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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만든 꼬막반찬

아들이 오지않아 섭섭했던 저녁

등록|2008.03.09 10:31 수정|2008.03.09 10:31
"엄마 나 회사로 바로 갈게요"
"그럴래"

아들이 회사로 바로 간다는 전화를 받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아들은 주말이면 영어학원을 다닌다. 일요일(9일)은 회사에 가야하기에 학원에서 바로 간다는 전화였다. 집에서 회사로 가는 것보다 학원에서 회사로 가는것이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그랬을 것이다. 집에 들렸다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기숙사에 가서 푹 쉬었다가 출근하는 것이 덜 피곤할 것 같기에 그런 마음을 접었다.

양념장을 솔솔 뿌린 꼬막.. ⓒ 정현순


아들의 전화를 받을 때 마침 아들이 좋아하는 꼬막반찬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번 집에 와도 맛있는 반찬도 제대로 만들어 주지못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팔도 많이 좋아져서 무거운 것도 조금씩 들 수도 있고,  힘쓰는 일, 잔손 가는 일도 웬만치 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우내내 김장김치만 먹다시피 했기에  뭐처럼 식구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고 싶었다. 하여 8일 저녁장을 보러 시장에 갔다. 시장안에는 봄내음으로 가득찬 것같았다. 생선가게 앞을 지나다가 꼬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남편과 시장에 왔을 때 남편이 했던 말이 생각나 2Kg에 8000원을 주고 샀다.  잔손이 많이 가는 꼬막을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하는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을 꼬막으로 전해주고 싶기도 했다.

꼬막 끓는 물에 삶고, 양념장을 만들어 꼬막위에 뿌려준다... ⓒ 정현순


삶아서 한쪽 껍데기를 일일이 떼어 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맛있게 먹을 식구들을 생각하니 그런 번거로움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식구들이 돌아 오기전에 모두 해놓을 생각에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깨끗이 씻어 삶았다. 파,고추가루, 깨소금등을 넣고 양념장도 만들었다.

삶아내니깐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했다. 잘 삶아진 꼬막의 한쪽 껍데기를 떼어냈다. 떼어 낸 껍데기가 더 많아보였다. 한쪽 껍데기를 떼어낸 꼬막을 한층 한층 쌓으면서 양념장을 솔솔 뿌려주었다. 꼬막반찬을 다 할 때쯤 남편이 돌아왔다. 한접시 담아 저녁밥상에 올려놓았다. 남편도 꼬막을 보더니 아들생각이 났나보다 "이거 그 아이도 잘 먹는 것 같던데.회사가 바쁜가보지" 한다.

" 그렇지. 그애가 무척 좋아하지. 그런데 당신도 좋아하잖아"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아들이 군대가고 없을 때도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만 봐도 무척 보고 싶고,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었다. 꼬막을 맛있게 먹는 남편의 빈 옆자리가 그때만큼이나  크게 느껴지는 날이기도 했다.

"아들아! 우리만 맛있게 먹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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