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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활짝 핀 것 보니, 올해 풍년 들것네!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68] 생강나무

등록|2008.03.22 12:18 수정|2008.03.22 12:34

생강나무봄을 노래하듯 생강나무가 숲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 김민수


생강나무가 한껏 피어나 텅 빈 숲을 노랗게 물들여가고 있다.
가지를 꺾어 코에 대면 은은한 생강냄새가 남으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 날, 무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숲가에 피어난 생강나무의 노란 꽃몽우리들을 보면 '봄이 왔구나!' 하고 무심결에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꽃이다.

옛날에는 전기가 없어 호롱을 밝혔다.
관솔불도 사용하였지만 그을음이나므로 조금 여유있는 집에서는 유지식물을 사용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주까리와 동백씨앗에서 얻은 기름이었다. 거기에 생강나무의 씨앗에서 얻은 기름도 사용되었으며, 이 기름은 아주 특별한 손님이 올 때만 사용하던 아주 귀한 것이었다. 일등 기름인 셈이다.

생강나무열매를 동백기름 대용으로 사용했기에 개동백나무라고도 한다. ⓒ 김민수


유지식물인 생강나무는 '개동백나무'라고도 부른다.
동백기름은 쪽머리를 틀 때 머리카락이 한 올도 흐트러짐없이 반듯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으니 예로부터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화장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동백나무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오늘 날 같이 교역이 활발하지 않던 시대는 자급자족하는 형태가 많았다.

동백나무가 귀한 서북지방에서는 동백기름이 단연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의 대용이 바로 생강나무의 열매에서 얻는 기름이었다.  '개동백나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강나무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생강나무이 향은 은은한 생강냄새가 난다. ⓒ 김민수


생강나무의 기름은 동백기름보다 훨씬 향기가 좋았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그냥 동백기름을 바르고, 사대부집 귀부인이나 상류층을 상대하는 기생들이 생강나무의 기름을 발랐다고 한다. 때론 '개'자가 붙은 것도 이렇게 귀한 취급을 받는 때도 있는 법이다.

재미있다.
가난한 이들이 바르는 것은 동백기름이요, 있는 것들이 바르는 것은 개동백기름이라니.

살구 개살구,  연꽃 개연꽃, 나리 개나리, 망초 개망초, 다래 개다래, 구릿대 개구릿대, 맥문동 개맥문동, 오동 개오동…'개'자가 붙은 것 다 별 볼일 없다더니만 '동백 개동백'만 '개'가 좋다네.

생강나무생강나무에 손님이 들고.... ⓒ 김민수


예로부터 한 해를 시작하면서 농사를 미리 점치는 일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들은 나무의 꽃이 피고 짐을 보면서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했던 것이다.

생강나무의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이팝나무도 풍년과 훙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나무 뿐 아니라 경칩에 보리싹을 보면서 흉년과 풍년을 점치기도 했으며, 경칩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앞에서 들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뒤에서 들으면 일년 내내 배고프다고 믿었다.

생강나무마른 숲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 ⓒ 김민수


농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나비가 날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만난 나비가 흰나비를 보면 집안에 상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릴 적 이른 봄날, 그해 처음으로 흰나비를 본 후 집안에 혹시 누가 돌아가시는 것이 아닌가 많이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해 정말로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다.

어린 마음에 처음 본 나비가 흰나비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은 죄책감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유년의 시절이 있었다. 조금 더 커서 흰나비를 먼저보건 호랑나비를 먼저보건 간에 해마다 생사의 과정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를 했다.

생강나무생강나무의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란다. ⓒ 김민수


그래도 생강나무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말을 믿고 싶다.
한미FTA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이다 시끄럽고, 풍년이 들어도 별 희망을 볼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지만 흉년까지 들면 평생 땅을 어머니 삼아 살아오던 이들의 억장이 무너질 일이 아닌가?

지난 해에 비해 생강나무꽃도 산수유꽃도 더 풍성하다.
'오매, 풍년 들것네!'
농사일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에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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