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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MB식 천민자본주의 반영한 것

[주장] "개천에서 용나게 한다"더니 교육 아닌 폭력

등록|2008.03.12 11:51 수정|2008.03.12 11:59
지난 6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바 있는 일제고사가 11일 전국 초등학교에서 4학년에서 6학년들을 대상으로 치러져 공교육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5지 선다형 찍기 문제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맡기는 잔인한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기실, 일제고사는 창의력과 인성개발을 저해하는 비교육적인 제도이며,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공교육 포기선언이라 규정할 수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중학생 일제고사와 같이 초등학생들에 대한 평가결과를 9단계로 나눠 알려주는 방식을 지시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 재주 좋기로 소문난 통합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의 표현이 두 귀에 쏙 들어온다.

“이는 11살 학생들의 인생을 1단계 인생에서 9단계 인생으로 서열화하겠다는 것이며 어린 학생들을 자신의 전국석차에 의해 몇 단계 인생으로 낙인찍는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이름을 띤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어몰입교육 시사로 요동친 바 있는 사교육시장은 일제고사 실시로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라고 한다.

일제고사 모의시험 문제집이 불티나게 팔리고 학원대비반이 개설되는 등 일대 광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서민들의 자녀는 이미 교육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가난의 대물림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이 바로 이런 것인지 묻고 싶다.

기자는 사춘기 학창시절을 매우 행복하게 지낸 것 같다. 당시 전두환 정권 하에서 과외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잘 사는 이나 못 사는 이나 동등한 환경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었으니 가난했지만 4년제 대학에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대가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당시와 너무도 다르다. 깨끗하고 공평해야할 공교육현장에 천박한 경쟁논리와 부익부빈익빈의 왜곡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명문대학과 해외유학은 이미 부유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고, 서민층 자녀들은 계층상승의 유일한 수단인 교육의 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다. MB식 천민자본주의가 공교육현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제고사라는 말은 10년 전에 사라진 단어였다. 이미 실패로 끝난 옛 카드를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무엇 때문에 꺼내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학교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어린 학생들의 호소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교육은 왜 이리 퇴보만을 거듭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고 학부모들을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굽게 만드는 일제고사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오늘(12일)은 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졌다고 한다.

기자도 중학생과 아직 미취학 아동을 둔 가난한 학부모다. 부유층 학부모들처럼 든든하게 밀어줄 형편이 아니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아직 경쟁이 무언지 모르는 5살배기 막둥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려 12년 동안 공교육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부대끼며 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저며 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산경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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