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외환시장 '패닉'...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다"
환율상승→물가상승→소비위축→경기침체 등 악순환 가능성
▲ 17일 오전 11시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환율은 1022.20원을 기록, 지난 2006년 1월이후 2년 2개월 만에 1000원선을 넘어섰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에 쌓여있는 미 달러화. ⓒ AP/연합뉴스
그는 "최근 환율 상승을 두고, 시장 일부에선 '강만수 효과'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오늘 같은 정도의 (환율) 급등과 불투명한 국제 경기 여건을 볼 때 우리에겐 결코 좋을 수만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내 분위기와 함께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 속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 양상을 보였고, 국내 주식시장도 한 때 6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패닉' 양상을 보였다.
주식시장 폭락은 경제불안 심리를 더욱 확산시키고, 특히 환율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위축 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6% 경제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식폭락, 환율 급등..."이 정도까지 될줄이야..."
17일 오전 11시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환율은 1022.20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환율은 꾸준히 올라 1032원까지 올랐다가, 오후에 1029.20원으로 끝났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6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환율이 크게 오르는 이유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내다파는 사람보다 사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일동안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80원 가량 올랐다.
17일에도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달러화를 사자는 수요가 크게 몰리면서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처럼 달러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파산을 선고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 자금 지원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의 주식 등 위험 자산 기피현상이 커지면서 달러화 확보 수요가 크게 높아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기피에 따른 달러화 확보가 크게 늘어난 것과 함께 최근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 새 정부의 경제라인 성향 등도 (환율 상승에) 한몫했다"고 밝혔다.
환율상승→물가상승→소비위축→경기침체 등 악순환 가능성
국내 주식시장도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인해 종합주가지수가 한 때 6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폭락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시장은 17일 오전 11시 30분께 60포인트가 떨어진 153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하락폭이 줄어들어 1570선을 유지했다. 물론 이 수치 역시 지난 주말보다 25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주가 하락 양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환율 급등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과 기업 투자 감소,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유 본부장은 "과거 환율 상승으로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됐지만,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이 올라 (수출증대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물가가 급등해, 국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같은 물가상승은 국내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로 주가하락도 심화될 수 있다"면서 "환율 급등은 수출 증대 효과보다 국내 경기의 위축 가능성을 더욱 고조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 본부장은 "(정부는) 환율의 급등락을 방지하고, 수출 증가와 물가 안정을 위한 적정 환율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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