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사형제... 10년 성과 무너지나?
법무부 검토중...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사건 분노 여론도 한몫
▲ 지난 19일 안양 초등학생 2명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안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최병렬
최근 발생한 전 유명 야구선수 네 모녀 살해 사건,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 두 사건 모두 그 살해 대상과 범행수법의 참혹함으로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사람들의 이같은 '분노'는 '사형제도' 부활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법무부가 21일 사형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집행까지 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와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12월 30일 134번째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선정됐다. 국제 앰네스티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안양 초등학생 살인자 사형시켜야"... 사형제 존치 목소리 점점 커져
현재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외환유치·살인죄 등 16종과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 45개, 특정범죄 가중처벌 법 378개, 균형법 70개 항목. 법무부는 정치사법 등 사형 항목을 줄이는 대신 미성년자 납치 살인과 연쇄살인 등에 대해서 사형제를 존치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형제도의 존폐문제는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사회 현실, 국민 여론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라며 "해당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1일 수원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지역기관장 모임에서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을 거론하며 "사형선고를 받았는데도 사형집행이 안 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사형제 존속을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날 "사형제도가 없다면 나라의 기강이 서겠나"며 "범죄자의 인권은 있고 아녀자들의 인권이 없는 나라라면 인권이 없는 나라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법무부가 사형제 존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네티즌들이 사형제도 존치 유무를 놓고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이경태
네티즌들도 이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찬성여론이 압도적인 편이다.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사형제도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며 "내 가족 중에 피해자가 있다고 생각하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인간이길 포기한 이들에게 인권이란 개념을 쓰지 마라"며 "당장 살인마를 처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 2003년~2004년 20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부터 사형할 것을 요구하는 글도 눈에 띈다.
"사형제도 있다고 범죄 예방되는 것 아냐... 사형제 존치는 단세포적 시각"
한편,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는 이같은 사형제 존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정책이 하나의 사건만으로 바뀌는 것은 단세포적 시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 사무국장은 "사형제도를 존치한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지난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선정된 것이 인권 분야의 가장 큰 성과인데 그 성과를 무너뜨리려는 법무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형을 집행하게 되면 국제적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국제신임도마저 떨어질 것"이라며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사형제도가 있다고 범죄예방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했다. 김 사무국장은 "검거율이 높거나 치안이 강화되어야 범죄예방이 되는 것"이라며 "사형제도 존치를 논하기 전 먼저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나조차도 자괴감이 들 정도로 용서받지 못할 범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범죄로 스스로의 존폐가 남에게 결정되어지는 것은 맞지 않다."
▲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준비위원회는 지난 2007년 12월 30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형폐지국가기념식'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수감중인 64명의 사형수를 상징하는 64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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