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한항공 최광진 과장, 타살 흔적 없다"
유가족·대책위 "받아들일 수 없다"
▲ 남편인 고 최광진씨가 2007년 7월 10일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하자 부인인 정은영씨는 김해공항 국내서 청사 안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1인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자살이냐 타살이냐 논란을 빚어온 고 최광진 과장(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사망사건에 대해 검찰이 “타살 흔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가족과 ‘대한항공 고 최광진 과장 의문죽음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최근 부산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이 같은 통지를 받았다. 유가족 측은 수사 경찰 등을 상대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변사체검시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던 것.
고 최광진 과장 사건이란?
고 최광진 과장은 지난 해 7월 10일 낮 12시 20분경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고 최 과장이 정비공장 지붕에서 추락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처리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부검도 하지 않고 3일만에 사체를 화장해 장례를 치렀다.
유가족들은 장례 이후 고인의 죽음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부인은 둘째를 임신한 채 김해공항 국내선 청사 안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였다. 오랫동안 1인시위를 벌였던 부인은 지난 해 10월말 둘째를 순산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비롯한 2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해 8월 대책위를 구성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기도 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측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인권위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고 최광진 과장의 유가족들은 지붕 위에 놓은 구두에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며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고 최광진 유가족
여러 의혹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검찰은 고소고발 5개월여 만에 결과를 통지했다. 자살이라면 고인이 유서를 남겼을텐데 유서가 없었다는 의문에 대해, 검찰은 “컴퓨터를 압수수색한 결과 유서는 없고, 고인의 회사 메일은 이미 삭제(퇴사 후 2개월만 보관)되어 있었으며, 경찰은 자살이라도 유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망 동기에 대해, 유가족들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족들은 고인이 업무과중에다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주장했던 것.
이에 대해 검찰은 “고인은 업무가 많고, 다른 직원에 비해 업무상의 통화가 많았으며 업무로 인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업무와 직접적인 스트레스가 자살의 직접 동기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폭행이나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변사체가 발견되기 전 옥상에 대한항공 복장을 한 남자가 올라가서 아래를 보고 있었다는 증인이 있어, 옥상에 시신을 가지고 올라가 밀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
얼굴이나 턱이 찢어진 상처 등이 타살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검안 의사가 추락사에 의한 골절과 상처라고 하며, 서울대 법의학 교수의 감정서에도 추락에 의해 생긴 상처라는 의견을 종합해 볼 때 타살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측은 “신분증 등 유품의 위치가 변경되고 시계줄과 도장이 교체되어 타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사고 현장에 사람이 많아 유품을 시신 주변에 놓았을 가능성이 있고,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이 분리되었을 수 있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유품의 위치가 바뀌어 사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이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지붕에 안전화 대신 구두가 놓여 있었던 것에 대해, 검찰은 “대한항공 직원들은 고인이 당일 안전화를 신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의혹을 일축했다.
또 유가족들은 “정상적으로 옥상을 올라가면 구두 바닥에 흰 페인트가 묻지만 지붕에서 발견된 구두에는 목 부분까지 흰 페인트가 묻어 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묻힌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페인트가 구두 목 부분까지 묻은 이유는 확인할 수 없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조작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사고가 난 건물의 지붕을 비추는 CC-TV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자료 재생 등을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를 압수했으나 고장이 나 있었다. 고쳤더니 2006년 5월 1일까지만 재생이 가능했고 이후는 확인 불가였다”고 밝혔다.
▲ 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대한항공 고 최광진 과장 의문죽음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유가족들은 서울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류승택
대책위는 검찰의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고소고발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통보를 해왔다”면서 “검찰은 핵심 부분에 대해 추정하는 부분이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유가족이 검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날은 지난 달 25일이었는데, 대한항공 관계자는 나흘 앞선 21일 유가족한테 전화를 해서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면서 “검찰은 유가족 측에서 낸 자료는 인정하지 않고 대한항공 측에서 낸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결과가 정리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가족과 대책위 측은 변호사 등과 함께 검찰의 처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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