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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수미, 안성서 ‘행복’을 강의하다

안성자치대학에서 열린 강좌에 시민 500명 모여

등록|2008.03.13 13:42 수정|2008.03.13 13:42
“영철이 엄마, 그거 이야기 들었어?”
“뭔데?”
“아, 글쎄 김수미가 안성에 온대.”
“어머, 그게 정말이야.”

강연 중김수미 씨 특유의 구수한 입담이 그날 온 청중들을 울렸다 웃겼다하는 행복한 강연이 되었다. ⓒ 송상호


재수 좋은 날이면 간혹 길거리에서도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서울과는 다르다. 전형적인 ‘도농 복합 도시’인 안성에선 대중 매체 아니면 연예인 만나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 12일 안성시민회관에서 열린 안성자치대학 일일 강사 김수미씨의 강연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통로와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그동안 드라마 ‘전원일기’, 영화 ‘마파도’,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과 최근 인기 폭발인 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에서나 보아 왔던 그녀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강의 내용은 어떤 것을 해도 상관없다는 시골 어르신들과 아낙네들의 눈은 초롱초롱 했다.

이동희 안성시장까지 참석해주는 센스까지 발휘된 장내에는 어떤 말을 해도 이미 웃을 준비로 단단히 무장한 터라 분위기는 시종일관 명랑할 수밖에.

그녀는 역시 개그맨도 배꼽 잡게 하는 탤런트였다. 구수한 전라도 군산 사투리로 살아온 세월을 읊어 대는데 흡사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김수미 분)’가 와서 강의 하는 듯 했다. 원고 하나 없이 술술 나오는 입담은 청산유수가 따로 없었다. 울렸다 웃겼다 하는 통에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중국 속담에 ‘늙을수록 지갑은 자주 열고, 입은 닫아라’는 말이 있다.”
“성공담이 담긴 책보다는 실패담이 담긴 책이 훨씬 더 거울이 되더라.”
“정직은 최고의 정책임을 나는 믿는다.”
“사랑과 용서는 높은 산도 바꿀 수 있더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칭찬에 인색한 나를 변화시키더라.”
“성격이 팔자를 조정한다.”

청중이날 몇 분이 멀다하고 배꼽 잡고 웃느라 청중들은 바빴다. ⓒ 송상호


배꼽 잡게 웃기다가도 언젠가 모르게 한 번씩 툭툭 튀어나오는 김수미 어록(?)을 주워 담느라 몇몇 청중들은 수첩 속의 글씨가 벌써 빽빽했다. 스트레스도 풀고 인생 공부도 하고 연예인도 만나는 일석삼조의 행운을 누리는 청중들은 행복한 춘삼월 오후의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이젠 '사인' 받으려고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젊은 새댁으로부터 나이든 어르신들까지 행여나 사인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광경이 요즘 ‘아이돌 스타’들 부럽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김수미씨 팬이에요”라며 사인 받아 가는 아가씨, 손이라도 잡아 보려는 아줌마, 휴대폰으로라도 그녀의 사진을 찍어 간직하려는 할머니 등을 보면서 역시 ‘김수미 효과’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안성이 그렇게 한 번 술렁였고, 두고두고 어르신들의 입담의 소재로 될 게 분명한 이 날의 만남과 강의는 설령 ‘행복’을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행복’이었다.

인사목소리는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인데 차림새는 웬 귀 부인. 지금 김수미 씨는 안성시민들에게 인사 중이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2008년도 제 5기 안성시민자치대학은 매월 2회 강의가 진행되며, 다음 강좌는 3월 26일 이재운 작가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고은 시인, 한완상 전 부총리, 김보화 방송인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걸쭉한 사람들이 일일강사로 나서는 이 대학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경청할 수 있다. 문의는 안성시청 주민생활지원과 678-218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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