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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함께 일하는 사회' 법으로 못박다

한국 사회를 바꾼 성평등 법안들

등록|2008.03.10 10:59 수정|2008.03.10 11:50
◆ 일과 가정의 양립 : 육아휴직 급여·근속 불이익 없앴다

◇ 어떤 법안 발의됐나

▲ 일과 가정의 양립 ⓒ 일러스트 난나

총 39건 가운데 육아휴직 기간 확대와 급여 현실화를 위한 법안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처리 2007년 7월2일)과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처리 2005년 12월8일)으로 육아휴직 신청요건이 1세 미만에서 3세 미만으로 확대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과 박찬숙 의원이 육아휴직 조건을 6세 이하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별정우체국법 개정안’(처리 2007년 11월22일)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처리 2007년 7월2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출산·육아휴직 급여를 비과세 대상으로 하는 이계경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처리 2007년 11월22일)도 통과됐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해소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김명자 통합민주당 의원은 군인의 육아휴직 기간을 진급 최저복무 기간에 포함시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처리 2006년 2월9일)과 ‘군인연금법 개정안’(처리 2006년 11월30일)을 통과시켰다.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도 여성공무원의 퇴직수당 산정시 출산·육아휴직 기간을 절반 감축하던 기존 제도를 없애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처리 2006년 12월22일)을 통과시켰다.

직장과 농어촌 지역에 보육시설을 늘리자는 법안도 많았다. 김현미 통합민주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의 보육시설 설치기준 및 종사자 배치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처리 2004년 12월8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문희 한나라당 의원도 도시 저소득 주민 밀집지역과 농어촌 지역 등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우선 설치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발의 2006년 9월27일)과 공공시설을 보육시설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발의 2007년 4월5일)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유승희 통합민주당 의원이 한시적으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제정법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법안’(발의 2007년 4월3일)을 발의했다.

▼ 우리 사회 얼마나 바꿨나

출산과 양육 때문에 여성들이 승진·퇴직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조치들이 마련됐다.

육아휴직 신청요건이 만 1세에서 3세로, 또 6세 이하로 대폭 늘었고, 휴가급여에 물리던 세금도 면제됐다. 휴직기간의 절반이 아닌 전부를 재직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한 조치는 성과로 꼽힐 만하다. 직장과 농어촌 지역에 보육시설을 늘리기 위한 관련 규정도 마련됐다.

박정옥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직업별로 육아휴직 사용을 원활하게 하고, 동일한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활발했다”며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육아휴직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육아휴직 급여의 현실성을 확보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박 팀장은 그러나 “일과 가정의 양립은 남성의 참여가 절대적인데도 관련 법안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정책이 가족 중심으로 치우쳐 1인 가구 노동자를 배제한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등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희 의원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정책 마련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대 알파걸은 가능하지만, 30·40대 알파우먼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경력단절을 예방하려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리고 보육비 부담도 줄이는 공보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일자리의 30~40%가 먹고 살기 힘든 나쁜 일자리”라며 “사회보험 등을 적극 지원해 낮은 급여를 받고서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정책 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고용평등 확대 : 고용부터 퇴직까지 대대적 손질

◇ 어떤 법안 발의됐나

▲ 고용평등 확대 ⓒ 일러스트 난나

직업훈련부터 고용, 노동조합 가입·활동, 사내 복지정책, 퇴직급여 산정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성별이나 연령, 신체적 조건, 국적,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신명 통합민주당 의원이 발의(2007년 6월29일)한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통과),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통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근로자복지기본법 개정안’,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등이다.

비정규직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도 발의됐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경우 파견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2004년 7월13일)을 발의했다.

이경숙 통합민주당 의원은 학교 회계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경우에도 근무시간과 보수 등을 국가공무원 관련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제정법 ‘학교 회계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2007년 6월1일)을 발의했다.

▼ 우리 사회 얼마나 바꿨나

고용과 직업훈련 영역에서의 차별금지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그동안 여성의원들의 법 개정 활동이 미약했던 근로자 관련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진 것은 성과로 꼽힌다.

특히 신명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발의 2007년 6월29일, 처리 2007년 11월23일)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의 통과로 앞으로 노사협의 단계에서 고용에서의 성차별 해소와 모성보호, 직장과 가정의 양립 지원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선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대표는 “차별금지 범위가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차별이 실질적으로 해소되려면 민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여성이 절대다수인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면서 “특히 불법파견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복지 향상 : 복지정책에도 ‘성평등 관점’ 반영

◇ 어떤 법안 발의됐나

▲ 여성복지 향상 ⓒ 일러스트 난나

한부모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5세 이하의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에게 국가 또는 지자체에 양육비를 추가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부자복지법 개정안’(처리 2006년 9월22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홍미영 통합민주당 의원은 법명을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바꾸는 ‘모부자복지법 개정안’(발의 2007년 2월28일, 처리 2007년 9월20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가와 지자체가 한부모와 그 자녀의 취업을 지원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손봉숙 통합민주당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부모의 사망 및 노동능력 상실 등으로 인해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조부모에게도 한부모와 동일한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부자복지법 개정안’(발의 2007년 6월4일, 처리 2007년 9월20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손 의원은 또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장이 양육에 필요한 시설 설치와 함께 보육교사를 배치하도록 하는 ‘행형법 개정안’(처리 2007년 11월23일)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 우리 사회 얼마나 바꿨나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홍미영 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비정상가족이라는 인식을 주었던 ‘모·부자’라는 용어 대신 ‘한부모’로 명칭이 바뀌었다.

복지혜택도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 저소득 한부모 가족은 최저생계비 대비 130%를 생계비로 지원받게 됐다. 월 5만원씩 지원되는 아동양육비 지원대상도 만 6세 미만에서 만 8세 미만 아동까지 확대됐다. 특히 그동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조손가족과 여성재소자들도 손봉숙 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법적 지원대상으로 포함됐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7대 국회의 특징 중 하나가 복지정책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했다는 것”이라며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조손가족과 여성재소자에 대한 복지가 확대된 것은 성과로 꼽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석 교수는 “주거시설 지원과 취업 연계 등 한부모 가족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규정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여성 농어업인 권익보장 : 일하는 여성으로 권리 찾기 ‘첫발’ 

◇ 어떤 법안 발의됐나

▲ 여성 농어업인 권익보장 ⓒ 일러스트 난나

김현미 통합민주당 의원 혼자서 2건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안’(발의 2004년 11월5일, 처리 2005년 6월30일)은 여성농어업인의 모성보호와 보육환경 개선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발의 2004년 11월5일, 처리 2007년 6월20일)은 보육여건 개선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는 것과 함께 농산어촌 주민의 영유아 보육비와 유치원 교육비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리 결과 이들 법 모두에 ‘모성보호·보육여건 개선’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농림어업인 특별법의 보육·교육비 지원조항은 다른 법과의 형평성 문제로 폐기됐다.

▼ 우리 사회 얼마나 바꿨나

비록 법 개정에는 실패했지만 열악한 농촌지역의 보육시설 여건 및 일과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농민들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영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여성농어업인육성법이 있긴 하지만 거의 사문화됐던 것이 현실”이라며 “개정안 발의가 문제제기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농가 양육비 지원을 대폭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농림부는 농업인 육아비 지원 예산을 2006년 383억원, 2007년 508억원으로 크게 올렸다. 특히 올해부터는 한부모와 조손가정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한 정책위원장은 “육아문제뿐만 아니라 여성농민을 법적 농업인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운동에도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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