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 전 대통령 "저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미안"

14일 홈페이지에 '함께 생각해 봅시다' 란 만들어 의견 올려

등록|2008.03.14 12:33 수정|2008.03.14 12:33

▲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함께 생각해 봅시다'는 란을 만들어 '회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옮겨 놓고 토론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은 12일 오후 봉하마을을 찾아온 방문객 앞에서 꽃을 받고 인사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그 동안 저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사람 사는 세상)를 일부 개편해 14일 ‘함께 생각해 봅시다’는 란을 만든 뒤 '386'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옮겨 놓았는데, 여러 주제에 대해 네티즌들과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날 “이 글을 추천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러분의 글에 일일이 의견을 달고 싶지만, 감당이 안된다”고 밝혔다. ‘회원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2만3438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더불어’라는 사람이 지난 11일 올린 글을 처음으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아침, 의견을 올려보려고 글 몇 개를 내려받았다. 그런데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묻어 두었다가 이제 잠시 자투리 시간을 벌려서 글 하나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는 ‘시민주권운동’에 대해 썼다. 이 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시민주권운동’, 앞으로 제가 여러분에게 함께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은 운동”이라며 “이 개념을 저보다 잘 설명한 글이다. 일독을 권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주권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할 것이다. ‘귀족권력’, ‘시장권력’이라는 개념과 대비해서 생각해 보면, 개념이 좀더 명료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시민권력’과 ‘시민주권’은 다른 개념이다. 이후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확신범’이란 사람이 지난 11일 올린 “노무현 학습을 다시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추천해 놓았다. 이 글에 대해 그는 “저보다 더 노무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글이라 싶어서 추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확신범’이 쓴 글 밑에 단 댓글을 통해 “나중에 회고록에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도 부족한 사람이다. 그리고 저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 분들은 속았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리고 실망하고, 다음에는 세상을 불신하게 된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다”고 해놓았다.

‘확신범’이란 사람은 이 글에서 “다시 노무현이 화두이다. 노무현 학습은 계속된다. 노무현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변했다면 노무현2.0 정도로 진화된 수준 국정운영을 통하여 비전을 확고히 하고 실무 능력을 조금 더 배양한 정도 (사실 궁금한 것은 언제나 노무현1.0이었다)”라고 해 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386'에 대한 설명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리버타운’이란 사람이 ‘회원게시판’에 올렸던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뒷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퍼와 '함께 생각해 봅시다'란에 올려놓았다. ‘리버타운’이란 사람은 한 공항 내 화물청사에서 항공화물 보안검색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보안문제에 대해 지적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저도 몰랐던 일이다. 그건 386이다”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고, 이 글을 읽는 것도 오늘 처음이다. 일단 읽고 이야기 하자”고 해놓았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 글 밑에 단 댓글을 통해 “386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나 한 때는 너도나도 386이라 자처할 만큼 퍽 자랑스럽게 쓰이던 이름”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모두가 기피하는 이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 편으로는 청와대에 들어와서 실세가 되어 권력을 농단하는 아마추어 철부지 개혁가들로 몰렸고, 한 편으로는 스스로 386이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의 실망스러운 처신으로 별로 다르지도 않으면서 잘난 척 하는 얼치기 정치인으로 몰렸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저는 아직도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은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삐 풀린 권력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고, 빼앗기고 짓밟히는 사람을 보았고, 숨 죽이고 눈치를 보며 모멸감과 치욕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비록 복잡하게 뒤엉긴 현실에서 많은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들은 온 몸으로 불의에 항거했고, 정의를 위하여 스스로의 미래를 내던졌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386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87년 6월 항쟁의 승리를 맛보았던 사람들이다. 비록 완전하지 못해서 비판의 도마에 올라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민주주의와 도덕적 이상에 있어서 그 어떤 세대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동안 노무현과 함께한 386들이 한 일을 저도 일일이 들추어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많은 일들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있어서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그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386은 특정인, 특정 집단의 이름일 수 없다. 그 시대의 아픔을 옴 몸으로 견디고 거부하고 투쟁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라며 “386이라는 이름이 생긴 때부터 저 또한 386의 한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 동안 저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천 글 밑에 네티즌들이 수십개의 댓글을 달아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14일 낮 12시경 김해시 진영읍 원로와 초등학교 은사 등 30여 명과 함께 오찬을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