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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책! #3] 다비드 사피어의 <환생 프로젝트>

등록|2008.05.29 12:16 수정|2008.05.29 12:16
가정의 달 5월이 벌써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모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나요? 학업 스케줄에 쫓기랴, 일에 쫓기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들에게는 그런 날들조차 무의미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인터뷰할 소설의 주인공 '킴 랑에'씨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 때문에 딸의 다섯 번째 생일도 무시해버릴 정도로 열정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인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사건이 있은 후,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새로운 종교에라도 귀이하게 된 걸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를 알아보고자 인생의 새로운 가르침을 가져다 줄 랑에 씨를 이곳 한국으로 모셨습니다. 여덟 번째 생을 사는 한 여자의 환생 스토리  

▲ 환생 프로젝트. ⓒ 이지수

-안녕하세요, 랑에 씨. 한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요. "정말 저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건가요? 제가 진짜 ‘킴 랑에’였다면 저를 이렇게 환영해주시는 분은 한 분도 없었을 거예요. 저는 지금 마리아의 몸을 갖고 있지만 죽기 전 한 때는 잘나가는 최고의 TV 토크쇼 앵커였죠. 말 그대로 ‘오프라 저리가라’였다는 거죠. 제가 이렇게 다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다니, 감회가 아주 새롭군요."   -우와, 정말 영광인데요? 한데 마리아의 몸을 갖고 있다니요? 혹시 빙의라도... "아니예요! 저는 여러분들이 불교에서 익히 들어 알고 계실 ‘환생’을 했어요. 하지만 바로 마리아가 된 건 아녜요. 지금 저는 비곗살로 이루어진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전 이 몸이 되기 위해 수차례 환생을 해야 했어요. 심지어 ‘개미’로도요!"   -음.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거죠? "남극의 분홍 코끼리만큼, 절대 상상하실 수 없을 거예요. 우주정거장이 폭파했는데, 그 때 떨어져 나온 러시아제 세면대에 맞은 거예요.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전 화려한 인생을 마감해야 했죠. 그런데 잠깐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개미가 되어있는 거예요."   여덟 번의 환생을 통해 얻은 두 가지 깨달음   -으악, 정말 끔찍하군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되셨나요? "저는 그 이후로도 모르모트, 개, 지렁이 등으로 환생했어요. 생이 한낱 꿈처럼 느껴질 만큼 수많은 종류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를 통해 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죠? "죽음 뒤에 산타클로스 같은 붓다는 항상 제 생을 평가했고, 저는 그에 걸맞은 계급의 동물로 다시 태어났어요. 처음에는 그가 제멋대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번의 생을 거듭하다 보니, 업보를 쌓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와 더불어 변하는 제 모습(마음뿐만 아니라 다리의 개수까지도!)도 발견할 수 있었고요."   -그 이야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처음에 개미로 변했을 당시에는 남편 알렉스를 사랑하는 제 친구 니나로부터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 생각은 이미 사람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마리아가 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죠. 정말 신기한 일이죠? 한데 저는 생의 순환을 경험하면서 두 가지 사실을 배웠어요. 한 가지는 그 생각에만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그냥 무시해 버렸다는 거예요. 결국 한없이 이기적이었던 저는 조금씩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 덕에 최상의 계급인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었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랑에 씨께서 깨달으신 또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이죠? "다른 한 가지는, 누군가가 평생을 통해 얻고자 하는 어떤 것이 꼭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첫 번째 삶에서 저는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해 가족을 버렸어요. 하지만 두 번째 삶을 시작하면서,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가족’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마치 유령이 되어 자기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저는 그런 제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몇 차례 제 목숨을 희생했죠."   -하지만 랑에 씨, 가족에 대한 당신의 애정이 ‘집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당신보다 당신 가족에게 친절한 니나를 꼭 알렉스로부터 떼어낼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저도 니나를 보고 알게 됐어요. 니나가 ‘진심으로’ 제 가족에게 잘 해주고 있다는 것을요. 친구도 아닌 ‘원수’ 니나가 말이죠. 하지만 저는 니나가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딸 릴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뭐, 결국 니나도 저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니, 서로 잘 된 거 아닌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얻고 싶은 그대에게    -그렇다면 저도 할 말이 없네요. 그런데 제가 지금 추구하는 가치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죠. 저도 환생해봐야 알 수 있나요. "하하, 그렇다면 인생은 너무 절망적이지 않을까요. 한번 주변을 둘러보세요. 아니면 뉴스를 검색해 보세요.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잖아요. 그것은 자신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아닌가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저는 그 방법으로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돌이켜보면,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경쟁이 치열한 방송 현장에서 살아남는 데에만 신경을 썼던 거죠. 한국 독자 분들의 생활도 저의 예전 상황과 비슷하리라고 생각돼요. 제가 살던 때보다 훨씬 더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하기에도 벅찬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럽게 느껴지겠어요. 하지만 죽기 전 몇 십 년의 삶을 후회하기 보다는, 최소 5분간 자신의 마음속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 말씀에 변명을 하자면, 그것은 제 생각일 뿐 이예요. 그러니 꼭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 최고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분명 공감하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생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 소설을 읽으시면 보장하건데 절대 졸지는 않으실 겁니다. 저를 만드신 시나리오 작가님의 재치와 말솜씨가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거든요. 게다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한국 독자 분들께 더욱 친숙할 붓다와, 저의 영원한 조력자 카사노바까지 등장하니, 소설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될 거예요.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이기에 작품성을 믿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시리라 믿어요. 그럼, 소설에서 만나요, 여러분!"   네, 지금까지 ‘환생 프로젝트’의 주인공 킴 랑에 씨와의 인터뷰였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잊은 채 살고 계시지는 않나요? ‘빨리빨리 사고’와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오늘날, 어쩌면 당신이 한국의 ‘킴 랑에’인지도 모릅니다.   혹시 자신이 ‘킴 랑에’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면, 한번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자신의 가치를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만약 그 가치가 ‘가족’이라면, 굳이 가정의 달이 아니어도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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