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사지남한강 인근의 폐사지, 고달사지 ⓒ 김선호
쓰나미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였나, 자연의 존엄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자각이 들끌던 그때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가까이서는 난개발로 인한 홍수 피해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 석불좌부처님은 간데 없고 홀로 남아 있는 석불좌 ⓒ 김선호
폐사지다. 절터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겨우 몇가지의 유물들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부서져 내리고 혹은 깨져 버렸으나 여즉 땅속에 박혀 있는 석축들로 인해 절의 규모를 짐작해 보건데 한눈으로 보아도 엄청난 규모다.
고달사지는 신라 경덕왕때(764년) 창건되고 고려시대에는 왕실의 비호를 받아 중건된 오래 된 절이다. 추정이 가능한 창건 연대에 비하면 언제 어떻게 폐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 지금도 수수께기로 남아 있다 한다.
▲ 돌계단석조부도를 만나러 가는 돌계단 ⓒ 김선호
돌무더기와 석축 사이를 뚫고 가야 하지만, 이왕이면 봄볕 좋은 오늘 같은 날엔 이 황량한 폐사지를 한 바퀴쯤 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폐사지 한가운데 서서 북동쪽을 바라보면 거기 부도 하나가 우뚝하다. 대한민국 국보 4호 '고달사지부도'다
일요일인데도 방문객이 거의 없어 한적하다. 고달사지 부도를 만나러 가는 돌계단이 단정한 멋을 풍긴다. 폐사지에서 받게 되는 쓸쓸함이 부도밭으로 향하는 돌계단에서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 마침, 오후로 넘어가는 햇살이 풍성하게 내리는 중이다. 부도는 마지막 돌계단을 올라서자 마자 눈앞에 턱 하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도를 본 첫 인상은 '무척 크다'이다. 국보 4호라는 걸 부도 옆에 서 있는 안내판을 보고 알았다. 얼마 전 국보 1호인 남대문은 불타 버린걸 목도했으니, 이 한적한 산자락 아래서 국보를 마주하는 마음이 새삼스럽다.
▲ 석조부도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 석조부도 ⓒ 김선호
나들이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봄날이었건만 우리나라 국보 제4호를 보러 온 이를 딱 한번 마주했다. 중년의 부부였는데 그냥 폐사지만 둘러보았는지, 부도밭까지 걸음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적이 드문 폐사지에서 만나는 이가 반갑기 그지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이 큰 석조부도를 누군가 가져갈 생각은 못 하겠지만 산 속 외진 곳을 홀로 지키고 있는 국보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것도 사실.
'우리 국보란다, 그것도 4번째 지정된 중요한 국가 보물이래' 돋을새김한 사천왕상과 구름을 타고 비상하는 4마리의 용이 섬세하게 조각된 석조부도를 한바퀴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주지시킨다.
▲ 조각상날아오를 듯 새겨진 비천상과 4마리의 용이 돋을새김된 부도 ⓒ 김선호
누가 그랬던가, 우리나라는 국토자체가 문화유산이라고. 산과 강이 사람 사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지형이 곧 우리의 문화유산 아니겠는가. 한반도 운하를 만들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스스로 그러하도록' 자연을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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