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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서면조사만... '봐주기' 논란

삼성특검 "지금 단계 소환조사 별 의미 없다"

등록|2008.03.19 10:40 수정|2008.03.19 11:01

▲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을 지난 달 중순 서면조사만 한 것으로 지난 18일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삼성생명 전무이사(자산운용본부장, 전략기획실장), 삼성투자신탁 사장을 거쳐 삼성증권까지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 회사 요직을 두루 역임한 삼성그룹의 핵심 재무·관리 임원 중 한 사람이었다.

또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삼성증권과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내 사실상 비자금 조성 및 운용, 그리고 차명계좌 개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지난 5일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뇌물수수 인사로 지목하면서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한 황 전 행장이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검팀은 서면조사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18일 "전체 차명계좌주만 1천여 명에 달하고 황 전 행장은 그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며 "이미 차명계좌주 40~50명을 조사했고 지금 수사 단계에서 황 전 행장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황 전 행장은 서면조사를 통해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에 차명계좌가 개설된 경위에 대해 "실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답변과 함께 비자금 관리 등 일체의 의혹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기 서면조사? 특검 정치적 고려 너무한 것 아니냐"

▲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제공

현재 황 전 행장은 서면조사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상태다.

하지만 특검팀의 서면조사 시점이 황 전 행장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때였음을 미루어 볼 때 특검이 새 정부의 실세를 수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지난 2월 중순 특검팀의 이례적인 출국금지 해제를 두고도 이 같은 의심이 흘러나왔다. 

특히 같은 시기 금융감독위원회가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황 전 행장을 징계조치하면서 황 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조치만 내려 초대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졌었다. 

이와 관련해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면조사는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만 받은 것이지 조사가 아니다"며 특검팀의 황 전 행장에 대한 서면조사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황 전 행장은 정권의 실세이자, 핵심 삼성맨이다. 비자금 조성 시기에 우리금융 회장을 역임하는 등 비자금 조성과정과 절대 무관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특검팀이 서면조사만 했다는 것은 사실상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황 전 행장이 비록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되지 못했지만 지난 정권에서 진대제 전 장관이 그랬듯이 언젠가는 새 정부의 요직인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검팀이 정치적 고려를 너무 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황 전 행장에 대한 금감위의 징계가 문책성 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낮춰진 데 이어 특검이 황 전 행장을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한 것은 황 전 행장이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었기 때문 아니겠냐"며  "금융감독당국이나 특검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사례만 보더라도 특검이 내놓을 앞으로 삼성 비자금 의혹 등 수사 결론에 대해 우려가 들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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