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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예찬론자 사진작가의 '명품' 사진?

간지 개인전 '欲望(Desire)1-名品(Masterpiece)' 개최

등록|2008.03.16 11:44 수정|2008.03.26 13:34
간지 개인전 전시 기간 중에 전시작품의 제작과정과 일부 작품의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과거에 발표된 특정한 작가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시비에 휘말려서 게재된 일부 이미지를 교체했습니다.
19세기 픽토리얼리즘 사진은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양식을 차용한 결과물이다. 사진사 초기에 등장하는 예술 사진가들은 화가 출신들이었고, 그들의 미의식은 회화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단지 붓 대신에 카메라를 선택하였다는 것 외에는 작품의 주제나 내용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사진과 회화 혹은 미술이 일정기간 거리를 두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사진 분리파가 등장하고서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가 사진의 새로운 표현양식과 미학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부터이다.

그 결과 미국의 모더니즘 사진가들에 의해서 사진의 사실성과 진실성에 대한 신화적인 이데올로기가 형성 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개념미술가들에 의해서 사진이 수용되면서부터 사진과 미술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0년대에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가장 영향력 있는 표현매체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 후 20세기 후반부터는 예술로서의 사진과 미술을 구분하는 그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사진작품을 비롯한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삶과 정서를 반영한다. 그런데 예술작품은 보편적인 사고의 결과물이기 보다는 특정한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인 사고체계가 개입되어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사회규범이나 규칙의 틀 혹은 관습으로는 공감하기 쉽지 않는 작품이 생산되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한 작가의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그 작품을 생산한 작가를 파악하는 과정과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 欲望(Desire)1-名品(Masterpiece) ⓒ 간지


간지Ghanzi는 일상적인 삶에서 명품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그리고 그만큼 소유하고 싶은 욕구도 강하다. 또한 명품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고 명품 예찬론자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명품에 대한 자신의 주관과 감정을 시각화 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미술적인 표현방식과 사진적인 프로세스를 혼용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명품을 광고하는 잡지에 게재된 명품시계, 명품보석, 명품화장품, 명품자동차 등 여러 명품 광고 이미지들을 정밀하게 오려낸 다음에 그것을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재구성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재현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을 실제로 충족시킨 것과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평소에 관심을 가져온 여러 명품 이미지들을 잡지에서 수집하는 과정 속에서 실제로 자신이 그것을 소유하게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작업을 진행하였다.

▲ 欲望(Desire)1-名品(Masterpiece) ⓒ 간지


▲ 欲望(Desire)1-名品(Masterpiece) ⓒ 간지


나는 그를 보면서 도시의 봄을 눈으로 확인했다. 실제 전시작품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심리가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도 작품을 관람하면서 작가의 의식체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작업 과정에서 수작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작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수고스러웠지만, 명품에 대한 애착과 소유하고자하는 욕망이 그것을 극복하는 원초적인 에너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작가가 허영심이 넘치는 허영덩어리만은 아니다. 명품에 대한 의미와 매력을 깨닫고 그것을 즐기고 동시대의 또 다른 문화적인 현상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 欲望(Desire)1-名品(Masterpiece) ⓒ 간지


작가는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잡지에 실린 이미지를 차용하였다. 작품 제작 과정이 마치 1980년대에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기 위하여 잡지에서 문자와 이미지를 차용한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크루거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보는 이들의 시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작품의 주제와 내용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다. 페미니즘과는 너무나도 무관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표현대상의 외형과 작업과정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작품마다 컬러가 감각적이다. 미술적인 표현방식과 사진적인 표현방식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정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시회가 되었다. 필자는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이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될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가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주제의 '욕망' 시리즈도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2008 0319 ~ 2008 0325
초대일시 2008 0319 수요일 6:00pm

갤러리 NV_GALLERY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82.2.736.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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