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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상처, 그리고 관계 맺기

[서평] 김녹두의 <밴드마녀와 빵공주>

등록|2008.03.13 10:54 수정|2008.03.13 10:54

▲ 밴드마녀와 빵공주, 2007 ⓒ 한겨레아이들

단편집이었던 전작 <좋은 엄마 학원>(문학동네어린이, 2004)에서 어린이들의 ‘소통’에 대해 말했던 김녹두가 장편 <밴드마녀와 빵공주>(한겨레아이들, 2007)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소통’이라는 소재에 어린이들의 ‘상처’와 그에 대한 ‘치유’까지 보탬으로써 흥미를 더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밴드마녀’ 하은수와 ‘빵공주’ 방공주이다. 밴드마녀와 빵공주는 두 아이들이 각자 가진 별명이다. 두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특이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이 특이한 별명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다 중요한 공통점, 바로 어머니의 부재이다.

  아동기에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의 성격 형성과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만, 아동기에 있어서 한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은수와 공주에게는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들이 무슨 예수도 아닌데 어머니의 존재 없이 태어났겠는가. 아니 다시, 심지어 예수에게도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던가.

은수와 공주에게도 어머니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의 부재라는 상황에 내던져진 상태이다. 즉, 그들의 어머니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다.

은수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공격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가 되었다. 은수는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올 때마다, 다친 곳도 없지만 몸 아무 곳에나 밴드를 붙인다. 또한 은수는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공격적인 성격의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은수는 밴드마녀가 된 것이다.

공주는 빵 봉지를 남기고 떠난 어머니 탓에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낄 때마다, 끊임없이 빵을 먹는다. 그렇게 공주는 뚱뚱한 빵공주가 되었다.

어머니가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두 아이들은, 자신들이 계속 밴드를 붙이거나 빵을 먹는 것이 결국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 상처임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각자의 어머니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길을 떠난다.

은수보다 먼저 어머니를 만난 공주는, 재혼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성가신 존재일 뿐임을 깨닫고 마음속까지 어머니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은수는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그래도 전에 살던 집의 옆집 아주머니로부터 어머니의 소식을 전하여 듣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자신은 재혼했으니 은수더러 자신을 찾지 말라고 말한 것이었다. 기어이 은수도 어머니와의 이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재혼한 아버지를 비롯하여 새로운 식구들과 살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은수는, 마지막으로 믿었던 어머니마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에 은수는 비밀을 전하여 듣는다. 재혼한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가 죽을병에 걸려 누워 있다는 것이다.  

내 은수는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죽을병에 걸렸음을 숨겨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은수는 어머니와 영영 작별할 수밖에 없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에 마음까지 어머니와 헤어질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다. 

은수와 공주는 어머니를 잃었다. 그것은 그 아이들의 ‘상처’이다. 그러나 그 ‘상처’는 두 아이들이 서로 ‘소통’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치유’된다. 그리고 또 다른 ‘소통’을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작한다.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외부와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했던 두 아이들이 함께 다시 소통을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새로운 관계 맺기까지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소통과 새로운 관계 맺기는 치유를 가져온다.

어린이들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소통’과 ‘관계 맺기’의 연속이다. 그 와중에 예기치 못한 ‘부재’가 생겨나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단절’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통은 즐거운 일이지만, 때로는 아픈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소통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심화되어 갈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원자화된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결국은 소통이 힘이자 치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하고 학원 다니느라 바쁜 요즘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결국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가 통속적이고 진부한 설정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어머니와 화해하고 사랑을 깨닫게 되는 밴드마녀 은수를 보면서, 커다란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동화의 세계가 담당하는 역할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에게 안정과 위안을 주는 것이다. 이 동화는 날로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가족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에게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고 나아가 상처까지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의 생활상과 심리묘사에 상당한 솜씨를 보이면서도 재미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김녹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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