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운하 전도사' 이재오, 운하 부메랑 맞다

총선출마 선언하면서 "운하는 지역구 공약과는 무관"... 궁색한 변명

등록|2008.03.25 12:08 수정|2008.03.25 16:03

▲ 18대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이명박 운하'의 전도사인 이재오 의원이 운하 때문에 진퇴양란이다. 인수위 시절 '한반도대운하 TF팀'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미친놈 소리 들어도 운하는 건설하겠다"고 했던 말이 반대여론을 타고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그래서 이 의원은 25일,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궁색하게 한마디 했다.

"운하는 은평 지역 국회의원 선거 공약과는 무관하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는 헌법기관이다. 지역 시의원이라면 몰라도 대권 도전 의지까지 시사했던 이 의원으로서는 옹색한 발언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명박 운하'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뜻이다.   

국민투표도 하겠다?

게다가 이 의원은 또 문국현 후보가 운하를 선거 쟁점화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이미 수차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고, 저도 운하의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국민들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회의적이었던 국민투표 의사도 내비친 것이다.

물론 문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쳐지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단순 뒷걸음질이 아니라 기존의 운하 예찬론을 180도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 이 의원의 '운하 어록'을 정리해보았다. 

"500만표차 지지를 받았는데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략) 그 공약으로 당선됐는데 안할 수 있다는 건 공약에 어긋난다." (1월8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 출연) 

"올해 안에 첫삽을 뜰 수도 있지 않겠느냐. 첫 삽을 뜨는 것은 일종의 세레모니다. (중략) 새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준비되는대로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을 발의하겠다." (1월 7일 CBS 뉴스레이다 출연)      

▲ 한반도 대운하 저지를 내걸고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문국현 후보(오른쪽)가 25일 오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출범식'에서 교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한반도대운하는 역사적 과제"라더니...

"국가적 큰 사업에 대해 반대도 있고, 욕도 있으며 지금은 미친놈 소리도 들으나 나라의 비전을 위해 개인의 욕을 먹어도 할 것이다. 요즘 하도 반대해서 대운하 추진하는 사람은 속된 말로 '또라이' 비슷해진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1월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승환 의원 출판기념회 축사)

"한반도 대운하의 꿈은 놓칠 수 없는 역사적 과제입니다. 게다가 대운하 건설로 대구·경북지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지역민들의 성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략) 대운하야말로 50년, 100년 뒤 전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미래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2월 13일 경북대에서 열린 '낙동강운하와 지역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기조연설)

인수위 시절, 하늘을 찌를듯한 그의 '기백'과 '오기'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실종됐다. 유권자들은 그의 변심을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받아들일까?

한편 최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운하를 총선공약에서 뺀 뒤, 강재섭 대표도 24일 "운하를 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의 말은 그 연장선상이지만, 그간 그의 언행으로 볼 때 아주 특별하다.

한나라당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 공약'이었던 경부운하를 탈색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걸까?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