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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판 아나운서들, 줄줄이 사표...왜?

최근 지승현 박지윤 아나운서 사의 표명

등록|2008.03.18 18:43 수정|2008.03.18 20:09

▲ KBS에 사의를 표명했던 간판 아나운서들 ⓒ 마이데일리·KBS

KBS 아나운서국에 사직서 제출 사태가 '붐'을 이루고 있다.

2년여 전 KBS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책임지며 간판급 아나운서로 활약했던 김병찬, 강수정의 연이은 프리랜서 선언으로 아나운서국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온 신영일과 손미나가 사의 표명으로 잠시 주춤했던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전향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불과 몇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메인뉴스 <뉴스9>의 주말 뉴스 앵커를 맡아 차분한 진행을 선보였던 지승현과 KBS 예능 및 각 분야 프로그램에서 전천후 활약중인 박지윤 아나운서가 KBS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박 아나운서의 사의에 대한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입사 이래 빠듯한 스케줄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터라 재충전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던 지승현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 방송사를 그만뒀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지난 9년 동안 일하면서 아나운서는 방송사에 전문직으로 의미 있는 일이고 내가 선망하는 일이다. 하지만 두가지를 병행할 수 없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다"며 사직에 대한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승현과 박 아나운서의 사의 표명은 프리랜서 선언을 위한 과정으로 압축될 수 있는 이전 사례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일의 과부하'라는 차원에서 살피면 같은 근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김병찬은 올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KBS 아나운서국에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형평성의 논리를 댔다. 가령 KBS 아나운서국에 100여명의 아나운서가 있다면 역할 분담의 차이가 엄청난 데 비해 처우는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개의 프로그램이 잡혀 있어 빠듯한 스케줄에 치여 살아야 하는 아나운서도 있는 반면 별 공들임 없이 소득을 취하는 아나운서도 있다. 이 또한 경력에 따른 당연한 처우일 수도 있지만 부당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금전적인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김병찬은 비슷한 시기에 사직서를 제출한 강수정과 지난해 프리랜서 전향을 선언한 신영일을 그 예로 들며 "엄청난 프로그램 스케줄량을 소화해내고도 정작 '아나운서'라는 직업적 틀에 얽매여 인터뷰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아나운서의 정체성이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이고, 이런 이유로 다소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언급할 때 저널리스트와 엔터테이너로의 역할론을 들 수 있지만 그 정체성마저 무너진 지 오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영역이 축소되다 보니 자연스레 엔터테이너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는 직업적 상실성을 더해줄 뿐이다.

공교롭게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사의를 표명한 이들 대부분이 저널리스트만이 아닌 엔터테이너의 역할까지 수행해 왔다. 인지도 차원으로는 더없는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인지도를 쌓기 무섭게 이들에겐 일의 과부하가 떨어졌고, 이러한 심신적 부담은 곧 이들로 하여금 직업적인 허무감을 안겨줬으며 결국 발길마저 달리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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