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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심위는 '계파 지도' 축소판

"특정의원, 당대표 되려 '자기사람 심기' 나섰다" 비판

등록|2008.03.11 17:54 수정|2008.03.11 21:14

▲ 정종복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간사가 11일 오후 여의도 당사 공심위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장면#1.
발끈한 안강민 위원장 "당신 혼자 다 해먹을 작정이냐"


지난 5일의 일이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공천심사를 하던 도중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안 위원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부 공천심사위원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참, 더 이상은 못하겠네. 당신 혼자 다 해먹을 작정이냐."

특정 공심위원이 자기 계파 챙기기에만 몰두하자 발끈 한 것이다.

장면#2. '이재오계'의 반란... "나경원은 송파 병 안돼"

한나라당 강남-영남 공천 일정을 지연시킨 이른바 '나경원 돌발 변수'도 따지고 보면 예고된 것이었다. 나 의원의 서울 송파 병 지역 공천 여부를 놓고 촉발된 갈등의 내막에도 따지고 보면 계파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강재섭계로 분류되는 나 의원의 공천을 반대한 김애실·강혜련 위원은 공교롭게도 '이재오계'로 분류된다. 두 위원은 11일에도 회의에 불참했다. 전날 이미 "이 문제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후 (영남권) 심사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이날 오전에 회의에 참석해 인사만 한 뒤 자리를 뜬 임해규 위원도 공교롭게 '친 이재오' 성향이다. 결국 공심위는 이날 오전에 회의를 열지 못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오계가 자기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공심위 회의까지 파행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왼쪽)이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지역에 대한 공천심사를 마친 뒤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승강기에서 내려 당사를 나가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 공심위는 당내 계파의 축소판

한나라당 공심위는 당내 계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공심위원 뒤에는 아무개 실세 의원이 있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당내에 파다하다.

수적으로 우세한 건 이재오계다. 김애실·강혜련·임해규 위원이 이 계열로 알려져 있다. 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한다.

강창희·강정혜 위원은 친박 진영의 주장을 대변하는 쪽이다. 정종복 간사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가깝다.

이러다 보니 일부 공심위원은 회의석상에서 아예 노골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나경원 파동' 때 한 공심위원은 "여태까지 (그쪽 계파에서) 부탁한 것은 우리가 다 들어주지 않았느냐"며 "이번 송파 병 공천 건을 관철시켜주면 영남권 심사할 때 최대한 협조하겠다"고까지 말했다는 후문이다.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계파 위원들은 공개 표결 때마다 의견이 일치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러다보니 애초 "계파는 알지도 못한다. (공천심사에서) 계파 배려는 없다"고 못박았던 안강민 위원장도 "계파가 있는 게 확실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목표는 7월 전대... "당 대표 되려 자기사람 심기 나섰다"

공심위의 계파 알력싸움의 배경엔 당권욕이 숨어 있다. 한나라당은 총선 석달 뒤인 7월에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는다. '이재오 의원-강재섭 현 대표-박근혜 전 대표' 간 3자 구도가 예상된다.

전대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원내 당협위원장을 많이 확보할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다 보니 당 대표를 노리는 의원들은 공천 심사에 개입하게 되기 마련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당내 최고의 실세로 통하는 이재오 의원이 서둘러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는 풍문이다.

한 의원은 "당 공천 심사가 총선을 넘어 7월 전당대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당권을 차지하려는 특정 의원이 공심위원들을 내세워 자기 사람 심기에 몰두하고 있다더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건 당의 사당화 시도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공심위 회의까지 파행 지경에 이르게 하는 걸 보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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