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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기대 총장 "전국 5% 우수 학생만 뽑겠다"

엘리트 지향 선언..."지역은 소외되고 외지 엘리트만?" 우려

등록|2008.03.22 15:44 수정|2008.03.22 15:44

▲ 지난해 3월 국립대학법인 법률이 통과되자 울산과기대가 들어서는 울주군 반연리 부지에서 대학 설립 설명회가 열렸다 ⓒ 박석철


"인구 110만 대도시인 울산에 4년제 대학이 하나 밖에 없어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울산시민의 요구에 의해 우여곡절 끝에 국내 최초 국립대학법인으로 설립되는 '울산과학기술대'가 엘리트 학생만을 위한 대학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기대 조무제 총장은 지난 18일 '전국 상위 5% 학생 선별 방침'을 밝혔다.

조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하고 "학생들의 수준이 울산과기대 미래를 판가름하는 최대 관건이므로 전국 상위 5% 내에 드는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모집인원을 200~300명선까지로 낮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 총장은 또 "이는 학생들 수준이 초기에 초빙할 교수진들의 수준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며 MIT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고 POSTECH(포항공대) 같은 수준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울산과기대측은 올해 입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숙사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이는 그동안 울산 시민들이 요구해 온 지역의 교육비 부담 해소와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에 전면 반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2000명 이상의 정원을 요구해 왔지만, 어렵게 성사된 대학 설립 여건 등을 감안해 한 해 1000명을 모집하기로 하는 데 양보한  바 있다.

더군다나 최초 국립대 법인으로 울산시가 학교 부지외 15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야 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교육계 일각에서 설립 반대 운동을 벌여온 점을 감안하면 대학측의 방침은 울산시민의 반발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시민 여망이 전국 5% 엘리트 양성?

2009년 3월 개교를 앞두고 대학 조성 공사가 한창인 울산과기대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설립 과정을 거쳐왔다.

소규모 도시였던 울산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지난 1969년 공업특정지역으로 지정돼 그동안 도시 규모가 커져왔다. 1997년 광역시가 된 후로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발돋움 했다.

울산은 그동안 산업수도로 불리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선도했지만, 막상 교육여건에서는 열악함을 면치 못했다.

현재 울산에서는 매년 1만6000명 가량의 대학 지원자가 발생하지만 교육 환경은 196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수요의 절반 가량 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고등교육 기관은 4년제인 울산대학교를 비롯해 전문대학인 울산과학대학·춘해대학, 소수 정원의 한국폴리텍대학(옛 기능대)이 전부인 것.

▲ 지난 2006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에 국립대 설립을 확정"하자 울산의 정파, 계파, 이념을 망라한 시민구성원이 이를 일제히 환영했다. 당시 울산시청 정문에 걸린 환영 현수막 ⓒ 박석철


이 때문에 매년 7000여명의 고교 졸업생이 타지로 유학을 가면서 울산 학부모들은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다 비싼 하숙비마저 감당해야 하는 실정.

이런 연유로 시민들은 함께 뜻을 모아 "울산에 국립대를 설립해 달라"며 20여년간 외쳐왔고, 지난 2002년부터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대선·총선·지방선거를 망라하고 공약 단골 메뉴로 울산국립대 설립을 포함해 왔지만 성사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대학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울산국립대 설립을 내건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2006년 9월 울산 국립대 설립이 확정됐다.

지역은 소외되고 외지 엘리트만?

울산과학기술대가 내년 첫 신입생 모집에서 전국 상위 5% 내 우수인재들만 뽑기로 함에 따라 당초 대학 설립의 요인이 된 지역 학생의 고등교육 기회는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국 5% 상위 학생층에 울산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포함될지 미지수며 이 때문에 울산지역 학부모들은 어렵사리 지역에 국립대를 유치하고도 그 혜택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이같은 시민여론에도 언론을 비롯한 교육계, 정치권 등은 한결 같이 입을 다물며 이의 제기를 못하고 있다. 서명운동 등을 주도하며 국립대 설립에 역할을 한 시민단체인 '울산국립대범시민 추진단'도 국립대 법안 통과 후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울산시 담당부서는 "조 총장의 5% 모집 방침은 처음 설립 취지와는 어긋나지만 대학을 명문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라 별 다른 코멘트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교육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전국의 소수 엘리트 학생들을 위해 시민들이 그토록 국립대를 갈망해 왔나"라고 되묻고 "우수 대학으로 양성한다는 취지는 알지만 지역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밝혔다.

또 "POSTECH(포항공대)과 같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포항제철이라는 모태를 안고 출발한 POSTECH과 울산과기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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