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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신장' 내세우더니 수업 중 학생 동원 서울시 교육감의 이상한 화보 촬영 들통

선관위, 직권 조사... 전교조, 퇴진 요구

등록|2008.03.17 22:56 수정|2008.03.18 09:18

정말 엄지손가락을 올릴 만한가?<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문제의 화보. ⓒ 윤근혁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이번에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할 초중고생 80여 명을 빼내 선거용으로 의심되는 화보 촬영을 한 사실이 들통나 서울시 선관위가 17일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시 선관위는 이날 '공 교육감이 학부모에게 보낸 서신'과 관련 "위법 사실을 통보하고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서울시교육청에 보낸 데 이어, 화보 촬영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출마 예정' 서울시 교육감의 이상한 가정통신문)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가 "교육감으로서 자격 미달이 거듭 확인된 이상 즉각 용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오는 7월 30일 처음 실시되는 직선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파문이 예상된다.

초중고생 80명 동원, 3시간 30분 촬영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자체 기관지인 월간<세계일류 서울교육> 3월호 1만 부를 찍어 전체 초중고에 보냈다. 이 책자 18∼19쪽에는 초중고생 80명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린 채 공 교육감을 둘러싸고 서 있는 대형 화보가 실렸다.

화보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은 뒤 화보 아래에는 공약을 연상시키는 '6대 약속'을 적어 놨다.

"학생에게 행복을, 학부모에게 감동을, 선생님에게 보람 주는 세계일류 서울교육."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은 2010학년도부터 시행합니다."

그런데 이 화보에 등장한 학생들은 평일인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7시 30분쯤부터 11시쯤까지 교실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시간은 학교의 1· 2·3교시에 해당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 시간 공 교육감의 화보 촬영을 위해 서울 송파구 ○초 1∼6학년생 43명을 비롯하여 다른 두 개 학교 중고생 등 40여 명을 서울 올림픽공원 등지로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서울 ○초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한 아무개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에 빠졌는데도 정상 출석한 것으로 출석부에 허위 기록할 것을 종용했다. 또한, 이 학생들을 인솔한 5학년 2명의 교사들도 근무상황부에 '출장'이나 '외출'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해 비밀리에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이 학교에 근무한 한 교사는 "사진 촬영이 있기 전날 교무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이 '참가 아동에 대해 지각·결과처리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는 "근무상황부를 살펴보니 교장과 두 교사가 별다른 기록을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인솔해 사진을 찍게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 교육감님이 수업에 지장을 주지 말라고 했는데도 화보 촬영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을 침해하게 되었다"고 관련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서울 ○초 주변에 살고 있는 공 교육감은 이날 아침 올림픽공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한 뒤 서울 ○초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끝까지 사진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학생동원 사진 촬영은 선거법 어긴 의혹"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는 "선거공보용이거나 선거를 의식한 화보 제작용 사진촬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원재 서울지부장은 "학력신장과 무한경쟁교육을 강조한 공 교육감이 학생들을 강제동원해 사리사욕을 채운 것은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이라면서 "직위를 활용해 학생들을 자신의 홍보용으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장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선관위도 이날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85조와 93조를 어긴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여 다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며 선거권이 없는 자에 대하여 교육상의 행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제85조)"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선거 180일 전부터 후보자를 알리는 인쇄물을 배포할 수 없다(제93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선거에 이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어떻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사진촬영을 하도록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공 교육감님이 시킨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서울교육을 홍보하려는 마음이 앞선 실무자의 착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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