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적 만든 자원봉사자 "불가능은 없다"
[기름유출 100일] 16일 기준 161만여명 태안군 방문, 100일 이후에도 꾸준히 찾아
▲ 흰 물결하얀 방제복을 입고 기름제거를 하는 자원봉사자들로 해안가가 순백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는 모습 ⓒ 정대희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100일을 맞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태안군을 방문하여 기름제거 복구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및 군인, 경찰 등은 태안해경 집계에 따르면 161만1952명(16일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가 지난달 21일 자원봉사자 100만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펼친 이후에도 꾸준히 발길이 이어져 약 60만명 이상 자원봉사자가 매일같이 태안을 방문, 힘겨운 기름과의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100만번째 자원봉사지난달 21일 100만번째 자원봉사자 탄생 기념해사가 만리포 해변에서 개최 되었다. ⓒ 정대희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만 하는 피해현장,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 도보로 20여분 넘게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곳 등 기름제거 복구작업에 앞서 그들은 더욱 험한 일정을 보내야 한다. 사고 초반 접근이 쉬웠던 곳도 많은 양의 기름이 백사장으로 떠밀려와 복구작업이 쉽진 않았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장화, 고무장갑, 삽, 양동이 등 방제복을 입고 장비를 챙겨 피해현장으로 나갔다. 심하게 진동하는 원유 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기름을 퍼 나르기만 했다.
밀물과 썰물 차가 큰 태안에서 하는 복구작업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썰물때 기름제거 작업을 하려고 하면 기름에 노출된 해변의 넓이가 더욱 넓어져 기름을 해안가로 나르기만도 벅찼다.
▲ 어렵다 어려워기름제거 복구현장을 가기위해 자원봉사자들이 험한 지형을 만나 조심 조심 발을 옮기며 바위을 올라가는 모습 ⓒ 정대희
그렇다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혜를 발휘하여 바닷물이 닿는 기름범벅이 된 끝부분부터 해안가 인근거리까지 줄을 길게 늘어서 기름 양동이를 날랐다.
조금이라도 오염을 막고자 백사장에 깔아놓은 흡착포들은 황금빛 백사장을 순백의 백사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기름제거 복구작업에 참여한 인력에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 아이에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세대를 초월하고 성별을 구별하지 않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등을 포함한 가족단위 자원봉사자도 많았다. 신혼여행지로 자원봉사를 계획하고 방문한 신혼부부도 있었으며, 장기간동안 피해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 일째 기름제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 가족이 함께가족이 함께 피해복구 현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 정대희
기업과 정부기관, 대학가 등에서도 '태안 자원봉사'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은 사방팔방 피해현장을 찾아다니며 '돌 하나라도 깨끗하게 만들자'는 심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흡수되는 방제복, 기름복구 참가자 건강 적신호' 등 방송국 보도에 잠시 움츠러들기는 하였으나 다시 피해현장을 찾아 기름제거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원봉사자들은 기름제거 복구작업에만 전념하지 않았다.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먹을거리를 준비해와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병원, 로펌사 등에서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법률 상담을 해주었다.
봉사자들은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2차, 3차 연속 참여를 하여 방제요령을 터득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더욱 효과적인 방제작업 시스템을 만들기에 일조했다.
▲ 힘내세요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피해지역민에게 용기를 내라며 위로를 전하고 다니는 모습 ⓒ 정대희
자원봉사자들은 또 기름제거 복구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기까지 시작했다.
태안군 관내 주요 길목에 '태안군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기름 유출 사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 촉구 시위도 펼치는 등 피해주민과 아픔을 함께 했다.
15일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 날이었다. 태안의 기적, 서해안의 기적을 넘어 세계의 기적으로 거듭나고 있는 태안의 기름제거 복구현장. 식을 줄 모르는 국민들의 열정과 앞으로 계속 이어질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기대가 된다.
▲ 다시 찾길..복구작업이 끝난 해변을 걷고 있는 아이와 엄마. ⓒ 정대희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