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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전남 진도 의신면 접도에 있는 웰빙등산로를 찾아

등록|2008.03.06 08:11 수정|2008.03.06 09:31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 서종규



등산을 하다 보니 참 신기한 등산로가 있지 뭡니까? 산을 오르다가 바닷가를 걷고, 바닷가를 걷다가 산에 오르고, 그것도 산에 올라 멀리 다도해를 구경하다 실제로 바닷가에 내려가서 수평선이며 몽돌이며 해식애까지 구경하며 걷는 산행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등산을 그렇게 많이 해 보았지만 이렇게 신기한 등산로는 처음입니다. 보통 등산은 산 아래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능선이나 봉우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능선을 따라 다른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내려오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이 등산로는 정상에 금방 오릅니다. 높이가 고작 150m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능선을 따라 쭉 걷다가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바닷가에 다다르면 너무 좋잖아요. 모두 신발을 벗고 물에서 한참 동안 놀다가 다시 신발을 신고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산에 오릅니다. 산을 약간 오르다가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이번엔 갯바위를 걸어갑니다. 한참 동안 걷다 보면 다시 백사장이 나타나게 되고, 백사장에서는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등산을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산에 올라 원래 출발지에 도착합니다.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 서종규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 서종규



3월 1일(토) 오전 8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36명은 전남 진도에 있는 접도 웰빙등산로를 찾아 광주를 출발했습니다. 진도군 의신면 접도에 있는 이 등산로는 진도군에서 조성해 놓았는데,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등산로가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등산 애호가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된 곳입니다.

섬이라고 해도 진도군 옆에 붙어 있는 아주 조그마한 섬입니다. 접섬, 금갑도, 갑도, 접배도라고 불리어왔답니다. 조선시대 많은 죄인들이 이곳으로 유배된 곳입니다. 그렇지만 풍광은 아름다워서 곳곳에 기암 절경과 상록 활엽수림, 낙엽수림 자생하고 있는 섬입니다.

과거 배로만 다닐 수 있던 이 섬은 4353m2의 크기로 130여 가구 600여명의 인구가 3개 마을에서 살고 있는데, 현재는 진도에서 다리로 연결되어 교통이 원활하며 수품항은 국가지정 어항입니다. 주변 바다에는 온통 양식장들이 하얗게 깔려 있으며, 여미라는 곳에는 광어를 양식하는 큰 시설이 있습니다. 사계절 멸치, 새우, 김, 미역, 다시마, 전복, 광어, 굴 등 많은 수산자원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오전 11시 수품항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수품항에서 임도를 따라 2코스 주차장 위로 올라갔습니다. 바로 쥐바위입니다. 쥐바위 위에 난 다리를 건너갔다가 돌아 와서 남망산(164m)으로 향하였습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남망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에서 바라본 바다. ⓒ 서종규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에서 바라본 바다. ⓒ 서종규


남망산 정상에는 넓은 바위가 있습니다. 바위에서 바라보이는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멀리 남해안 다도해의 모습은 꿈같습니다. 약간의 황사에 가려진 섬들이 보일락 말락 숨바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 대흥사 뒷산인 두륜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미황사 뒷산인 달마산이 보입니다. 완도 상황봉도 눈에 들어오고, 서쪽 끝에 땅끝 전망대와 보길도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남망산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다시 돌아와 쥐바위 옆을 돌아 거북바위, 병풍바위, 선달봉 삼거리, 고래바위, 솔섬바위를 지나 작은여미 해안으로 등산로는 쭉 이어집니다.

멀리 보이는 남해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입니다. 점점이 포개진 섬들이 그리움처럼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 섬들 사이로 갈매기 몇 마리 빙 돌아 돌아옵니다. 하얀 양식장 부표들 사이에 흰 자취를 남기고 지나가는 배가 아련합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에는 동백나무 숲이 가득합니다. 동백나무에는 붉은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 있어서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길가에는 별처럼 애처로운 산자고며, 털이 많이 나서 노루귀처럼 귀엽게 생겼다고 붙여진 노루귀가 소리 없이 웃고 있습니다.

솔섬바위에서 내려가니 작은여미 해안입니다. 이곳에서 미니시리즈 ‘대도전’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둥그렇게 들어박힌 해안에서 바다로 나가는 배들과 기암괴석의 요새입니다. 기암괴석 위를 걷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앉아서 신발을 벗습니다. 그리고 밀려와 하얗게 깨지는 파도로 달려갑니다.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이지만 등산으로 달구어진 발을 식힙니다.

기암괴석에 해안 동굴, 밀려오는 파도와 바닷가에 널려 있는 바위들, 바닷가 바위에 패인 웅덩이에는 바닷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습니다. 차갑지도 않게 데워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이 해안에서 하루를 다 보내버릴 것 같습니다.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 서종규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동백숲길 ⓒ 서종규


다시 출발하여 산에 오릅니다. 여미사거리까지 약간 오르는 산길을 걷자 다시 땀이 솟습니다. 계속 걸어 왔던 동백숲이 더욱 푸릅니다. 푸른 동백숲에 숨어 있는 붉은 동백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어렵지 않은 등산로로 초보자나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여미사거리에서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면 해안가 백사장이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다시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백사장을 걷습니다. 맨발체험 등산로입니다. 가끔은 모래가 발을 찌르기도 하지만 피로에 싸인 발이 편해집니다. 가끔은 바닷물에 발을 디뎌 봅니다. 바위에 붙어 있는 해초가 발바닥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신기한 체험입니다.

이 진도군 접도의 웰빙등산로는 진도군 전 의원인 장재호씨가 의정활동 중에 많은 공을 들여 조성하였답니다. 처음 등산로를 조성할 때에는 군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쓴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였는데,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곳 등산로에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몽돌과 파도 ⓒ 서종규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백사장과 해초 ⓒ 서종규


▲ 전남 진도 접도에 산도 오르고 바닷가도 걷는 신기한 등산로 ⓒ 서종규



등산로는 산행 시간에 따라서 1시간 코스, 3시간 코스, 4시간 코스, 총 12km에 달하는 5시간 코스 등 다양하게 조성 되어 있습니다. 안내 표지도 깔끔하며 길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각종 나무나 꽃을 안내하는 예쁜 패찰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등산 코스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어렵다고 생각되면 안전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습니다.

오후 4시, 버스에 오르던 우리들 모두, 등산도 하고, 바닷가도 걷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다시 등산하는 신기한 등산으로 인하여 모두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등산의 즐거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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