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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변호사, 만화 저작권 논문 발표 화제

변호사 이영욱씨 '만화 창작 및 이용의 저작권법상 문제에 관한 연구' 발표

등록|2008.03.16 20:09 수정|2008.03.16 20:09

▲ 만화 저작권 관련 논문 발표한 이영욱 변호사 ⓒ 이영욱

일선 변호사가 만화 저작권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변호사 이영욱씨는 지난달 '만화 창작 및 이용의 저작권법상 문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 편의 "만화가 창작, 출판, 이용되는 과정에서 만화가와 다른 창작자, 출판자, 2차적 이용자 등 다수 관계자들에게 저작권법적으로 타당한 각자의 몫의 분배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즉 창작, 출판, 2차적 이용 단계에서 만화 저작권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개괄적으로 나누고,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사건', '리니지 사건'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논문에서 "만화는 일단 저작된 이후에는 법과 계약에 의하여 규율되는 지적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만화가 콘텐츠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자본이 투입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회수물(성과)이 커야 함과 동시에 만화가 또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부여받을 때에 창작에 매진하여 더욱 경쟁력 있고 가치 있는 만화를 저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상품화권자, 출판자 등 만화의 활용 및 경제적 효과 극대화를 꾀하는 자와 만화 창작자 사이에 각자의 정당한 몫을 나눠줄 수 있는 법적인 틀 마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고려대 법무대학원에서 지적재산권법을 전공한 이씨는 현재 법무법인 신우에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마린 블루스' 캐릭터를 비롯해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한 다수의 지적재산권 관련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또, 학부 시절부터 아마추어 만화가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변호사 관련 전문지에 만화를 기고하고 있다.

다음은 이영욱 변호사와의 1문 1답.

-이번 논문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평소 만화 저작권에 관심이 많아서 만화와 저작권과의 관계에 대해 논문을 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제 지도교수인 안효질 교수님이 '만화의 창작부터 이용까지 전반적인 쟁점을 다뤄본 문헌이나 논문이 없는 듯하니 그런 식으로 한 번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씀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만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인가?
"어릴 때부터 만화를 포함한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고, 주로 만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에서 입학해서 '그림마당'이라는 만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창작을 직접 했고, 주변에 많은 만화인들이 저작권법적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은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만화 저작권에 대해 관심 갖게 된 듯하다."

-국내는 만화 저작권 관련 논문 사례가 드문데?
"흔하지 않다기 보다는 논문치고는 조금 특이한 형식이다. 논문이라기보다는 개설서 같은 포맷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만화, 캐릭터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주로 다뤄진 것은 캐릭터 그 자체 또는 캐릭터의 상품화 측면인데, 제 논문 같이 창작부터 이용까지 전반의 법적 문제를 개괄적으로 다룬 논문 또는 책은 없는 듯하다."

-실제 만화가로 활동해서인지 논문에서 창작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프로 만화가라고 보기는 힘들고, 취미 삼아 그리는 수준이다. 현재는 변호사협회에서 나오는 '대한변협신문'에 '변호사25시'라는 4컷 만화를 그리고 있다. 논문은 기본적으로 만화를 창작해 활용하는 만화가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창작자 관점이 된 것 같다."

-국내 만화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변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만화 저작권 침해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불법 저작권 침해가 성행하는 것은 이것이 실제로 처벌받는 행위임을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한 탓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무엇을 금방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사회이니만큼 저작권 침해 문제도 짧은 기간 내에 나아질 것이다. 저작권 문제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요 근래 몇 년간의 일이 아닌가?"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 것 같은가?
"인터넷을 통한 만화 저작권 침해다. 이는 종국에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측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창작자 및 관련 종사자에게 그만큼의 대가가 돌아가지 않으니 창작 의욕이 떨어지고, 사업도 부진해지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극장 입장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한국 영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어떤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최근 한국만화협회 등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 복제 등에 대해 법무법인, 법률사무소 등에 위탁해 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단속을 계속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이 정당한 비용으로 인터넷상에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지금 시대에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은 어떠한 것이건 할 수 없으니 내 음악은 CD와 LP를 통한 유통만 허락하겠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만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만화계와 법조계,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파이를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화 그 자체가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만화 저작권 보호 문제도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변호사로서는 법률지식이나 전문가의 가치를 잘 평가했으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거액이 걸린 큰 계약의 내용이 뜻밖에 허술한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은 결과다. 법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컨대 계약할 때 좋은 조언을 받는 것은 나중에 많은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돌아온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모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작성하는 경우에는 계약서에 허점이 많다."

만화 그리는 일이 즐겁다는 변호사 이영욱씨는 변호사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만화 그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요즘은 매주 일본어 과외를 받으며 만화 선진국인 일본의 문헌과 판례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단다. 이씨는 "앞으로 학문적으로 만화 저작권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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