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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만도 못한 서울시의회의 학원 자율화 '헛발질'

과외금지 정책 실시한 5공화국만한 상식도 없는 서울시의회

등록|2008.03.14 11:09 수정|2008.03.14 18:14

▲ 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 박상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12일, 학원 심야운영(밤 10시~새벽 5시)을 제한하는 현행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것이 본회의에서도 통과되면 서울지역 학원들은 아무런 제도적 규제를 받지 않은 채 마음 놓고 24시간 사교육 '장사'를 할 수 있다. 학생들도 자유롭게 '사교육 천국(?)'에서 온종일 놀 수 있게 된다.

사교육은 '선'인가 '악'인가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별하기 위해서는 가치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교육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사교육은 '선'인가 '악'인가.

첫째, 사교육은 돈이다. 사교육 부담은 모든 국민을 재정적으로 압박한다. 그 대가로 얻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서울 강남 지역부터 시골 농어촌 지역까지 켜켜이 이어지는 성적 서열구조만 재확인할 뿐이다. 얻는 것 없이 가난해지기만 한다.

둘째, 한국에서 사교육은 입시 사교육을 의미한다. 입시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이것은 모든 아이들의 창조성과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셋째, 사교육은 각자의 재력으로 교육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빈부에 다른 교육격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세습의 사회를 만든다. 아이들은 아무 죄도 없이 부모에 의해 인생이 갈린다. 신분세습과 연좌제다.

그러므로 사교육은 '악'이다.

마약 규제가 효율적일까, 자유화가 효율적일까

가치판단이 끝났다. 이젠 정책적 효율성을 보자.

'악'을 근절하거나 줄이기 위해서 '악'에게 자유를 주는 정책이 효율적인가, '악'을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마약 줄이기를 위해 마약 규제정책을 펴는 것이 효율적일까, 마약 자유화가 효율적일까?
도박을 줄이기 위해 도박장 규제가 효율적일까, 도박장 영업 자유화가 효율적일까?
노예노동, 아동노동을 줄이기 위해 노동시장 규제정책이 효율적일까, 노동시장 자유화가 효율적일까?

이건 상식적인 문제다. 나쁜 것은 규제해야 한다. 나쁜 것을 풀어주면서 나쁜 것을 줄이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누구라도 알 만한 일이다. 이제 가치판단과 정책효율성을 연결해보자.

1. 사교육은 악이다.
2. 악을 줄이거나 근절하기 위해선 악을 규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교육 정책은 규제가 정답이다.

▲ 성적 순위별 월평균 사교육비,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 (자료출처 : 통계청 발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 새사연

사교육 시장이라도 융성하면 경제가 살아나나?


이렇게 뻔한 말을 길게 해야 하는 현실이 우스꽝스럽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은 시울시의원들의 기념비적인 '헛발질' 때문이다. 사교육 대책이 국가 과제인 이때 사교육 자유화, 학원 자유화 정책을 내놨다. 도박장 자유화와 다를 것이 없다. 이제 아이들은 유사 아동중노동인 입시공부를 시도 때도 없이 마음대로 누릴 자유인이 될 판이다.

전두환 정권의 정책 중에 딱 하나 칭송 받는 것이 과외금지 정책이다. 서울시의원들에겐 전두환 정권 만큼의 상식도 없는 것일까? 그 사이에 약 삼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한국에서 '상식'은 거꾸로 자라는 나무인가 보다.

서울시의회는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부는 탈규제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하고 있다. '프렌들리'한 사교육 기업 규제철폐 드라이브의 시동이 걸렸다. 사교육 시장이라도 융성하면 경제 살아난다고 좋아해야 하나?

그러나, 불행히도 그동안 사교육 시장이 사상 최대로 융성하는 동안 한국경제는 민생파탄상황으로 내달았다. 사교육 시장은 나쁜 시장이다. 이번 규제철폐는 교육적으로도 나쁘고, 경제적으로도 나쁘고, 인간적 가치에 비추어보아도 나쁜, '헛발질 프렌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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