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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2)

― ‘원칙 이상의’, ‘1백 개 이상의’, ‘1000년 이상의’ 다듬기

등록|2008.03.12 18:16 수정|2008.03.12 18:16

ㄱ. 원칙 이상의 중요한 의미

.. 이러한 점에서 본 서문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문제는 일반적인 원칙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  《경기남부임금인상대책위원회-노동자는 왜 싸워야 하는가》(사계절,1988) 5쪽

 있는 그대로 글을 쓰고 말을 해야 가장 쉽고 올바릅니다. “본(本) 서문(序文)에서”라고 적은 말은 “이 머리말에서”로 고쳐 주면 한결 쉬우면서 올바릅니다. ‘일반적(一般的)인’은 ‘흔히 생각하는’으로 다듬어 볼 수 있어요.

 ┌ 원칙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
 │→ 원칙보다 중요한 뜻이 있다
 │→ 원칙을 넘어서는 중요한 뜻이 있다
 └ …

 ‘원칙 이상의 무엇’이라고 한다면, “원칙을 넘어선다”는 소리입니다. 보기글은 “흔히 생각하는 원칙을 넘어서는 중요한 뜻이 있다”처럼 손보면 좋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토씨 ‘-보다’를 넣어서 “원칙보다 중요한 뜻이 있다”로 손볼 수 있어요. 이러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과 견주어 더 중요한 뜻이 있다고 말하는 보기글인 만큼, ‘-보다’를 붙이면 쉽게 둘을 견주면서 우리 생각을 나타내 보일 수 있어요.


ㄴ. 1백 개 이상의 꽃잎

.. 라일락의 눈에 싸여 있는 방 하나에는 1백 개 이상의 꽃잎이 들어 있다 ..  《J.H.파브르/정석형 옮김-파브르 식물기》(두레,1992) 41쪽

 “라일락의 눈에”는 “라일락 눈에”로 다듬으면 좋습니다. 한편, ‘라일락(lilac)’은 서양꽃이기는 하지만 우리 꽃이름인 ‘수수꽃다리’라는 낱말로 담아내면 어떨까 싶어요.

 ┌ 1백 개 이상의 꽃잎
 │
 │→ 1백 개가 넘는 꽃잎
 │→ 1백 개나 되는 꽃잎
 │→ 1백 개 남짓이나 되는 꽃잎
 │→ 1백 개를 훨씬 넘는 꽃잎
 └ …

 우리 말 ‘넘다’를 살려서 쓰면 퍽 쉽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말끝을 바꾸어 말느낌을 달리해 볼 수 있어요. 사이사이 꾸밈말을 넣어서 좀더 힘주어 말할 수 있고, 숫자를 더 꼼꼼히 헤아리도록 적을 수 있습니다.


ㄷ. 1000년 이상의 역사

.. 용문사 은행나무.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남효창-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2004) 23쪽

 어느 만큼을 넘어선다고 할 때 흔히 ‘이상(以上)’을 쓰곤 합니다. “키 158cm 이상”, “만(滿) 20세 이상”처럼 말입니다. 이럴 때는 “키 158cm 넘음”, “만 20세 위”처럼 다듬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글흐름에 따라 “키가 158cm를 넘는 사람”이나 “나이가 스무 살 위인 사람”, 또는 “나이 스물을 넘긴 사람”처럼 쓸 수 있어요.

 때에 따라서는 ‘이상-이하’라는 말이 알맞거나 손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참 많은 책과 신문과 방송에서 이런 말을 쓰거든요. 그렇지만 굳이 안 써도 되는 자리에 함부로 쓰지는 않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우리 말을 올바르고 단출하게 쓰지 못하도록 가로막는지도 살피면 좋고요.

 ┌ 1000년 이상의 역사
 │
 │→ 1000년이 넘는 역사
 │→ 1000년이 웃도는 역사
 │→ 1000년을 뛰어넘은 역사
 └ …

 ‘넘다-못 되다/위-아래/웃돌다-밑돌다’ 같은 말을 쓰면 ‘이상’이나 ‘이하’를 알맞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예부터 “1000년이 넘게 마을을 지켜 온 당산나무”라 말했지 “1000년 이상의…”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라 말했지 “100년 이상의 역사를…” 하고 말하지 않았고요.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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