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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포기할 수 없는 정치인의 조건

등록|2008.03.12 08:25 수정|2008.03.12 08:25
정부의 임기 초 인사에 있어 이렇게 도덕성 논란이 많았던 적이 있었던가. 땅 투기, 논문 표절, 이중 국적, 대기업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 등 그 종류와 가짓수도 다양하다. 이런 의혹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략 두 종류로 엇갈리는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는 직무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과 그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실용’이라는 키워드를 유행시킬 만큼 실적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후자 쪽의 생각을 가지고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라는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치인으로서의 유능함을, 그 사람의 도덕성을 배제한 채 평가할 수 있을까.

흔히 연예인을 보고 공인, 공인 하지만 사실 진짜 공인은 정치인들이다. 개개인들의 권력을 위임받아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실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인에게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할 것을 기대하고 자신의 권력을 위임할 수 있을까.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매순간 제 뱃속을 채울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처럼 정치인이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즉 상호 충돌하는 인간집단의 이익을 조율하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정치인에게 정치적 생명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정치력 발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신뢰인 까닭이다. 그리고 이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천 마디의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공(公)을 위해 사욕을 버릴 수 있는 정치인의 도덕적 성품이다.

‘실용주의’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21세기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여 도덕적 자기 수양을 위정자(爲政者)들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삼았던 옛 선비들의 이야기를 굳이 끄집어내지 않고 싶다. 다만, 거듭되는 새 정부 인사들의 부적격 논란과 낙마로 내각 구성이 늦어질수록 차가워지는 민심이 느껴지는 지금이야말로 진정으로 ‘실용’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인사 기준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성신문 <독자의견>란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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