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이 행복했던 이유
'나만을 위한, 나 만에 의한, 나만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연다. 마땅히 먹을 찌개도 없고 국도 없다. 한국 사람들 체질에 국이나 찌개 없으면 밥을 시원하게 먹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게다. 어떤 반찬이랑 밥을 먹지. 그렇다고 굶을 수도 없고. 이런 고민을 하다 섬광같이 떠오르는 하나의 아이디어. 바로 그렇다. 비빔밥이다.
일단 밥통에서 밥부터 먼저 퍼서 양푼에 담는다. 이어서 냉장고 문을 연다. 거기서 열무김치 꺼내고 깻잎무침 꺼내고 묵은 배추김치 꺼내고 콩나물무침도 꺼내고. 그러고 나서 양념 칸에 있는 고추장, 깨소금, 간장 등을 꺼낸다. 양푼에다가 모두를 다이빙시킨다.
싱크대에 걸려있는 부엌가위를 가져와 아직도 기가 펄펄 살아 있는 채소반찬들을 사정없이 난도질을 한다. 그리고 비빈다. 이른바 삽질이다. 비빌 때는 물기가 조금 있어야 잘 비벼진다. 그러니까 반찬 국물을 조금씩 넣어 비빔밥의 습기를 조절한다. 열심히 비벼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빡빡 비빈 만큼 양념과 반찬이 제대로 섞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맛이 제대로 배인 맛있는 비빔밥이 되지 않겠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그렇다. 바로 마지막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화룡정점(畵龍點睛)’이다.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으니 하늘로 올라 가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 비빔밥 만들 때 마지막에 참기름 넣는 그 포인트랑 비슷한 것이리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빔밥에 참기름 몇 방울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늘과 땅 차이지 않은가. 냄새부터 죽여준다.
이게 바로 ‘나만을 위한, 나 만에 의한, 나만의’ 비빔밥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비빔밥이다. 아니 나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이 비빔밥을 뭐라고 할까. 그렇다. 'DIY(Do It Yourself)비빔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아 그거 있지 않은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직접 만드는 공예품, 물건 등을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의 ‘DIY 비빔밥’은 맛도 기똥차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뭘 그걸 가지고 맛있다고 난리냐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섞인 비빔밥이니 그 맛이 오죽하랴. 진짜로 그 비빔밥이 맛있더라고. 한 번도 맛이 없었던 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사실이다.
생김새는 또 어떤가. 꼭 먹다 남은 잔반쓰레기 짬뽕시켜 놓은 것 같아 보이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내가 먹으려고 만들었으니 모양이 어떠면 어떠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지만,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남이 먹을 때 하는 이야기고. 사실 ‘빛 좋은 개살구’보다는 못 생긴 사과가 훨씬 맛있지 않던가.
반찬 일일이 챙겨서 밥 차려 먹기 귀찮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음식 문화가 또 있을까. 끝나고 설거지 하기도 얼마나 좋은가. 양푼과 숟가락 하나 달랑 씻으면 되니 말이다. 젓가락도 필요 없다는 거 아닌가. 여러 가지 반찬 그릇에 일일이 반찬 묻히지 않아도 한 그릇에서 모두 여러 가지 반찬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이 탁월한 장점은 또 어떡하랴.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섞일 테지만, 그래도 미리 섞어서 먹는 이 맛을 어디에다 비교하랴.
어디 그 뿐이랴. 반찬통에 어중간하게 남아있는 반찬을 버리기는 아깝고 다시 내 놓기는 아쉬운, 그래서 냉장고 안에 잠자고 있는 반찬을 깨워서 마지막 활용하게 하는 비빔밥. 그래서 재활용 정신에도 부합되는 비빔밥. 혼자서 이것저것 차려 먹기 귀찮고 설거지하기 귀찮을 때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입맛도 없고 밥맛도 없을 때 이것저것 섞어서 먹으면 밥맛까지 돌아오게 한다는 바로 그 비빔밥. 바로 그 나만의 비빔밥 때문에 오늘 점심이 행복하다.
일단 밥통에서 밥부터 먼저 퍼서 양푼에 담는다. 이어서 냉장고 문을 연다. 거기서 열무김치 꺼내고 깻잎무침 꺼내고 묵은 배추김치 꺼내고 콩나물무침도 꺼내고. 그러고 나서 양념 칸에 있는 고추장, 깨소금, 간장 등을 꺼낸다. 양푼에다가 모두를 다이빙시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그렇다. 바로 마지막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화룡정점(畵龍點睛)’이다.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으니 하늘로 올라 가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 비빔밥 만들 때 마지막에 참기름 넣는 그 포인트랑 비슷한 것이리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빔밥에 참기름 몇 방울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늘과 땅 차이지 않은가. 냄새부터 죽여준다.
▲ 비빔밥이것이 바로 '나만을 위한, 나만에 의한, 나만의' 비빔밥이다. ⓒ 송상호
이게 바로 ‘나만을 위한, 나 만에 의한, 나만의’ 비빔밥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비빔밥이다. 아니 나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이 비빔밥을 뭐라고 할까. 그렇다. 'DIY(Do It Yourself)비빔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아 그거 있지 않은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직접 만드는 공예품, 물건 등을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의 ‘DIY 비빔밥’은 맛도 기똥차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뭘 그걸 가지고 맛있다고 난리냐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섞인 비빔밥이니 그 맛이 오죽하랴. 진짜로 그 비빔밥이 맛있더라고. 한 번도 맛이 없었던 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사실이다.
생김새는 또 어떤가. 꼭 먹다 남은 잔반쓰레기 짬뽕시켜 놓은 것 같아 보이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내가 먹으려고 만들었으니 모양이 어떠면 어떠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지만,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남이 먹을 때 하는 이야기고. 사실 ‘빛 좋은 개살구’보다는 못 생긴 사과가 훨씬 맛있지 않던가.
반찬 일일이 챙겨서 밥 차려 먹기 귀찮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음식 문화가 또 있을까. 끝나고 설거지 하기도 얼마나 좋은가. 양푼과 숟가락 하나 달랑 씻으면 되니 말이다. 젓가락도 필요 없다는 거 아닌가. 여러 가지 반찬 그릇에 일일이 반찬 묻히지 않아도 한 그릇에서 모두 여러 가지 반찬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이 탁월한 장점은 또 어떡하랴.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섞일 테지만, 그래도 미리 섞어서 먹는 이 맛을 어디에다 비교하랴.
어디 그 뿐이랴. 반찬통에 어중간하게 남아있는 반찬을 버리기는 아깝고 다시 내 놓기는 아쉬운, 그래서 냉장고 안에 잠자고 있는 반찬을 깨워서 마지막 활용하게 하는 비빔밥. 그래서 재활용 정신에도 부합되는 비빔밥. 혼자서 이것저것 차려 먹기 귀찮고 설거지하기 귀찮을 때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입맛도 없고 밥맛도 없을 때 이것저것 섞어서 먹으면 밥맛까지 돌아오게 한다는 바로 그 비빔밥. 바로 그 나만의 비빔밥 때문에 오늘 점심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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