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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걱정 끝 "농사가 재밌어요"

전남 담양 오봉권씨...친환경 유통업체와 전량 계약재배

등록|2008.03.19 08:39 수정|2008.03.19 08:39

▲ 오봉권 씨가 자신의 쌈채소 재배 하우스에서 잡풀을 손으로 솎아내고 있다. 여기서 난 쌈채소는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이다. ⓒ 이돈삼


"요즘 살만 합니다. 농사도 재밌고요. 판로 걱정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전남 담양에서 ‘청담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봉권(59․담양군 대전면 강의리)씨의 말이다. 계약재배를 통해 유기농산물을 생산, 전량 납품한 덕분이다. "물량이 없어서 더 팔지 못할 정도"라면서 "진즉 귀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 씨가 생산하는 농산물은 상추, 브로콜리, 적근대, 치커리, 청경채, 케일 등 쌈채소류.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판매는 장성에 있는 '학사농장'에다 한다. 현지 실사를 거친 유통업체에서 생산물을 믿고 사준 결과다. 아무 걱정 없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에만 매달리면 되는 셈이다.

그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경력은 8년째.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지만 귀농 이후 줄곧 친환경재배를 통해 신뢰를 탄탄히 쌓아왔다. 그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지난 2001년. 대처에서 화장품 도매업을 하다가 전원생활의 꿈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다.

▲ 오 씨의 하우스에서 유기농 쌈채소를 수확하던 한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이돈삼


▲ 오 씨의 하우스 밖에서 자라고 있는 토끼. 여기서 솎아낸 채소를 먹으며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 이돈삼


처음엔 농사 욕심이 없었다. 식량을 자체 해결할 생각으로 벼농사 900평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귀농 첫해 벼 수확을 한 그는 주변 농가의 조언을 들어 바로 딸기를 심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광주원협에 갔다가 '친환경농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됐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먹을 것인데, 함부로 농사지을 수 있나요? 친환경농법으로 안전하게 키워야죠."

그 길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찾아가 친환경농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료를 제공받아 하나씩 실천해 갔다.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농산물품질관리원과 농업기술센터 등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이렇게 해서 1년 만에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았다.

농사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쌈채소 시장에 대한 가능성도 보였다. 과감하게 딸기농사를 접고 상추와 브로콜리 등 쌈채소로 작목을 바꿨다.

땅심은 토양검정 결과를 토대로 쌀겨팰릿, 왕겨, 볏짚을 함께 넣고 땅을 갈아엎어서 높였다. 비배 관리, 병해충 방제, 잡초 제거도 빈틈없이 했다.

판로는 친환경 유통업체에 견본을 보내고, 직접 구매담당자를 찾아가 우수성을 알렸다. 유기농산물 유통업체인 학사농장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의 이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학사농장은 현지실사를 거쳐 생산물 전량을 사가고, 앞으로도 계약재배를 통해 모두 사가겠다고 나섰다. 지난 2004년의 일이었다.

▲ 오봉권 씨의 쌈채소 밭. 유기농 인증을 받은 이 쌈채소는 친환경 유통업체와 전량 계약재배를 통해 출하되고 있다. ⓒ 이돈삼


그의 농사규모는 시설원예 1만3377㎡(4050평). 지난 2006년, 생산품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생산과 공급이 안정적으로 되다보니 소득이 높은 것도 당연한 일. 연간 매출이 1억5000만원 정도 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들이 모였다. 지난해엔 이웃농가 20명과 함께 ‘산내들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회원들이 생산한 쌈채소와 딸기, 오이, 방울토마토, 멜론 등도 학사농장과 한마음공동체, 학교급식업체 등에 모두 납품토록 성사시켰다. 회원농가 모두 판로 걱정 없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프로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쌓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죠." 그의 말에서 농부로서의 마음가짐이 읽혀진다.

▲ 오봉권 씨가 아주머니들과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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