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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문에 왕따된 군수... 탈당했기 때문에?

홍성군수는 '연락'하고 예산군수는 빼놓고... 뒷말 무성

등록|2008.03.20 16:55 수정|2008.03.20 18:23
이명박 대통령의 충남 예산 수덕사 방문 자리에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예산군수를 배제시켜 뒷말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대전시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를 들은 데 이어 오후 3시에는 최근 입적한 수덕사 방장 원담(圓潭) 스님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날 조문 후 홍성·예산 지역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수덕사 방문 일정이 늦어지면서 지역인사들과 별도의 자리는 만들지 않았다. 

논란은 이날 이 대통령과 수덕사 간담회 자리에 처음부터 이 지역 수장인 최승우 예산군수를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에 따라 최 예산군수는 수덕사 원담 스님의 조문을 이날 오전 따로 다녀왔다.

반면 홍성군수 및 홍성군의회 일부 의원, 예산군의회 의회 의장 및 부의장 등은 연락을 받고 수덕사를 방문해 이 대통령을 만났다. 

자유선진당에 입당한 최승우 군수, 왜 빠졌나

최 예산군수는 지난 13일 이회창 총재와의 개인적 관계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

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19일 이 대통령의 충남 예산 방문과 관련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가 선거 운동하는 자리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면서 "벌써 관권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징후가 보인다"고 이 대통령을 겨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측이 이 총재와의 관계와 자유선진당 입당 등 정치적 이유로 일부러 이 군수를 초청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군 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각각 "오늘 오전 휴대폰 문자로 대통령께서 방문한다며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와서 수덕사를 갔다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휴대폰 연락을 받았을 뿐 어떤 경로로 어떤 의미의 자리가 마련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홍성군 관계자는 "이종건 홍성군수의 경우 오늘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으로 연락을 받고 수덕사를 방문해 대통령을 영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예산군의 한 관계자는 "사전 예산군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대통령 방문 시간에 초청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에 군수님만 빠진 이유를 묻자 '비공식적인 당 행사'라 제외됐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궁색한 변명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님께서 공식 방문하는 일정이 어떻게 비공식적인 것이냐"며 "(예산군수만 빼놓은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읍에 사는 이모씨는 "대통령께서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접 예산군수를 초청대상에 제외시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는 정치적 지향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누가 봐도 속좁은 행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충남도당 관계자는 "청와대 측이 선거를 앞두고 예산 홍성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정치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예산군수를 빼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볼때 선거개입을 위한 정치적 방문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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