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되살려놓은 레이건의 '스타워즈 망상'
[심층분석-(상)] 사반세기 지난 MD 어디까지 왔나?
정확히 사반세기 전 오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연설을 했다. '스타워즈'라는 조롱과 찬사를 동시에 받아온 '전략방위구상(SDI)'이 바로 그것이다. 소련을 "악의 제국"을 지칭하면서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 소련의 전략 미사일을 우주배치 레이저로 요격해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레이건은 "전략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영토에 떨어지기 전에 이들을 요격함으로써 자유 진영의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말해, 절대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호언장담은 약 5백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소련의 해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레이건의 '스타워즈 연설' 이후 25년이 지난 오늘날, 레이건의 후계자를 자처한 부시 행정부는 백악관에 나서기 전에 MD를 최대한 본궤도에 끌어올리겠다는 심사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3월 11일 헤리티지 재단 주최로 열린 스타워즈 연설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딕 체니 부통령은 "레이건의 연설은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중대한 것"이었다며 "그의 MD 구상이 냉전시대를 미국의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레이건의 못다 이룬 꿈을 부시 행정부가 이뤄냈다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도 이를 따라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다.
부시 행정부는 2월 하순에 지표면으로 떨어지던 '고장난 첩보위성'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SM-3로 위성을 격추했다. 3월 중순에는 폴란드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규모의 군사지원을 해줄 테니 폴란드에 요격미사일 배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동의를 받아냈다. 그리고 최근에는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시의 MD, 어디까지 왔나?
그렇다면 "이마에 MD를 새긴 정권"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MD에 적극적이었던 부시 행정부 7년 동안 MD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부시는 임기 8년 동안 약 7백억 달러를 MD에 쏟아붓고 있다. MD의 주된 명분으로 일컬어져온 북한과 이란 군사비 합계의 7년치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부시 행정부는 "통합되고, 강력하며, 전지구적인(integrated, robust, and global) MD을 목표로 삼아왔다. 여기서 '통합'이란 공군, 육군, 해군 간의 합동 작전과 지상기반요격미사일(GBI),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ABMD), MD 센서,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본부(C2BMC) 등 MD 요소들이 통합되어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미 공군이 운용하는 PAC-3가 해군이 운용하는 이지스함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강력함'은 지상-해상-공중과 초기-중기-말기 등 다층적-다고도 요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이고, '전지구'는 유럽, 중동,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MD 시스템을 전세계에 걸쳐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MD 개발 및 배치를 담당하는 부서는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다. MDA는 2008년 현재 5단계(Block 1.0-5.0)로 나누어 MD를 배치하고 있다. 각각의 단계는 미국의 위협 인식 및 MD 개발 수준이 반영된 것으로, 반드시 하나의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급적 단계별로 진행하되 사정에 따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선후가 뒤바뀌기도 한다.
Block 1.0은 제한적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다. 구성 요소로는 30기의 GBI를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비엘레(Beale) 개량형조기경보레이더, 코브라 데인(Cobra Dane) 레이더,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 X-밴드 전진배치 레이더, AN/SPY-1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등 감시장비와 C2BMC 등이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08년 3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Block 2.0은 한 곳의 지역에서 동맹국과 현지 주둔 미군을 중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구성 요소로는 2007년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간 SM-3BlockⅠA 71기를 이지스함에 장착하고, 2009년까지 개발 완료할 예정인 SM-2Block4, 48기의 THAAD 요격 미사일을 보유한 2개 부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약 50% 정도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3.0은 제한적인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폴란드에 요격미사일을, 체코에 X-밴드 레이더 배치 계획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신의 턱밑에 MD를 배치하려고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에 있다.
Block 4.0은 이란의 미사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고 미국 본토 방어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고, 5.0은 중동 및 동북아 등 두 개의 지역에서 동맹국과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다. MDA는 또한 이러한 5단계 배치 계획이 대강 마무리되면, Block 6.0으로 넘어가 탄두와 교란체를 구분하고 다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다중 요격(multiple kill)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뜨거워지는 미일 MD동맹
미국과 일본 사이의 MD 협력도 주목을 끌고 있다. 1998년 8월 말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발사 직후부터 미국의 MD계획에 참여해온 일본은, 당초 2004년까지 기술연구를 하고 개발배치 여부는 기술연구의 타당성을 검토해 2005년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받아온 일본은 당초 방침을 뒤집어 MD 배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3월 도쿄 북부에PAC-3를 최초로 배치한 일본은 2010년까지 항공자위대 16곳에 PAC-3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4척에 2011년까지 SM-3를 탑재키로 했고, 2007년 12월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첫 시험 발사를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이 PAC-3에 이어 SM-3를 배치한다는 것은 지상과 해상, 그리고 종말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중 요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일 양국간의 MD 정보공유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일본 방위성 산하 기관이 개발한 레이더(FPS-XX)의 정보공유를 승인 받았다. 또한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함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도 제공받기로 했다. 이는 평화헌법으로 금지되어온 '집단적 자위권'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미국은 2007년 10월 일본 북부 아오모리에 있는 미사와 미군기지에 미사일 추적 기지를 건설했다.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기지는 상대방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추적해 그 정보를 주일미군과 일본자위대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미사와 미군기지 인근에 있는 샤리키 항공자위대 기지에 전진배치 X-밴드 레이더와 C2BMC 지원 장비를 배치했다.
이러한 정보 시스템 구축과 정보 공유를 통해 미일동맹은 북한, 중국 등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미사일 요격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MD 구성 요소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스템간의 정보교류를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즉, 이지스함과 PAC-3, 그리고 조기경보레이더 등 MD 시스템은 각기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정보공유를 통해 다층적인 요격체제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미일 양국이 차세대 요격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요격 미사일은 미국이 개발 완료해 실전배치에 들어간 SM-3 BlockⅠA보다 사정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써, 기존의 SM-3가 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미일 양국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신형 SM-3 BlockⅡ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이 미사일 개발 및 미국과의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신형 SM-3 부품의 대미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MD,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 붓나?
이처럼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도 적극 참여하면서 MD 구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이미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동북아 6개국, 즉,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세계 총군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MD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MD를 고리로 한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이에 대응한 북-중-러 북방 3각동맹의 출현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MD의 명시적, 잠재적 대상인 북한, 중국, 러시아는 MD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방패까지 갖는다면, 선제공격이 훨씬 용이해지고 전략적 균형도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D의 가장 큰 명분이자 1차적인 대상으로 거론되어 온 북한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억제력 강화에 몰두해왔다. 탄도미사일 전력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2006년 7월에는 스커드, 노동, 대포동 미사일 등 7기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이는 각기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국 영토를 염두에 둔 '맞춤형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2006년 10월에는 최초로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미일동맹의 MD를 군사패권주의 강화 시도로 해석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도 주목된다. 동유럽 MD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공개적으로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작년 10월 "미일 양국이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MD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러시아가 미일동맹의 MD에 공개적인 반대를 천명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일동맹이 계속 MD를 추구한다면, 중국과의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극동 지역에서 전략폭격기의 정찰 활동을 비롯한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MD를 21세기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온 중국도 대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MD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가 외교적 갈등을 야기하고 '중국위협론'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교적인 대응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위성파괴실험 실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 강화에 몰두해 왔다. 특히 중국은 미일동맹의 해상 MD 체제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ABMD는 이동식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만해협에 투입될 수 있다. 더구나 미일 양국은 2005년 2월 대만 해협 문제를 '공동의 전략 목표'에 포함시켜, 유사시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투입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MD, 21세기의 만리장성 되나?
25년 전 레이건의 '스타워즈'는 '에피소드'로 끝난 바 있다. 그러나 부시는 에피소드로 끝날 것 같았던 MD를 되살려 놓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하다. 9·11 테러가 미사일이 아닌 '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발생했듯이, MD의 기회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미국이 내부의 모순과 외부의 반발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MD를 비롯한 무기와 전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는 인심을 잃고 안에서는 상처가 곪아가고 있다. 진시황이 오랑캐를 막겠다며 만리장성을 쌓는 사이에 정작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망한 것처럼 말이다.
레이건은 "전략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영토에 떨어지기 전에 이들을 요격함으로써 자유 진영의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말해, 절대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호언장담은 약 5백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소련의 해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레이건의 '스타워즈 연설' 이후 25년이 지난 오늘날, 레이건의 후계자를 자처한 부시 행정부는 백악관에 나서기 전에 MD를 최대한 본궤도에 끌어올리겠다는 심사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3월 11일 헤리티지 재단 주최로 열린 스타워즈 연설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딕 체니 부통령은 "레이건의 연설은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중대한 것"이었다며 "그의 MD 구상이 냉전시대를 미국의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레이건의 못다 이룬 꿈을 부시 행정부가 이뤄냈다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도 이를 따라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다.
부시 행정부는 2월 하순에 지표면으로 떨어지던 '고장난 첩보위성'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SM-3로 위성을 격추했다. 3월 중순에는 폴란드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규모의 군사지원을 해줄 테니 폴란드에 요격미사일 배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동의를 받아냈다. 그리고 최근에는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시의 MD, 어디까지 왔나?
▲ 2001년 9.11 테러 미사일방어체제(MD) 문제가 미러관계 및 유럽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군 부대를 방문해 전문 야전 장비작동을 지켜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그렇다면 "이마에 MD를 새긴 정권"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MD에 적극적이었던 부시 행정부 7년 동안 MD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부시는 임기 8년 동안 약 7백억 달러를 MD에 쏟아붓고 있다. MD의 주된 명분으로 일컬어져온 북한과 이란 군사비 합계의 7년치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부시 행정부는 "통합되고, 강력하며, 전지구적인(integrated, robust, and global) MD을 목표로 삼아왔다. 여기서 '통합'이란 공군, 육군, 해군 간의 합동 작전과 지상기반요격미사일(GBI),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ABMD), MD 센서,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본부(C2BMC) 등 MD 요소들이 통합되어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미 공군이 운용하는 PAC-3가 해군이 운용하는 이지스함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강력함'은 지상-해상-공중과 초기-중기-말기 등 다층적-다고도 요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이고, '전지구'는 유럽, 중동,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MD 시스템을 전세계에 걸쳐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MD 개발 및 배치를 담당하는 부서는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다. MDA는 2008년 현재 5단계(Block 1.0-5.0)로 나누어 MD를 배치하고 있다. 각각의 단계는 미국의 위협 인식 및 MD 개발 수준이 반영된 것으로, 반드시 하나의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급적 단계별로 진행하되 사정에 따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선후가 뒤바뀌기도 한다.
Block 1.0은 제한적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다. 구성 요소로는 30기의 GBI를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비엘레(Beale) 개량형조기경보레이더, 코브라 데인(Cobra Dane) 레이더,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 X-밴드 전진배치 레이더, AN/SPY-1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등 감시장비와 C2BMC 등이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08년 3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Block 2.0은 한 곳의 지역에서 동맹국과 현지 주둔 미군을 중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구성 요소로는 2007년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간 SM-3BlockⅠA 71기를 이지스함에 장착하고, 2009년까지 개발 완료할 예정인 SM-2Block4, 48기의 THAAD 요격 미사일을 보유한 2개 부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약 50% 정도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3.0은 제한적인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폴란드에 요격미사일을, 체코에 X-밴드 레이더 배치 계획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신의 턱밑에 MD를 배치하려고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에 있다.
Block 4.0은 이란의 미사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고 미국 본토 방어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고, 5.0은 중동 및 동북아 등 두 개의 지역에서 동맹국과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다. MDA는 또한 이러한 5단계 배치 계획이 대강 마무리되면, Block 6.0으로 넘어가 탄두와 교란체를 구분하고 다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다중 요격(multiple kill)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뜨거워지는 미일 MD동맹
미국과 일본 사이의 MD 협력도 주목을 끌고 있다. 1998년 8월 말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발사 직후부터 미국의 MD계획에 참여해온 일본은, 당초 2004년까지 기술연구를 하고 개발배치 여부는 기술연구의 타당성을 검토해 2005년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받아온 일본은 당초 방침을 뒤집어 MD 배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3월 도쿄 북부에PAC-3를 최초로 배치한 일본은 2010년까지 항공자위대 16곳에 PAC-3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4척에 2011년까지 SM-3를 탑재키로 했고, 2007년 12월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첫 시험 발사를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이 PAC-3에 이어 SM-3를 배치한다는 것은 지상과 해상, 그리고 종말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중 요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일 양국간의 MD 정보공유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일본 방위성 산하 기관이 개발한 레이더(FPS-XX)의 정보공유를 승인 받았다. 또한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함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도 제공받기로 했다. 이는 평화헌법으로 금지되어온 '집단적 자위권'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미국은 2007년 10월 일본 북부 아오모리에 있는 미사와 미군기지에 미사일 추적 기지를 건설했다.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기지는 상대방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추적해 그 정보를 주일미군과 일본자위대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미사와 미군기지 인근에 있는 샤리키 항공자위대 기지에 전진배치 X-밴드 레이더와 C2BMC 지원 장비를 배치했다.
이러한 정보 시스템 구축과 정보 공유를 통해 미일동맹은 북한, 중국 등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미사일 요격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MD 구성 요소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스템간의 정보교류를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즉, 이지스함과 PAC-3, 그리고 조기경보레이더 등 MD 시스템은 각기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정보공유를 통해 다층적인 요격체제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미일 양국이 차세대 요격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요격 미사일은 미국이 개발 완료해 실전배치에 들어간 SM-3 BlockⅠA보다 사정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써, 기존의 SM-3가 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미일 양국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신형 SM-3 BlockⅡ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이 미사일 개발 및 미국과의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신형 SM-3 부품의 대미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MD,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 붓나?
▲ PAC-2 미사일 발사대와 이륙을 준비하는 A-10기. 미국은 지금도 우주의 군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처럼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도 적극 참여하면서 MD 구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이미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동북아 6개국, 즉,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세계 총군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MD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MD를 고리로 한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이에 대응한 북-중-러 북방 3각동맹의 출현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MD의 명시적, 잠재적 대상인 북한, 중국, 러시아는 MD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방패까지 갖는다면, 선제공격이 훨씬 용이해지고 전략적 균형도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D의 가장 큰 명분이자 1차적인 대상으로 거론되어 온 북한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억제력 강화에 몰두해왔다. 탄도미사일 전력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2006년 7월에는 스커드, 노동, 대포동 미사일 등 7기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이는 각기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국 영토를 염두에 둔 '맞춤형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2006년 10월에는 최초로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미일동맹의 MD를 군사패권주의 강화 시도로 해석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도 주목된다. 동유럽 MD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공개적으로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작년 10월 "미일 양국이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MD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러시아가 미일동맹의 MD에 공개적인 반대를 천명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일동맹이 계속 MD를 추구한다면, 중국과의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극동 지역에서 전략폭격기의 정찰 활동을 비롯한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MD를 21세기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온 중국도 대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MD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가 외교적 갈등을 야기하고 '중국위협론'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교적인 대응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위성파괴실험 실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 강화에 몰두해 왔다. 특히 중국은 미일동맹의 해상 MD 체제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ABMD는 이동식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만해협에 투입될 수 있다. 더구나 미일 양국은 2005년 2월 대만 해협 문제를 '공동의 전략 목표'에 포함시켜, 유사시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투입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MD, 21세기의 만리장성 되나?
25년 전 레이건의 '스타워즈'는 '에피소드'로 끝난 바 있다. 그러나 부시는 에피소드로 끝날 것 같았던 MD를 되살려 놓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하다. 9·11 테러가 미사일이 아닌 '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발생했듯이, MD의 기회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미국이 내부의 모순과 외부의 반발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MD를 비롯한 무기와 전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는 인심을 잃고 안에서는 상처가 곪아가고 있다. 진시황이 오랑캐를 막겠다며 만리장성을 쌓는 사이에 정작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망한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말 4월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기사는 미국 대선 후보들의 MD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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