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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박정희 따라하기'와 대운하 밀어붙이기

'대운하' 반대전선 확대, 그에 대한 이명박식 대처

등록|2008.03.19 09:56 수정|2008.03.19 17:43

▲ 2월 25일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 무개차 밖으로 몸을 내밀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엄청난 집념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두개의 장면이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세웠던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반박했던 것과 유독 '선글라스'를 즐겨쓰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 연출.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강하게 의식하는 듯하다. 현대건설 시절의 윗사람이었던 정주영 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을 지켜본 산증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영향을 받았을까?

'선글라스 패션'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의 김영호 부대변인은 논평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항상 즐겨 썼던 검은색 선글라스를 폼 나게(?) 걸치고선 손가락질을 해대는 모습이 언뜻 죽은 박 전 대통령이 살아돌아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습"이라면서 "다만 장롱 속에 처박힌 구닥다리 검은 선글라스까지 꺼내 쓰고 기어코 '짝퉁(?) 박정희'를 연출해야하는 이 후보의 '모노드라마'를 보면서 쓴웃음과 함께 '아예 쇼를 해라. 쇼를 해'라는 멘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적도 있을 정도다.

날카로운 논평 중 하나였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모습이 연출돼 TV나 현장 방문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보여지면 아주 효율적인 이미지 효과가 연출된다. "경제가 어렵다"는 생각 아래 노년층의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면서, 지지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감안했을 것이다.

이 스타일 연출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말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좋아하셨을 것"이라는 발언과 연계시켜서 볼 수 있다. 말은 점잖았지만 "당신의 아버지도 찬성하실 게 분명한데 당신이 뭘 안다고 반대하느냐"는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향수'에 더욱 확실히 근접하겠다는 판단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으로 시도됐던 '한강 준설 사업'과 비교할 만하다. 당시, 한강에 있던 엄청난 양의 모래는 매립지가 되거나 그 매립지 위에 세워진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한반도 대운하'에서도 비용 충당의 핵심은 바로 '모래'다.

이명박 대통령 측은 모래(골재) 판매로 8조원의 수익을 올려 전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2조원이 채 안된다는 주장을 한다. 내항 공사만 해도 엄청난 양의 모래가 소비될 텐데 8조원이 웬 말이냐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논란을 유발할 것이다.

어쨌든, 이 '한반도 대운하'의 불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반대 측의 맹공은 여전하며,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쉽게 옹호하기 어려운 이유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셈이다.

'한반도 대운하', 결국 여당 의원들조차도 동의 안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제외했다고 한다.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총선 공약에 안 들어간다고 해서 (대운하 건설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 말은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다듬지도 않은 공약을 명색이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야당을 비롯해 이 '총선공약 제외'에 대해서도 하나같이 "여론을 의식한 꼼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조차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가장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은 역시 홍준표 의원의 "배가 독극물을 싣고가다가 운하에 빠뜨리면 온 국민은 생수를 사먹어야 한다"던 말이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시종일관 공격했던 '경제성' 부분보다 더 확실한 대중적인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대통령직에 당선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한동안 '대운하 반대'라는 목소리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며 총선 출마를 결의한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다시 '대운하 반대'가 불거진 것이다.

통합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이 시종일관 '대운하 반대'를 외쳤던 것보다 더 확실한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 내에서도 결국 반대가 극심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피어오를 수밖에 없다.

조짐은 있었다.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격전예상지 여론조사 시도 결과 '대운하 전도사'이자 '이명박의 복심'이라던 이재오 의원이 '은평을' 지역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뒤쳐지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던 것이다. 물론, '총선'이라는 특유의 선거구도상 보다 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여지가 크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총선 때가 되면 더욱 보수적으로 나타나는 표심이 '여당의 실력자'이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유권자를 만나기로 유명한 의원을 향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확실히 독특한 부분이다. 추석 연휴 당시 역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국토를 순회했던 사실도 돌아봐야 한다.

'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친박'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외쳤다는 사실은, 결국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에 대한 명분 하나를 더 상실케 하면서 그 이상의 현실을 유도한다. 야당과 환경단체, 교수 모임 등의 다양한 포위 전선에 하나를 더 보탠 것이다. 전체적인 선거판이 '한반도 대운하'에 촛점이 맞춰지면서 그 위험 요소가 더 확실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대 여론이 최소한 '반한나라당' 내지는 '비한나라당'으로 유도될 경우, 선거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특히나 이 반대 여론이 '은평을' 지역구에 영향을 미쳐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의원을 낙선 시킬 경우에는 정치적인 명분도 확실하게 내세울 수 없을 것이다. 

높아지는 '대운하 반대'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의 이준구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대 박물관 대강당에서 '무엇을 위한 대운하 사업인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런 분위기가 지속돼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점하는 데 실패할 경우, '대운하 특별법'은 특히나 가결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렇기에 발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다양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불도저 리더십'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나, 본인의 '경기 활성화' 해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여야 하는 처지에 있다. 철새가 많은 정치판 특유의 과거와 현실을 감안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수도 있으며, 상상을 불허하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될지도 모른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추진력'을 앞세우는 인간형의 특징이다. '비판'이나 '반대'를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비판'이나 '반대'가 더 의욕을 고취시키게 할지도 모른다. 하고자 마음 먹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이뤄내야만 하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추진력'이라는 말을 뒤집어서 해석하면 "무리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볼 때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장준혁'이 떠오른다. 대학병원 정교수(과장) 자리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 캐릭터 말이다.

여기에 몇가지 양념을 추구하자면, 소설가 이인화는 <영원한 제국>이나 <인간의 길> 등의 소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 니체의 '초인' 사상까지 끌어들이기도 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고로 '영웅'은 그가 하려는 일에 늘상 비판이나 반대가 끊이질 않아 '고독한 길'을 걸어야 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영웅'의 고독한 과정은 뭉클한 감동을 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그러니 박정희는 '초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반대'가 있을 경우, '반대'가 곧 원동력이 된다. '반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과정, "영웅인 내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방해물"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대처할 이명박 대통령을 예상하기 좋은 장면들이다.

이명박의 '위풍당당 대운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장애인채용박람회를 방문했던 당시의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위풍당당 행진곡'이 크게 울려퍼졌다는 것이다. '위풍당당 행진곡'은 모 항공회사의 광고음악으로 활용돼 유명한 곡으로서, '웅장함'을 특징으로 하는 곡.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에 나서는 길에 동네 이웃 아이들이 작별 기념의 의미로 바이올린으로도 연주했다고도 한다.

그 장면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심리적 특이점,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를 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말 그대로 '위풍당당 대운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인의 길'을 걸었듯이, 이명박 대통령도 그 길을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초인의 길'에 걸맞은 웅장함을 본인의 배경으로 삼은 것, 예사롭지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적 생명, 그리고 난맥처럼 얽힌 특정업계, 혹은 특정계층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며, 본인의 자존심과도 연결돼 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야당의 포위전선이 점점 확대되면서 굳혀지고 있고, 그 논리적 오류와 부조리가 밝혀짐에 따라 마찬가지로 확대되고 있는 '반대 전선'을 형성한 사람들도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대'를 '방해물'로 해석하는 '초인', 그를 대처하는 '반대자'도 보통 상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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