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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했어도 '박근혜 사람' 찍어뿌야지!" "대통령당 안 밀어주면 경제가 살겄나!"

[총선 르포- 대구·경북] 도전 받는 한나라 텃밭... 최대의 적은 '친박 무소속 연대'

등록|2008.03.21 09:43 수정|2008.03.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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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람? 대통령의 당?20일 오후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광역시와 경북 칠곡군 등지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문경미


한나라당이냐, 친박이냐!20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시외버스 터미널. 탈당한 '친박' 의원들 얘기에 두 할머니 사이에 말싸움이 붙었다. ⓒ 문경미


"탈당했어도 박근혜 사람을 찍어뿌야지!"
"대통령당을 안 밀어주면 경제가 살겄나!"

20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시외버스 터미널. 탈당한 '친박' 의원들 얘기에 두 할머니 사이에 말싸움이 붙었다. 기자의 질문 때문이다.

이아무개(60) 할머니는 "요즘 박근혜를 생각하면 속이 상해 죽겠다"며 "당이 내친 '친박' 의원들을 찍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곁에서 바로 반론이 들어왔다. 우아무개(68) 할머니는 "박근혜가 불쌍하고 공천이 잘못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소속을 찍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 할머니의 의견에 맞섰다.

칠곡은 '친박계'인 이인기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공천했다.

두 할머니의 대화는 요즘 대구 경북 민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탈당한 친박 의원들의 지역구는 총선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도전 받는 한나라 텃밭... 최대의 적은 '친박 무소속 연대'

한나라당의 텃밭 TK(대구·경북)가 위협받고 있다. '친박' 무소속 후보군 때문이다.

TK 민심의 뿌리에는 박 전 대표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와 박 전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가 있는 대구를 중심으로 '박근혜 파워'는 막강하다.

지역민 사이에서도 '친박 의원들=박근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소속 친박 의원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다.

바닥 민심에도 바람이 일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대 박근혜'라는 흥미로운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중·남구] '한나라당' - '박근혜' 사이에서 갈등

"이명박이가 뉘 때문에 대통령이 됐는데! 나도 박근혜 때문에 이명박 찍었다 아이가."

대구 최대의 도매시장인 서문시장. '친박 의원들의 탈당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아무개(52)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탈당한 의원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며 "대구 경북에선 아무래도 박근혜를 봐서 무소속 후보들을 많이 찍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천 결과를 보면, 탈락한 '친박' 의원 19명 중 11명이 영남권이다. 이중 대구 경북이 지역구인 의원은 이해봉(대구 달서을)·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박종근(대구 달서갑)·김태환(경북 구미을) 등 4명. 박 전 대표로서는 안방에서 수족을 잘린 셈이다.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 문경미


대구광역시 서문시장의 한 속옷가게서문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서민숙(51)씨는 "박근혜 측근 의원들이 공천을 못받은 것은 억울하지만 박근혜 지지는 이명박 대통령에 결례"라고 말했다. ⓒ 문경미


상인 강명호(45)씨도 한나라당 공천과정을 거론하면서 박 전 대표의 편을 들었다. 강씨는 "이재오 의원이 자기 사람을 많이 심는 바람에 박 전 대표 쪽 사람들이 피해를 본 건 사실 아니냐"며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씨는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의 미래도 낙관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지금 입을 닫고 있는 것도 사실상 탈당파에 대한 무언의 지지라고 본다"며 "다른 곳이면 몰라도 대구·경북에서는 (무소속 출마 의원 4명 중) 2석은 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대한 대구 경북의 민심은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매일신문>-대구MBC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공천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50.8%)이 '잘 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도 38.2%로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공천 탈락 후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에는 10명 중 6명(59.5%)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71.5%였다.

이는 '한나라당'이라는 전통적 지지정당과 '박근혜'라는 인물 파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지역의 민심을 잘 나타내준다.

실제로도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았다. 전은주(44)씨는 "친박 의원들을 잃은 박근혜를 생각하면 측은하지만, 당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선진당 친박' 곽성문 "대구 중심으로 '반한나라 연대'하자"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곽성문 자유선진당 사무총장이 내놓은 대구 중심의 '반한나라 연대' 구상도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 친박 의원인 곽 총장은 지난 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당을 떠나 이회창 총재에게 합류했다.

곽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무소속 총선 출마를 선언한 박종근·이해봉 의원 등은 같이 정치를 해온 한 식구나 마찬가지"라면 "대구지역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와) 같이 연대할 방법이 없느냐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천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곽 총장은 지난 19일에도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해 친박계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대구 달서구 지역 선거구 등에는 '반 한나라당 연대'를 위해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종근(대구 달서갑) 의원도 "그런 측면에서는 협조를 할 수 있다, 공조 문제를 놓고 공식적으로 대화를 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유선진당 쪽에서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무공천 지역으로 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대구광역시 월배시장 ⓒ 문경미



[달서구] "친박이라고 공천 탈락시키나" - "3선 했으면 이제 물갈이해야"

달서구의 월배시장을 가봤다. 이 곳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이해봉 의원의 지역구(달서을)다.

이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박근혜'라는 브랜드 파워와 3선을 하며 쌓아올린 인지도가 그의 자산이다.

이 의원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낸 권용범 VNK네트웍스 대표는 정치신인이다. '한나라당'이라는 간판과 "이제는 갈아야 할 때"라는 '물갈이 명분'을 뒷심으로 이 의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직은 이 의원에 '동정표'를 보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우아무개(55)씨는 "(이 의원이 당선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대구는 박 전 대표를 보고 (무소속 출마자들을) 찍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의 처지가 측은하고 안타깝다"며 "의정활동을 못한 것도 아닌데 이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린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을 하는 유진숙(50)씨도 "박근혜가 당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을 했는데 측근들을 자르냐"며 "(이 의원이) 억울할 만 하다, 박 전 대표가 투표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걸 토사구팽이라 안 캅니꺼."

횟집을 운영하는 박중호(47)씨는 박 전 대표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박씨는 "공천 때문에 대구 경북의 민심이 많이 갔다(변했다)"며 "비율로 봐도 이명박계가 훨씬 많이 공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철래(55)씨는 "이제는 물갈이 해야할 때"라며 한나라당의 공천결과에 힘을 실었다. 조씨는 "우리 지역구만 해도 이 의원이 3선이나 했으면 후배를 키워주는 게 맞지 않느냐"며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 살리고 정치만 잘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관망 중'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진천동에 사는 문영란(50)씨는 "이 의원이 인지도는 높지만 나이가 많지 않느냐"며 "권 후보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던데 앞으로 두 사람을 잘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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