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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81살에 내 집을 갖게 됐어요"

법성면, 사랑의 이동식 가옥 기증식 및 입주식 열어

등록|2008.03.11 18:52 수정|2008.03.11 18:52

▲ . ⓒ 백용인


"80이 넘도록 남의 빈집살이만 해 왔는데 이제 내 문패를 보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황판열 할머니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지역본부가 노후주택에 홀로사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부엌, 화장실, 샤워기, 난방시설과 순간온수기 등의 시설을 갖춘 ‘사랑의 이동식 가옥’을 지어주고 입주식을 열었다.

지난 6일 남의 빈집과 창고에서만 30여 년째 생활하던 법성리 황판열 할머니의 ‘사랑의 이동식 가옥’ 기증식 및 입주식에는 한수원 영광지역본부와 전남영광지역자활센터, 법성면사무소 직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법성면 서호농악대원들은 흥겨운 농악으로 이날 입주식 분위기를 띄웠다.

벌써 4호째를 기록한 ‘사랑의 이동식 가옥’ 기증식은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지역본부에서 추진하는 ‘독거노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이다.

한수원 영광지역본부는 부엌, 화장실, 샤워시설, 난방시설과 순간온수기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18㎡의 컨테이너 구조의 주택을 신축해 ‘사랑의 이동식 가옥’이라는 이름으로 영광군에 기증하고 있다. 이 이동식 가옥은 비위생적인 환경 및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노후주택에 홀로사는 어르신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특히 홀로사는 어르신의 유고시 주택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이 가능한, 농촌지역의 현실에 맞는 편리성과 경제성도 갖췄다. 이 주택의 시공과 설치는 전남영광지역자활센터(센터장 정기철)에서 맡고 있다.

제4호 ‘사랑의 이동식 가옥’의 주인공이 된 법성리 황판열(81) 할머니는 평생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남의 빈집과 창고를 전전했다. 최근들어 이전에 살던 집이 비가 새고 벽에 균열이 심해 수리도 불가능한 상태라 이를 안타깝게 여긴 법성면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

법성면에서 굴비가게를 운영하는 오경근씨는 부지가 없어 마음 졸이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할머니의 생존 시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땅을 선뜻 내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줬다.

이날 입주식에는 한수원 영광지역본부 제3발 발전6부(부장 장경희) 직원들이 이불을, 법성면 직원들이 문패와 주방기구 및 욕실용품을, 마을 주민들이 화장지와 세제 등을 선물했다.

마을 주민들과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하시던 황판열 할머니는 "내 평생에 내 이름 석자가 붙은 이런 집을 갖게 될 날이 올 줄 몰랐구먼"이라며 "이런 좋은 집이 생겼으니 100살은 넘게 살테여"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박정하 법성면장은 인사말을 통해 "행정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영광원자력에서 적극 협조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어르신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시게 민·관이 협력, 주민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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