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인사말에 나선 임진택 연출가모든 힘을 운하반대에 모으기로 했다는 그는 운하반대 선봉장에 선 듯 하다. ⓒ 정용국
문화예술인들이 이렇게 긴 이름을 새긴 것은 “한반도 대운하 반대” 라는 이름대신 긍정적 사고로 <반대가 아닌 모심>을 내세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평화포럼,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족서예인협회,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리얼리스트100, 한글문화연구회, 민족사진가협회, 한국춤연대 등 10개 단체가 공동연대하고 있으며 공동집행위원장으로는 민예총 남요원 사무총자, 작가회의 도종환 사무총장, 평화포럼 홍일선 사무총장이 맡았다.
▲ 고은의 시를 넘치는 붓에 담아내는 여태명 서예가나는 산이고 싶다로 시작되는 고은의 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 정용국
또한 이날은 순례단의 발길이 경기, 충청을 지나 현 정권의 강력한 근거지인 영남으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이여서 더욱 큰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남하중인 순례단은 일요일을 맞아 각 종교단체, 정당, 시민들의 참여로 200여명에 이르는 규모로 불어나 있었고, 부산에서 북으로 상경하고 있는 녹색연대와 서울에서 행사를 준비해온 공동연대의 참가자들까지 행사장은 운하반대 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정부지원금 한 푼도 없이 순수하게 성금으로 준비된 것이었고 참가 가수와 예술인 모두 무보수로 참가했다. 인사말에 나선 민예총 부이사장인 임진택 연출가는 자신이 생명평화결사 생명의 강 특위위원장을 자임했다며 당분간 모든 공력을 운하반대에 쏟을 것이라 하였다. 단군 이래 최악의 계획이라 열변을 토한 임부이사장은 앞으로 인간 띠잇기 운동과 천제지내기 등을 통하여 운하건설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정부의 움직임을 보아 운하특별법에는 위헌소송을, 운하건설 이론에는 학문적인 반대근거를 유도할 토론회 개최 등 다각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순례단이 인사는 모습그들의 얼굴은 새까맣게 탔지만 눈은 더욱 빛났다 ⓒ 정용국
얼굴이 까맣게 그을러 더 작게 보이는 박남준 시인은 <운하 이후>라는 시에서 '나도 흐르는 강물이고 싶다 /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때로 여울로 굽이치며 / 노래하는 강물이고 싶다'라고 조용조용 말했고, 여주에 사는 홍일선 시인은 '우리 강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리'라는 눈물겨운 시제로 많은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양대 장순향 교수가 이끄는 한반도춤패 단원들의 살풀이춤과 김현성, 한보리, 수니 등의 가수도 노래로 행사를 돋보이게 했다. 대운하 저지 강물맞이 해원상생굿을 오우열 시인이 펼쳐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순례단이 소개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 행사장을 찾아 수경스님과 환담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두 사람은 정치문제를 비켜나가려는 듯 어색했다 ⓒ 정용국
행사 중간에 참가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행사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공식적인 인사도 피한 채 수경스님과 잠깐 말을 나누고 기자단의 질문에 답한 뒤 곧바로 순례단과 함께 강변을 걸었으나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려는 기자들의 혼란에 휩싸여 행렬이 흩트러져 보기에 민망했다.
9일 실시한 MBC의 여론조사에서 운하 반대 57%, 찬성 29%의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공약에서 운하의 '운'자도 꺼내지 말라고 입조심을 시킨 것을 보면 운하에 대한 모든 이론과 결과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자명하게 보여준 것은 아닐까. 순례단은 자욱한 황사 속으로 멀어져 갔고 귀경하는 공동연대의 발걸음도 더없이 무거워 보였다. 운하저지를 위한 첫 발걸음을 장중하게 디딘 공동연대의 행보가 주목된다.
▲ 산수유가 핀 길 뒤로 파랗게 변한 강변을 지나가는 순례단 자연은 아름다웠으나 순례의 길은 버거운 듯 했다 ⓒ 정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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