 비료공장도 있고 동일방직도 있고, 얼마 앞서까지는 유리공장도 있었습니다. 이들 온갖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으로도 창문 열어 놓고 살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가운데 또다른 산업도로를 내려고 하니, 주민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반대를 합니다. ⓒ 최종규


인천 중·동구 문화와 삶터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말합니다. 그리고 온몸으로 살아갑니다. 금곡동 사람으로, 창영동 사람으로, 송림동 사람으로, 송현동 사람으로, 신흥동 사람으로, 율목동 사람으로, 숭의동 사람으로, 화수동 사람으로, 화평동 사람으로, 만석동 사람으로. 또한 배다리 사람으로 살며, 인천 사람으로 삽니다. 나아가 한국 사람으로 삽니다.

이 땅, 인천 중구와 동구는 인천을 키워 온 젖줄이며, 인천에 터 내리며 살아온 우리들 모든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곳임을 외칩니다. 우리 삶터는 종합건설본부장 말마따나, "이거 강제로 포크레인 가지고 와서 때려 부수면 그만이라니까"하는 위협과 협박으로 깡그리 때려 부술 수 있는 인터넷게임판이 아닙니다.

또한, "돈이 얼마 들어갈지 모르지만, 돈에 구애받지 말고 해 주겠다잖아"하는 사탕발림으로 우리들 추억과 손때와 다리품과 피땀이 깊이깊이 배어 있는 골목길과 골목집을 싹 쓸어내 버리면서 메마르고 으스스한 시멘트 나라로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종합건설본부장이 말하는 '돈'은 우리 '세금'이잖습니까.

고단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포근한 보금자리인 우리 인천 중·동구입니다. 지금은 비록 새벽같이 서울로 일 나가고 밤늦게 집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 집이라는 곳이 그예 잠만 자는 곳, 그래서 집값이 오르면 얼른 팔고 다른 넓은 평수로 옮겨가면 그만인 곳처럼 나뒹굴고 있습니다만, 우리들 살아가는 집이라는 곳은 우리한테 얼마나 축복이 되는 터전이며, 우리한테 얼마나 샘물처럼 맑고 싱그러운 새 힘을 북돋워 주는 쉼터입니까.

지금 형편으로도 우리 중·동구는, 인천제철과 동국제강뿐 아니라 곳곳에 수없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공장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와 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인천 중·동구에 암 환자 많고, 아토피 앓는 이 많으며 여름 겨울 없이 감기에 자주 걸리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축농증 환자가 왜 많습니까.

이제는 유리공장은 옮겨갔으나 화학공장과 중공업 공장은 그대로 있습니다. 배다리 한복판을 꿰뚫는 산업도로가 아니더라도, 벌써부터 지어져 있던 다른 산업도로로 오가는 컨테이너차와 큰 짐차는 얼마나 많습니까. 이 큰 짐차는 시내 한복판을 버젓이 가로지르면서 우리 숨을 막히게 합니다. 간접살인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다시 새로운 산업도로를, 그것도 너비 50∼70미터짜리 길로 뚫는다고 하니까, 그러면서 서울에서는 하나둘 없애고 있는 고가도로를 이곳 중·동구를 가로지르는 산업도로라면서 올려붙이려고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정책입니까.

예산낭비에다가 행정낭비로 치닫고 있는 '인천도시엑스포'를 치르려고 어마어마한 돈을 날리지 말고, 또 세계사람들이 인천에 와서 온통 시멘트로만 발라놓은 건물만 보면서 끔찍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며, 오랜 문화와 역사가 깃든 고즈넉한 중구와 동구를 제 모습을 살려 주어야 합니다.

안타까운 역사이지만, 식민지 개항기를 맞이하면서 지어진 집들은 이제 와서는 지나간 우리 역사를 되짚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어 줍니다. 수도국산에 있는 '달동네 박물관'과 이 박물관 둘레로 넓게 자리잡으며 예전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들 40∼70년대 살림집, 또 양조장 건물, 또 중국사람 집, 또 일본사람 집, 또 서민들이 조그맣게 꾸민 골목집, 또 골목골목마다 흙 한 줌 옮겨와서 고이 가꾸고 있는 스티로폼 꽃그릇 들은, 우리 옛 도심지 중구와 동구가 '살아숨쉬는 생명체와 같은 도시'임을 보여줍니다.

공사 강행 막아서기주민들은 강행되는 공사를 막으려고 온몸을 던집니다. ⓒ 최종규


프랑스 골목길도 훌륭하지만, 대한민국 인천시 중구와 동구 골목길도 훌륭합니다. 쿠바 도시생태농업도 훌륭하지만, 대한민국 인천시 중구와 동구 텃밭농사와 스티로폼 꽃그릇 농사도 훌륭합니다. 골목집 어르신들은 새벽·아침·낮·저녁 내내, 골목길에 떨어진 휴지가 있으면 손수 줍고 비질을 하여 언제나 말끔하게 간수합니다. 눈이 와도 당신들 스스로 손이 얼어붙으면서 골목길 눈을 치웁니다. '자주'와 '자립'과 '자치'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한테 고유한 삶을 가꾸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름아닌 '우리 삶과 고유함을 깨뜨리려는 책상물림 행정'을 막아서려고 합니다. 우리가 더욱 살기 좋고 포근하도록 감싸거나 돌보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주민하고 동떨어진 인천시'를 꾸짖고 나무라려고 합니다.

천막농성산업도로 예정터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을 합니다. 24시간 불을 밝히면서. ⓒ 최종규


지난 2월, 인천시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려서, '산업도로 공사비'로 벌써 950억을 썼다고 말합니다. 지난 1월에는 '800억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이 공사에 얼마나 큰돈이 더 들어가야 하는가요? 얼마나 끔찍한 예산낭비가 이루어져야 하는가요? 이때까지 이렇게나 많은 돈을 내버리게 한 잘못을 묻고 싶지 않습니다. 벌써 1000억원에 가까운 우리들 세금을 길바닥에 쏟은 꼴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돈은 산업도로를 닦으려고 하면서 골목집 철거를 할 때 땅값 보상으로 많이 들어갔고, 그동안 땅값이 부쩍 올라서 시는 오히려 이렇게 넓은 곳을 적은 돈으로 주민한테 사들인 셈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너른 땅에다가 무엇을 지어야 할까요. 또다시 아스팔트 찻길만 닦아야 합니까? 중구와 동구 시민들, 더욱이 인천시민들, 게다가 인천을 찾아오는 다른 곳 사람들이 마음 푸근히 쉬면서 인천다운 인천을 맛보면서 푸른하늘 푸른바람을 쐴 수 있는 '쉼터(공원)'를, 인천 문화와 역사를 느끼며 지역주민들이 책 하나 읽으며 배우고 세상을 올곧게 내다볼 눈을 틔우는 '배움터(도서관)'를, 일찍이 알뜰살뜰 가꾸어 오고 있는 텃밭농사를 아이들한테도 물려주고 이어줄 수 있는 ‘살림터(생태농업체험마당)’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쉼터와 배움터와 살림터가 바로, 2008년 오늘날 우리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또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바라거나 나아가려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천막농성은 이어집니다. 옛 문화극장 자리, '문화사우나' 옆, 산업도로 예정터 한켠에 천막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이곳으로 찾아와서 우리 인천 이야기를, 삶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리고 인천에서 우리 주민을 무시하면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는 공사강행을 서로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막아냅시다. 지금 인천시는 모든 구간에 걸쳐서 '공사 강행 지시'를 내렸습니다만, 우리가 똘똘 뭉쳐서 이런 허튼 움직임을 막아내면, 우리 동네는 한껏 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습니다. 한결 아름답고 웃음꽃 넘치는 동네가 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 시민모임 인터넷방(http://cafe.naver.com/vaedari)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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