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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과 재벌총수간 핫라인이 찬양할 일인가

등록|2008.03.06 11:21 수정|2008.03.06 11:21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핫라인을 개설할 예정이란다. 후보시절부터 줄곧 주장해온 이른 바 "Business Friendly"(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대기업의 총수들과 항상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도록 계획중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오늘자(6일) 매일경제신문 1면 톱에 실렸다.

대통령과 기업총수의 핫라인 개설이 과연 Business Fiendly일까? 혹시 재벌과 정권의 유착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아닐까? 또 대선에서 공식 지지를 선언했던 한국노총은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혹시 Business만 Friendly하고 노동자와는 적대하지 않을까? 과연 재벌총수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면 국가경제에 유익하기만할까?

첫째, 국가경제에 있어서 기업은 가장 중요한 주체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늘린다면 가계는 물론 정부재정까지 튼튼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재벌이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통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건전한 건의만 할지는 의문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 재벌들이 보여온 행태에서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불법정치자금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려 노력해왔다. 노조의 합법적 권리마저 부당하게 탄압했다. 불법행위를 통해서 세금을 면탈하고 증여와 상속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의만을 도모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과연 대통령과 재벌총수간의 핫라인이 경제를 살릴 것인지 총수만 살리고 기업과 국가경제를 좀먹을 것인지 확신할 길이 없다. 혹시 Owner Friendly(오너 프렌들리)를 추구하면서 용어만 Business Friendly(비지니스 프렌들리)라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총수와의 우호적 관계는 반드시 기업이나 시장과의 우호적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둘째, 과거 재벌들이 정치권력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성장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권력에 부정한 돈을 주고 이권을 받아서 치부하였고, 손쉽게 자본을 축적해왔다. 정치권력은 재벌을 위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개발이익을 취할 기회도 제공하였다.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정경유착의 강도는 약화돼왔다. 혹시 대통령과 재벌총수들간 핫라인이 그러한 고리를 공공하게 복원하는 기회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셋째, 대선기간에 이명박 후보를 공식지지했던 한국노총의 입장이 궁금하다. 재벌총수와의 핫라인이 한국노총의 일부 간부들에게는 몰라도 일반 조합원들에게 결코 유리할 리는 없을 것이다. 노사간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을 때 수시로 재벌총수들과 통화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할지는 쉽게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과연 균형감있게 경영진과 노조의 사이에서 법적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파업시 공권력 투입이 더욱 늘고, 직권중재등의 수단이 더 자주 등장하지 않을까? 노조가 왜 재벌총수 친화적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재벌총수들의 애로사항이 해소되면 기업에 반드시 유리하거나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재벌들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들의 경영권 승계와 편법상속에 열을 올린 예는 얼마든지 있다. 비자금을 조성하여 착복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상 배임행위를 저지르며 총수일가의 이익을 챙기고, 국가에 당연히 납부해야할 세금을 탈루한 사례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총수의 이익이 기업과 국가경제에 오히려 해가 되는 이해상충의 문제는 여전히 부지기수로 많다.

그래서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핫라인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재벌총수의 편을 들어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핫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노동조합과의 핫라인도 있어야할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공개지지를 선언하였으니 별도의 라인이 불필요할 것이고, 민주노총이어야한다. 재벌의 불법과 편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들과도 핫라인이 개설되어야 한다. Business Friendly라는 말로 포장된 재벌총수 친화정책은 문제가 많다.

그런데 경제신문 1면 톱이 그러한 대통령에 대한 찬송가로 장식되는 것은 또 다른 유착이 아닌지 의문이다. 반드시 아름답게만 볼 수가 없는 사안을 마치 처절하게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의 집권기에 정부의 규제때문에 기업들이 모조리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신흥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고 있어서 한국경제가 망해가고 있는 것처럼 연일 비난을 쏟아냈었다. 이제 대통령이 바뀌니 곧장 한국이 마치 기업천국이나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볼썽사나울 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난 진정한 저널리즘의 혼을 느낄 수가 있을까? 알려야 할 것은 각고의 취재노력 끝에 반드시 알리고, 거짓을 꾸며대거나 편갈라서 싸우면서 중립적인 척하는 위선은 언제나 좀 해소될 수 있을까? 여전히 한국은 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갑자기 기업하기 엄청나게 좋은 나라가 되기도 어렵다. 사실은 사실대로 냉정하게 보도해야 옳다. 제발 싫은 사람은 무조건 비난하고, 맘에 드는 사람은 무조건 비호하며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행태를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회장님, 이명박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일면탑에 배치하는 신문의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찬양가도 지나치면 때로는 욕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일은 적절한 우려와 비판도 있어야 마땅한 일이다. "노조위원장, 뭘 도와드릴까요?" 이런 멘트라면 어떨까? 매우 편향된 것으로 들리지 않을까? 왜 이해상충의 당사자들인데 한쪽은 어색하고, 한쪽은 그리 당당할 수 있는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조하기도 좋으면 안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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