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세종전쟁'... '발끈' 세종대-'느긋' 고려대
세종대-고려대, 그들의 명칭 공방... 이제 시작일 뿐
▲ 고려대학교는 행정중심복합도시내 고려대 캠퍼스, 청원군 오송단지내 고려대 부지, 그리고 현 서창캠퍼스(조치원)를 하나로 묶어 '세종캠퍼스'로 통합했다 ⓒ 고려대
'세종'이란 명칭을 고려대학교가 사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세종대학교가 '발끈'했다. 하지만, 고려대 측은 "(세종대가) 오히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를 선전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27일 고려대학교는 앞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충남 세종시) 내에 들어설 고려대 캠퍼스와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의·생명공학연구원 부지, 그리고 현 고려대 서창캠퍼스(조치원 소재)를 하나로 묶어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로 명칭을 통합했다. '세종캠퍼스'란 명칭은 앞으로 탄생할 세종시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현장] 세종대 "'세종'을 사수하라!" VS 고려대 '명칭선포식' 예정대로
▲ 세종대학교 대양홀 앞에서 열린 '세종캠퍼스 명칭사수 결의대회' ⓒ 이재덕
▲ 지난 10일 세종캠퍼스 명칭사수 결의대회 후 세종대학교 교수, 임직원 및 학생들이 교정을 행진하고 있다. ⓒ 이재덕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는 세종대와 자매품이 아닙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세종대 총 학생회)
"고대는 세종의 고유성 침해 말라!" (세종대 교수협의회)
"고려대는 우리의 정체성, 고유성, 존속성을 침해하지 말라!" (세종대 직원노동조합)
세종대는 고려대가 '세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항의서한을 고려대 측에 보내 '세종캠퍼스 명칭사용중단'을 요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기자회견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종대는 지난 11일에 열린 고려대의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에 대응하고자 하루 전날인 10일 '세종캠퍼스 명칭사수결의대회'를 세종대 대양홀 앞에서 열었다. '결의대회'가 끝난 후 풍물패의 시끌벅적한 장단 소리가 세종대 교정에 울려 퍼졌다. 풍물패의 뒤로 300m 정도 되는 긴 행렬이 뒤따랐고, 세종대 교정을 한 바퀴 돌았다.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날 세종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수와 교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행렬의 선봉을 맡았으며, 그 뒤를 각 단과대학 학생들이 따라갔다.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손에는 고려대를 규탄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 지난 11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 선포식이 열린 농심국제관 1층 국제회의실. ⓒ 이재덕
하지만 고려대는 세종대의 강한 반발에도 예정대로 11일 세종캠퍼스(구 서창캠퍼스) 농심국제관에서 '세종캠퍼스 명칭 선포식'을 진행했다. '명칭선포식'은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동안 열렸다.
이 자리에는 현승종 고려학원 이사장과 이기수 고려대 총장, 김병철 교무부총장, 이광현 세종부총장, 오동주 의무부총장, 이한무 교우회 부회장, 나길자 여자교우회 회장, 7년 전 일본의 지하철에서 인명을 구하고 사망한 고 이수현씨 부모님인 이성대·신윤찬씨가 참석했다.
또 최준섭 연기군수와 조선평 연기군 의회 의장을 비롯해 학교 고위임원과 동문회 임원, 충북지역 인사, 교수, 교직원,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여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행사의 사회는 대전 KBS 아나운서들이 맡아 진행했다.
[주장] '세종대'의 고유명칭인가, 아니면 '세종시'라는 지역명칭인가
▲ 세종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고려대는 세종캠퍼스 명칭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펼침막이 보인다 ⓒ 이재덕
"상법 23조는 동일한 상호 또는 상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도덕도 이러한데 하물며 교육을 하는 대학에서 세종대의 고유명칭인 '세종캠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내외 혼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도의적이지 못한 처사입니다." - 양승규 세종대학교 총장, 10일 세종대 세종캠퍼스 명칭사수결의대회에서
"세종대학교는 학교의 이름이고 우리가 쓰는 세종캠퍼스는 캠퍼스의 이름입니다. 학교와 캠퍼스는 엄연히 다르기에 혼동할 여지의 것이 아니지요. 또한 우리뿐만 아니라 카이스트도 세종캠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처럼 '세종'은 세종시를 지칭하는 지역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 11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에서
이 두 대학교 총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이름 전쟁'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세종'이라는 이름이 '세종대'의 고유명칭인가, 아니면 '세종시'라는 지역명칭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고려대는 '지역명칭을 딴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이원우 세종대학교 기획처장은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세종시가 아직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고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설치법이 논의될 것인데 벌써부터 고려대가 캠퍼스의 이름을 ‘세종캠퍼스’로 바꾸는 것은 세종대학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즉, 현재 세종시라는 지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종캠퍼스'란 명칭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기획처장은 '세종시설치법이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여 세종시가 법적 지위를 확보한다면 고려대학교가 세종캠퍼스라는 명칭을 써도 좋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되었다"면서 "내부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종' 명칭 논란에 대해 두 대학 학생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학교 이름도 상품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름이 비슷하면 저희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여기 학교(세종대)를 나왔는지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나왔는지 혼동될 게 분명해요. 예를 들면 가수 싸이도 명문 버클리음대를 나왔다고 했는데 싸이가 졸업한 학교는 명칭이 유사한 버클리 음대였잖아요." - 임수정씨(세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04학번)
"세종대학교 서울캠퍼스하고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하나는 대학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캠퍼스 이름이잖아요. 엄연히 다르죠. 세종캠퍼스라는 명칭도 우리 학교가 속하게 될 세종시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게 문제가 될까요? 더군다나 '세종'이란 이름이 특허가 난 것도 아닌데 세종대에만 고유한 거라고 고집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 유영선씨(고려대학교 사회체육학과 08학번)
법적 공방 예고하는 '세종' 이름 전쟁
그동안 세종대가 제기하는 항의에 고려대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가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지난 11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에 모인 기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세종대와 고려대의 '이름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세종대학교가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 사용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들 대학교의 공방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는 지난 10일 교수 성명서를 통해 "고려대 서창캠퍼스의 세종캠퍼스로의 개명식을 즉시 유보하고 철회결정을 촉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고려대의 세종캠퍼스 명칭 사용저지를 위하여 법적 대응뿐 아니라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지난 11일 "이미 고려대학교는 10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자문단을 구성하여 우리 대학의 '세종' 명칭 사용 문제에 대해서 검토했으며 법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세종대가 법적으로 이길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법대 교수이며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나 역시 이러한 법률자문단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 세종캠퍼스라고 쓰인 대형 천이 건물을 덮고 있다. ⓒ 이재덕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두 학교를 취재한 기자가 학교와 학교 관계자, 학생들의 태도와 분위기를 살펴보았을 때 '발끈한' 세종대에 비해 고려대는 너무나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예상되는 세종대의 법적 조치에 대해 고려대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껄껄 웃으며 인터뷰에 응해주던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기자와 헤어지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유머를 섞은 그 자신감 넘치는 말에 기자조차 놀랐다. "세종캠퍼스의 홍보에 대해 많이 걱정했는데 세종대가 (기자회견·명칭결의대회 등을 하며) 오히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를 선전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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